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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연예스토리

꽃보다 남자, 금잔디보다 빛나는 하재경

종영을 눈앞에 두며 벌써 극의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는 최근의 꽃보다 남자는, 처음 시청자들에게 드라마를 선보였을 당시보다 훨씬 더 내용이 부드러워지고 현실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 같아 무척이나 반갑다. 비록 이리저리 얽힌 애정관계로만 극의 중심적인 화두를 이끌고 있는 것 같아 신선하거나 기발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고 있으나, 최소한 초반부에 풀어나가던 재벌을 옹호하기만하고 그들의 비정상적인 모습과 관계를 긍정적 형태로만 풀어나가려는 모습은 지양하고 있는 것 같다. 다른 일반적인 드라마들이 보여주고 있는 형식 그대로 멜로적인 요소가 많이 가미되어 현실적인 모습으로 드라마가 선보여지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이렇게 꽃보다 남자의 극 내용을 한층 더 부드럽고 활기차게 만드는 구준표의 악혼녀 하재경(이민정)의 통통튀는 매력은 이 드라마를 사랑스럽게 만드는 필수요소가 되고 있다. 그녀는 실제 나이 82년생으로 구준표 역을 맡은 이민호보다 다섯 살이나 나이가 많고 극중 스무 살 아가씨 역할을 맡은 캐릭터보다는 실제 나이가 여덟 살이나 많다. 하지만 이민정은 나이를 전혀 무색하게 만드는 강단있고 현실적인 캐릭터를 드라마 속에서 아주 훌륭하고 자연스럽게 선보이고 있다.


꽃보다 남자 속에서 하재경의 캐릭터가 빛나는 이유는 답답하고 현실적이지 않은 여주인공 금잔디의 캐릭터가 그녀의 현실적이고 쿨한 사랑스러움과 자연스럽게 비교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 꽃보다 남자라는 드라마 속에서 이제 금잔디라는 캐릭터는 여주인공을 상징하는 것 이외에는 불분명한 상태에 머무는 이도저도 아닌 인물로 전락한지 오래다. 물론 여러가지 스토리가 금잔디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기에 다소 캐릭터간 이해관계가 엮이며 그녀의 정체성이 혼란스러워진 측면도 적지 않지만, 씩씩한 서민을 대변하며 재벌들이 사랑하는 여성들의 판타지를 대변한다던 그녀는 구준표와 윤지후 사이를 이리저리 재고 오가는 박쥐 혹은 요부같은 밉상 캐릭터로 전락해버린지 오래다. 금잔디라는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뚜렷한 성격이나 그녀가 사랑스러운 윤지후가 아닌 구준표를 좋아하고 있는 이유조차 여전히 명확하지 않으면서 상당히 답답하고 곤란한 처지에 놓여버린 것이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하재경의 캐릭터는 상당히 현실적이고 진취적인 모습을 띠고 있다. 특히 처음에는 다소 억지스러운 정략적 관계로 엮은듯해 보이던 구준표와 하재경의 러브스토리도 그녀가 구준표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본격적인 이유가 밝혀지면서 훨씬 인간적인 매력이 풍겨져나오는 모습들로 다시 쓰여진지 오래다. 21부에서 방영된 하재경만의 사랑받고 사랑하는 방법은 그동안 방영된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 가장 감동적인 모습이었다. 무릎까지 꿇어가며 자신과 헤어져줄 것을 요구하는 구준표를 향해 그녀는 구준표가 금잔디를 향해 보여주는 순애보가 언젠가 자신의 것이 될 수 있다는 믿음때문에 더 그를 사랑한다는 말을 남겼다. 이는 지금껏 봐온 꽃보다 남자의 어떤 장면보다 더 멋지고 현실적인 모습의 사랑에 대한 슬픈 담론이었다.

아마도 실제 구준표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선택해야만 한다면 누굴 선택할까? 아마도 금잔디와 하재경 중에 무조건 하재경을 선택할 것이라 생각한다. 사랑한다면서 결국 자기 의지가 아닌 주변인들의 의지속에서 움직이는 금잔디의 수동적인 모습보다는 사랑을 진취적인 방법으로 쟁취하고 자신의 몫을 끌어당기기 위해 희생하고 이해할 줄 아는 하재경이 훨씬 더 쿨하고 멋져 보이기 때문이다. 처음 구준표가 금잔디를 좋아하게 된 것도 자신에게 환호성을 내지르지 않고 대뜸 멋진 돌려차기를 날리던 반항끼 넘치는 모습에 반한 것이었음을 상기하면 더욱 그러하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타인을 사랑할 줄 아는 모습에 더 끌린다는 표현처럼 더 쿨한 표현이 또 있을 수 있을까.


여러모로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는 내우외환이 유독 많았다. 드라마 내용도 정상적이지 않은 막장드라마에 가깝다며 비판을 받았고, 드라마 외적인 부분들 또한 지속적인 악재가 이어지면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드라마가 막바지에 이르렀음에도 주인공들의 캐릭터와 생각들이 여전히 정리되지 않고 불분명한 상황들에 이리저리 휘둘리면서 시청자들은 큰 혼란스러움에 우왕좌왕 해야만했다.

그러나 그런 현상들이 계속 이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드라마가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나갈 수 있었던 것은, 이 드라마 속에서 가장 쿨하면서도 현실적인 모습으로 사랑이라는 명제를 막판 너무나도 아름답게 표현해내고 있는 하재경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본다. 하재경만의 현실적인 사랑방법이 막장드라마라는 오명과 현실적이지 않은 다른 사랑관계까지 덮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드라마가 끝나게 되면 워낙에 인기 드라마였던만큼 여러 캐릭터들이 기억되고 남게 될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하재경은 주인공이 아니었기에 오래 기억되고 오래 남을 캐릭터는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유달리 많은 캐릭터들이 드라마 속에 있었으나 이 하재경만큼 꽃보다 남자를 빛내준 캐릭터는 없었다고 본다. 가장 현실적인 방법으로 사랑을 표현해내고 있는 하재경의 모습이 반갑고, 그런 하재경을 완벽하게 소화해내고 있는 이민정의 모습이 당차보인다. 그리고 그녀가 있어서 이 꽃보다 남자는 한층 더 빛나는 드라마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