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손하, 예능계의 새로운 히든카드

브라운관과 쇼 프로그램에서 자주 볼 수 없었던 연기자들의 예능 프로그램 고정 출연 및 MC직 도전러쉬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코미디 영화에서 일가견이 있는 연기를 보여주던 배우 공형진은 KBS 예능프로그램 '불후의명곡'에 사실상 고정으로 계속 출연하더니, 김창렬의 뒤를 이어 케이블 프로그램 택시의 진행자 자리를 꿰찼다. 또한 드라마 너는 내 운명에 출연하며 극악의 연기력으로 극중 캐릭터의 이름을 딴 발호세라는 유쾌하지 않은 별명을 얻었던 박재정 또한, KBS 간판 예능프로그램 상상플러스의 새로운 MC로 자리매김하며 우습고 희화화되던 자신의 이미지를 예능쪽에서 활용하며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배우들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 지속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때문일까. 일단 어려운 경제사정으로 인하여, 영화와 드라마 제작편수가 급감했다는 것이 그 원인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사실 올플레이어에 가까운 성향을 지니고 있어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충분히 자신의 끼와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몇몇 배우들이 그동안 존재했다. 하지만 그들은 영화와 드라마 시장이 전례없는 호황기를 누릴때는 부업보다는 자신들의 본업에 충실한 입장에 있을 수밖에 없었고,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예능에 출연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상황이 급변하고 본업에 충실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면서 부업에 눈을 뜨기 시작했고, 그들의 레이다망에 예능 프로그램이 걸려든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패밀리가 떴다로 대박을 터트린 이천희 - 박예진 - 김수로 트리오의 막강한 영향력 때문이다. 사실 몇 년전까지만해도 비싼 배우나 연기만 하려는 진정한 배우는 결코 예능프로그램에는 고정 출연하지 말아야한다는 법칙이 존재했다. 그리고 이는 대다수 대중들과 스타가 가지고 있던 보편적인 인식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 패떴 트리오는 이런 법칙을 보기좋게 깨부수었다. 그들은 실제 자신들의 본업인 배우 쪽에서는 다소 정체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으나, 대박 예능 패밀리가 떴다의 한 식구에 소속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대형 CF 스타로 거듭남은 물론 상상할 수 없었던 인기의 폭등세까지 경험했다. 특히 이천희와 박예진은 우습게도 배우로서 자신의 이미지를 바꾸는 터닝포인트 지점을 버라이어티에서 찾아냈다. 다소 차갑고 냉혈한 역할을 도맡으며 배우로서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가 좁았다는 약점을 인기 버라이어티 출연으로 일반 대중들에게 친근감을 키우며 극복해낸 것이다. 

이렇게 예능프로그램의 파괴력을 깨달은 배우들의 예능 도전은 지금도 연이어지고 있다. 인기리에 방영중인 일일연속극 사랑해 울지마에 주연으로 출연하고 있으며, 한때는 최고 유망주로도 불리던 이정진은 KBS의 새로운 일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남자가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101가지 일'에 이경규와 함께 고정 출연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이 또한 이정진이 이천희 - 박예진과 같은 효과를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누리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 할 수 있다. 이정진은 군입대 전, 모 PD와의 캐스팅 사건이 크게 회자되며 배우로서 자신의 이미지와 커리어에 큰 손해를 입었었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가 예능프로그램에 고정으로 출연하는 이유는, 이처럼 딱딱하고 좋지 않은 자신의 선입견과 이미지를 예능으로서 개선시키기 위함이다. 그로서는 성공하든 성공하지 않든 해볼만한 도전을 선택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이정진보다 더 기대되는 배우 출신의 스타가 버라이어티 입성을 눈앞에 두고 있는데, 그녀는 바로 일밤의 새 프로그램 '맛장'에 고정 MC로 출연 결정을 내린 윤손하다.

윤손하는 2002년 월드컵 당시 한국 대표팀이 4강전에서 독일에 패해 결승 진출이 좌절되자 일본 공중파 방송국에서 울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자국팀의 패배에 슬픈 눈물을 흘리는 그녀의 모습은 일본 전역에 방송되어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그녀의 눈물은 일본 남성들이 한국 여성들에게 가지고 있던 판타지에 불을 질렀고, 이내 그녀는 일본 내에서 스타로 발돋움했다. 실제 2000년대 중반까지 그녀는 지우히메로 불리는 겨울연가의 최지우와 더불어 일본 현지에서 가장 높은 인기를 구가하는 한국출신의 여자스타였다. 

하지만 그녀는 어느 순간부터 일본내에서 자신의 인기를 유지하며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었음에도 그런 기득권을 포기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는 몇몇 일본의 예능프로그램에서 윤손하를 상대로 지나친 험한류적인 개그와 한국에 대해 조롱섞인 멘트로 그녀를 자극하는 행동을 서슴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런던 하츠등 일본 유명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얼굴에 케이크를 맞기도 하고 몸을 사리지 않고 뛰어다니며 몸개그를 펼치는 모습으로 유달리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와 별개로 한국에 대해 모욕적인 멘트나 농담이 나오면 매우 싸늘한 무반응으로 일관했다. 성공를 위해서 필히 필요했던 일본 개그맨들의 한국 비하에 맞장구치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 싸운 것이다. 이는 최근 각종 일본 쇼프로그램에 활발한 출연을 이어나가고 있으나 일본 개그맨들의 한국비하 개그를 웃음으로 받아주어 오해를 샀던 조혜련과는 비교되는 행동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윤손하는 한국을 대표하는 연예인으로서의 자각을 갖추고 있으며, 대단히 훌륭한 내면적인 마인드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녀는 이런 마인드뿐만이 아니라 무서운 실력 또한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그녀는 비록 한국에서는 청순한 역할을 주로 연기하던 여배우였지만, 일본에서는 이와 달랐다. 김구라보다 더 독한 캐릭터들이 떼로 등장한다는 일본 예능프로그램을 섬렵하면서 개그에 대한 무서운 감각과 재능을 키워왔다. 그런 의미에서 윤손하의 일밤 MC 투입은 트렌드와도 같은 배우들의 예능 출연 러쉬와는 무관하다고 할 수 있다. 그녀는 단순한 이미지 변신이나 어떤 목적을 가지고 예능에 출연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제대로 예능프로그램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일밤에 출연결정을 내린 것이기 때문이다.

윤손하의 일밤 투입과 예능 본격진출 선언은 김원희와 현영등 몇몇 고정된 MC들이 독점하던 여성 버라이어티계에 새로운 변화를 불러일으킬 요지가 다분하다. 윤손하는 최근 해피투게더3에 게스트로 출연하여 청순한 이미지의 여배우로서는 하기 힘든 거침없는 에피소드를 모두 공개하였고, 화려한 입담까지 연이어 구사하며 국민MC 유재석은 물론 박미선, 신봉선이라는 잠재적인 경쟁자까지 쥐었다 폈다하는 대단한 솜씨를 보여주었다. 예능계에 새로운 지각변동을 일으킬 윤손하의 일밤 데뷔 무대를 기다리며, 그녀의 등장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