무도, 탁월한 도전정신 남긴 돌아이 콘테스트

최근 예능프로그램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PD들에게 있어 가장 큰 고민은, 정확한 방법으로 시청자들에게 감정의 압침을 꽂을 수 있는 재미의 중도 지점을 끝임없이 찾아내는 일일 것이다. 과거 예능프로그램은 그저 재미있게만 만들고 웃기기만하면 모든 것이 해결되었고 시청률도 높게 나오며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지금 예능을 만드는 PD들은 아무리 프로그램을 웃기게 만들고 재미있게 만들어도 좋은 예능프로그램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지 못한다. 아니 반대로 그들은 왜 예능프로그램을 천박한 방식으로 웃기게만 만들었냐는 뜬금없는 항의에 시달리기도 한다. 그리고 몇몇 시청자들은 시청률이라는 노골적인 지표를 가져와 PD들에게 칼날을 들이민다. 눈물 흘리는 장면, 감동적인 장면들을 인위적인 방법으로 더 예능에 섞어달라고 그게 대다수 대중들이 원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예능에서 예능이 가지고 있는 웃음의 가치가 아닌 마치 다큐멘터리에서나 바랄법한 시나리오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최근 예능 프로그램을 지켜보는 다수 시청자들은 예능이 예능이 아닌, 대단한 감동과 훈훈함까지 담고 있는 복합적인 프로그램으로 거듭나기를 바라고 있다. 패밀리가 떴다와 1박 2일이 높은 인기를 구가하며 시청률 순위표 1,2위를 다투는 예능프로그램이 되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시대의 요구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그런 것들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단편적인 것이 아닌 복합적이고 웃음 이외의 새로운 것을 요구하는 시청자들의 입맛에 프로그램이 앞장서 맞춰나가야 하는 부분 또한 존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판에 박힌 감동과 눈물바다 그리고 훈훈함으로 짜여진 예능의 필승공식 덕분에 정작 웃음이라는 가장 우선시되어야 할 명제는 예능프로그램에서 뒷선으로 밀려버렸다. 감동과 눈물바다에 취해버린 예능 PD들은 단편적인 반응이 좋고, 시청률이 잘 나온다는 이유만으로 자기반성이나 노력없이 끝임없는 스스로에 대한 표절과 제자리걸음으로 감동과 눈물이 섞인 잡탕밥을 만드는 일을 반복하였다. 아무렇게나 찍어도 어떻게 만들어도 감동만 넣으면 이미 공식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이 원숭이처럼 좋아해줄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하여, 발전을 모색하지 않고 쉽고 안이한 발걸음만을 옮기기 시작한 것이다. 덕분에 시청자들은 전혀 새로운 것이 없는 매주 다른 형식이라고 하지만 알맹이는 전혀 변한것이 없는 예능 프로그램을 지겹도록 보고 계속 또 봐야만 했다. 그저 리얼이고 로드라는 이름표만 붙이고 좀 놀다가 감동의 도가니탕에만 빠지는 장면들을 재방송도 아닌 매주 실시간으로 찍고 또 찍어주며 대중을 속이는 거짓말을 반복한 것이다.

무한도전에서 이번에 야심차게 선보인 코리안 돌아이 콘테스트는 그런 판에 박힌 예능의 법칙이 철저하게 무너진 방송이었다. 대단히 파격적인 형식을 지니고 있었고, 신선한 도전과 새로움의 열정이 가득했다. 공중파 그것도 프라임 시간대에 방영하기에는 무리수가 적지 않은 형식들이 가득했으나, 김태호 아닌 다른 PD들이나 무한도전 아닌 다른 프로그램에서라면 감히 시도해보지 못할 파격적인 장면들이 연이어 흘러나왔다. 어느 프로그램에서도 감히 무서워 하지 못했던 대통령 패러디가 나왔고, 독특한 형식으로 웃음을 만들어내는 열정 섞인 장면들이 계속 흘러나왔다. 뻔한 방식으로 계산되어 있는 싸구려 웃음을 주느니 우리는 실패하더라도 새로운 방법을 추구해보겠다는 의지가 보인 것이다.

물론 결과만 놓고보면 이번 무한도전 돌아이 콘테스트는 웃음의 재미만큼은 모두 취하지 못한 방송이었다. 끼있는 일반인 출연자들의 모습을 모아 그들과 무한도전 팀의 공통점을 찾아보려는 시도는 좋았으나, 일반인들의 아마추어리즘이 노홍철 이미테이션 쇼로 내용이 변질되며 전체적으로 방송이 산만하게 되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이번 코리안 돌아이 콘테스트가 결국 실패한 방송이었냐는 물음에는 단호하게 고개를 내젓고 싶고, 내저어야만 한다. 이는 앞서 말했던 흥행이 보장되어 있는 비단길이 아닌 죽어서라도 새로운 형식을 추구하려는 무한도전만의 진정한 마음가짐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그런 부분만 놓고보면 이번 돌아이 컨테스트는 최근 방영된 무한도전 중 단연 최고이며 베스트였고, 완벽했다는 박수의 찬사가 아깝지 않은 방송이었다. 뻔히 보이는 질낮은 웃음을 타피하고 새로운 형식을 보여주려는 용기와 그런 시도를 담고 있는 모습이 진정 무한도전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100% 대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코리안 돌아이 콘테스트의 단순한 결과만을 보고 방송이 재미없었고, 실패했다고 말하는 이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그리고 실제 방송내용이 기대했던 것보다 실망스러웠으니 그런 평가가 틀리지 않은 부분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실패하더라도, 쓰러지더라도, 무너지더라도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하고 보여줄 수 없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파격이야말로 진정 무한도전이 지니고 있는 무한도전만의 가치와 프로그램의 성격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진짜 '무한도전'이다.

남자 여섯 명이 예능프로그램에서 봅슬레이를 타며 마치 예정되어있는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흔해빠진 다른 로드 버라이어티에서도 촬영할 수 있는 어떻게보면 식상하디 식상한 장면이다. 하지만 일반인 출연자들을 모아놓고 처음부터 끝까지 웃음만을 추구하며 그들의 끼와 장기 그리고 컨셉을 활용하여 새로운 형태의 카타르시스를 제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무한도전뿐이다. 이번 돌아이 콘테스트가 비록 실패의 결과를 남겼더라도, 새로운 시도를 아끼지 않는 김태호 PD와 무한도전 제작팀에게 박수와 찬사를 아끼지 말아야만 하는 이유다. 실패했더라도 탁월한 도전의식과 그 도전의 성과물을 길이 남긴다면 결국 그 방송은 성공한 으뜸가는 방송이 된다. 그래서 돌아이 콘테스트는 결국 성공이라는 결과를 남긴 무한도전 최고의 특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