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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버라이어티

강호동쇼, 자멸을 부를 최악의 선택

매주 월요일 저녁마다 벌어졌던 강호동과 유재석간의 진검승부가 사실상 끝의 지점에 다다르고 있다. 월요일 저녁 강호동이 메인MC의 책임을 맡아 진행해나가고 있는 야심만만2는 10% 아랫수치의 시청률로 곤두박질쳤고, 광고의 수주 또한 유재석의 놀러와에 비해 훨씬 뒤떨어지는 수준으로 추락하며 이제는 프로그램의 존속여부에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심지어 빠르면 이번 봄 개편때 프로그램이 폐지될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까지 나돌고 있을 정도다. 사실 이 지경까지 이르렀다면 큰 포부를 갖고 돌아온 야심만만2는 명백히 실패한 프로그램이 되었다고 봐야한다.

야심만만2의 시작은 화려하고 떠들썩했다. 높은 인기를 구가하던 시즌1의 전성기때 아성을 재현하겠다는 포부에 국민MC로 거듭난 강호동이 메인 진행자로 나섰고, 새로운 시스템인 올킬제도의 도입 및 톱스타들의 게스트 출연 그리고 김제동의 전격적인 컴백등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이들은 시작부터 고전에 고전을 거듭해야만 했다. 프로그램을 전혀 다른 형식으로 쇄신해 돌아오겠다는 약속과는 달리, 아주 약간의 포맷변경과 뒤에 달아놓은 2라는 숫자만이 바뀌었을뿐 시즌1의 매너리즘을 답습하며 식상하게 전개되는 토크내용은 시청자들의 외면을 불러일으킬 요소가 가득했기 때문이다. 급기야 최근에는 게스트를 초대하며 프로그램을 가꾸는 형식마저 경쟁 프로그램인 놀러와의 방식들을 그대로 차용했다는 곱지 않은 논란에까지 시달려야만 했다. 결국 야심만만2가 무너지게 된 원인은 안일한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하며 시대 흐름을 뒤따라가지 못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지 못한 제작진의 명백한 실수때문에 벌어진 일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그렇다면 과연 야심만만2의 실패에 MC 강호동의 책임은 없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강호동에게는 제작진 못지 않은 큰 책임이 있다. 사실 강호동은 야심만만이 꾸준한 비판에 시달리기 시작하면서 이 프로그램에서 노골적으로 발을 빼고 싶어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는 대중들이 선호하고 싫어하는 사람이 극과 극으로 갈리는 스타일의 진행방법을 추구하는 MC다. 그 이유는 힘과 체력을 바탕으로 프로그램과 출연진을 휘어잡고 자신의 스타일대로 다른 출연자들을 이끌어가는 형식의 리더쉽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강호동의 그것은 1인형 토크쇼인 무릎팍도사에서도 수십명의 일반인 출연자가 나오는 스타킹에서도 심지어 리얼 로드 버라이어티를 추구한다는 1박 2일에서도 같은 모습을 띠고 있다. 비판하는 세력도 있지만, MC 강호동의 진행자로서의 진정한 매력은 그런 힘에서 비롯되는 프로그램의 점령에서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유독 강호동은 야심만만이라는 프로그램에서는 이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마치 순한 양이라도 된것처럼 다른 게스트들의 발언을 들어만주는 평이한 스타일로 라이벌인 유재석의 흉내만 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가 가지고 있는 강호동만이 할 수 있는 힘과 장악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으나마나한 평범한 모습들만 보여준 것이다.

사실 최양락이 야심만만의 MC로 진입한 것은 지금 생각해봐도 이해할 수 없는 제작진이 내린 가장 의외의 한 수였다. 야심만만은 시즌1이 방영될때도 강수정이나 이혁재와 같은 인물들이 뜬금없이 고정 MC로 출연 기회를 잡은 경험이 있기는 했었다. 하지만 그들이 MC로 입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보다 메인MC인 강호동과 소속사 혹은 개인적인 친분관계로 얽혀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에 반해 최양락은 아무것도 없었다. 강호동과 개인적인 친분도 없었고, 이해관계나 소속사로 얽혀있는 관계도 아니었다. 게스트로 출연해 한 회동안 혼자 원맨쇼를 벌인 것은 대단한 일이었지만, 곧장 다음주 MC로까지 투입될 정도의 파급력을 일으킨 것은 아니었다. 반대로 야심만만이 최양락의 파급력을 지나치게 부풀여놓고 키운 부분이 적지 않았다.

그렇게 최양락은 야심만만에 의해 선택되었다. 그것도 강호동의 바로 옆에서 동등한 위치를 가진것처럼 대우받고, 강호동은 말끝마다 최양락을 띄어주며 대중들의 기대치를 한껏 끌어올렸다. 공교롭게도 야심만만이 예견되어있던 실패의 길을 걷기 시작하자 최양락은 전에도 답이 보이지 않던 야심만만을 망친 사람인양 비난과 오해에 시달리고 있다. 실패에 책임을 져야할 수장인 강호동은 재빨리 뒤로 빠지고 마치 준비되어있던 각본속에서 실패의 책임을 뒤짚어쓸 인물로 최양락이 등장한 것이다.


현재 SBS에서는 강호동쇼(가제)의 기획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만약 강호동쇼가 완료된다면, 아마 야심만만이라는 프로그램은 강호동이 맡고 있는 다른 프로그램들과 비교해 경쟁력과 시청률 모두 뒤떨어지는 프로그램인만큼 정리될 확률이 높다. 하지만 어떤 형식으로든 강호동 스스로가 야심만만이 실패했고, 실패하고 있는 책임을 지지 않는 이상  강호동쇼가 만들어지더라도 그 또한 실패의 길을 걸을 것이 분명하다.

물론 한 프로그램이 실패하는 근본적 원인에는 제작진의 잘못이 절대적인 요소를 차지한다. 하지만 야심만만이 실패한 것은, 강호동 스스로가 자신에게 씌여진 매너리즘을 극복하지 못한 것 또한 하나의 절대적인 이유이다. 이미 그는 무릎팍도사라는 프로그램으로 예능과 융합되어 있는 사실상의 정통 토크쇼를 진행하고 있는 MC이며, 스타킹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일반 출연자들을 틀어잡는 진행자이며, 1박 2일로는 리얼 버라이어티마저 정복하고 있다. 사실 더 이상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 일은 천하의 강호동이라도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결국 야심만만이 실패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 비롯된 것인다. 야심만만의 실패를 최양락의 실패로 규정지으며 강호동에게는 책임이 없는 것처럼 여론을 조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뜻이다.

강호동은 결코 신이 아니다. 물론 그가 신의 영역에 다다르고 있는 역대 최고의 MC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은 결코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그가 맡았던 프로그램이 모두 성공만 거뒀던 것은 결코 아니다. 강호동의 라이벌인 유재석도 패밀리가 떴다로 성공을 거두기 직전까지는 공중파가 강세를 보이는 일요피크 시간대에 7%에도 미치지 못하는 시청률로 2년간이나 고전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패떴과 무한도전에서 보여주고 있는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진행방법이 너무 비슷해 불만이라는 비판도 사고 있다. 강호동이라도 유재석이라도 한계는 존재하고 결국 실패할 이유는 수루룩하다는 것이다.


필자에게 있어서 지금 야심만만이 겪고 있는 실패는 너무나도 아쉬운 일이다. 필자는 과거에 포스팅했던 강수정, 파괴의 여신으로 전락한 이유라는 글이 야심만만에서 출연자 강수정의 올킬소재가 되면서 직접적인 방법으로 블로그가 공중파 방송에 소개된바 있었다. 그 이후로 덕분에 한때 실시간 검색어 수위권도 점령하였고 공중파 방송의 큰 혜택을 입고 블로그가 크게 홍보될 수도 있었다. 그러니 개인적으로 필자에게 있어서 야심만만은 무한도전보다 더 위에 있는 프로그램이며 가장 즐겨볼 수밖에 없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이는 결국 개인적인 선호도에 불과하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고, 명백하게 겪는 실패를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는 법이기 때문이다.

야심만만의 실패는 결국 제작진과 강호동의 약점들이 조우하면서 만들어낸 합작품이었다. 그리고 이런 약점들은 결코 뒤늦게 합류한 최양락의 책임으로 대체될수도, 상호만 슬그머니 바꾼다고해서 개선될 해답이 될 수 없다. 야심만만을 폐지하고 강호동 쇼를 만들어내더라도 결국 현재 상황에서 그들이 성공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낼 확률은 전무하다. 더 이상 강호동을 소비하고 그를 괴롭히는 것은 한계점에 다다른 강호동의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결과만 불러올 뿐이다. 강호동과 SBS측은 자멸을 부를 수 있는 최악의 선택을 피해야만 한다. 그리고 제작진 또한 영리하고 합리적인 계산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