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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버라이어티

무릎팍도사 이제는 예능이라고 하지도마라

10월 8일자 무릎팍도사의 게스트로 평소 잉꼬부부로 이름이 드높은 션과 정혜영 커플이 출연했다. 그리고 프로그램은 이들의 출연 소식이 처음 들려왔을때 우려했었던 문제점들을 고스란히 노출하며 다른 방식의 유쾌하고 웃음넘치는 무릎팍도사를 원하던 많은 시청자들을 실망으로 이끌었다.  


현재 무릎팍도사는 처음 대중의 주목을 받았던 시기의 초심을 잃은 것도 모자라 완전히 성향 자체를 왜곡하는 단계에까지 이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물론 뒤에 방영되는 라디오스타에 좀 더 심층적으로 게스트에 대해 분석하는 것을 미뤄주고 게스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에 집중하겠다고 밝힌바 있으나, 최근의 무릎팍도사는 말을 들어주면서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형식이 아니라 말만 듣고 게스트 위주로 억지포장을 시도하는 방송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예능이 진행되는 중간 중간 뜬금없이 등장하는 감동적인 컷들과 게스트의 우대 정책을 뛰어넘는 일종의 공경정책. 게스트에 말에 무조건적으로 고개를 끄덕여주고 재미있지도 않은 이야기에 한껏 액션만 취하는 강호동의 모습은 마치 이른 시간에 방영되는 주부들을 위한 아침 방송 토크쇼를 보는 느낌마저 제공하고 있다.


특히나 1박 2일을 포함한 진행하는 모든 프로그램에서 감동이라는 소재에 병처럼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강호동의 행보는 매우 우려스럽게 느껴질 지경이다. 최근의 무릎팍이 그나마 예능의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유세윤이 있었기 때문이다. 무릎팍도사라는 프로그램 자체가 가끔은 아예 유세윤을 위한 유세윤만의 토크쇼라는 느낌이 전달될 정도로 그 혼자 고군분투하고 있다. 게스트에게 이야기를 뽑아내고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할 강호동은 정해진 대본의 틀안에서 고개만 끄덕여주고, 가끔 말도 되지 않는 썰렁한 애드립들을 일부로 내던져 게스트를 빛나게 해주는 도구 역할에 머무르고 있다. 또한 올라이즈밴드 우승민은 프로그램 자체의 성향이 틀려지면서 병풍이라는 조롱 속에 구경꾼 들러리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시종일관 처음부터 끝까지 토크를 대본을 읽고 나온 게스트가 이끌어가고 있으니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오지 못하고 시종일관 질질 끌려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리고 강호동은 마치 유재석의 아류 진행자를 보는듯 편집의 힘에만 기대려고 하는지 이를 방치하고 지루한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다.


사실 무릎팍도사의 이러한 변신이 잘못되고 실패한 것이라고 질책하기는 어렵다. 게스트의 신상을 과격하게 파내고 하지 못할 말들을 거침없이 내던지던 과거의 무릎팍도사 시절보다 현재 방영되고 있는 무난한 토크쇼 형식의 무릎팍도사 시청률이 더 높게 나오고 있는 것이 이를 충분히 증명하고 있다. 대다수 시청자들은 감동적인 방법으로 게스트를 우대하는 무난한 형식의 무릎팍도사를 원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처음과 같은 형식의 초심으로 돌아가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늦은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예능으로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원칙과 소신조차 지키지 못해 아예 신뢰감 자체를 잃어버린다면, 그것이 몇 퍼센트 올라간 시청률로 보답된다고 해도 과연 방송사 예능국에 장기적인 이득으로 작용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무릎팍도사팀이 원한다면 지금처럼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에 딴지를 놓고 싶은 마음이 없다. 다만 예능이라는 타이틀은 지우고 무릎팍도사는 교양방송이라는 친절한 자막도 함께 방송에 포함시켜주기를 바란다. 버라이어티를 보길 원하는 애청자들은 밤 11시에 방영되는 연예인의 자기 포장용 아침방송을 보고 싶어하진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