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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이야기/K리그

이동국, 부활의 함성을 내지르다

스트라이커 이동국이 사실상의 퇴출 형식으로 성남에서마저 자신의 위치를 잃게 되었을때, 그가 다시 부활의 축배를 쏘아올릴거라 예견했던 사람은 극소수였다. 프리미어리그에서 혹독한 실패를 겪으며 저조한 몸상태로 2시즌을 허송세월로 보내야했던 이동국의 몸상태는 그만큼 엉망진창이었고, 컨디션은 회복해야 할 시기에 다다랐음에도 늘 저조한 그래프 상태에서만 머무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성남 시절 이동국은 김학범 감독의 굳은 믿음에도 불구하고 경기장에서 아무것도 해내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성남이 그를 영입했던 이유는 과거 김동현이 있었을 당시 보여주던 자신들의 장기인 타켓 플레이를 살리기 위한 결정이었다. 이동국의 다양한 경험과 과거 K리그에서의 훌륭한 활약상 그리고 비록 실패를 겪었지만 빅리그를 노크했던 경험까지. 분명히 이동국은 김동현의 공백이 만들어낸, 아니 그 공백을 능히 뛰어넘을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줄만 굿 초이스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성남의 기대가 무너지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앞서 말했듯 이동국이 성남에서 부진했던 이유는 저조한 몸컨디션도 문제가 되었지만, 무엇보다 성남이 추구하고 있는 특유의 다이나믹한 미들진의 압박플레이 플레이 전술에 그가 좀처럼 동화되지 못한 문제가 있었다. 에이스 김두현이 웨스트 브롬위치로 떠난 성남은 미들진에서 시작되는 특유의 패싱플레이 전개에 어려움을 겪었고, 이로 인해 활력적이고 빠른 형태의 자신들만의 공격적인 장기를 잃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로 인하여 해결책이 전무한 상황에서 다양한 형태의 공격전술을 매번 바꾸느라 진땀을 흘렸다.

거기에다가 넓은 활동량과 센스있는 무브먼트로 전방에서 골 이상의 공헌을 하던 모따의 갑작스러운 기량 저하는 성남의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키는 골칫덩어리가 되었다. 그리고 팀이 전체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있었음에도 여전히 저조한 컨디션으로 전방에서 극소수의 활동량만 보이던 이동국의 존재 또한 어느 순간부터 성남의 공격진에 부담만 가중시켰다. 한때는 국내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불리던 그가 소속팀에 도움을 주기는 커녕 방해만 되는 계륵으로 전락하는 현실을 맞이한 것이다. 전문가들이 이제 이동국의 부활은 어렵고 그가 끝났다며 고개를 가로지은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만큼 그의 몸상태는 엉망이었고 그의 그라운드에서의 모습 또한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어려운 순간에 전북 현대의 최강희 감독은 기꺼이 이동국에게 손을 내밀었다. J리그로 떠난 주축 스트라이커 조재진의 공백을 이동국으로 메우는 위험부담을 기꺼이 감수하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이동국은 자신에게 기회를 준 감독의 기대에 보답하듯 2009 K리그 2라운드 대구와의 경기에서 간만에 멀티골을 터트리며 화려한 부활의 함성을 내질렀다.


물론 이번 멀티골이 이동국의 완벽한 부활을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만큼 이동국의 몸상태가 전성기에 다다른 것도 결코 아니고, 아직 그에게는 가야할 길이 첩첩산중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동국의 부활을 기대섞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이유는 최강희 감독과 전북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동국이 성남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것은 앞서 말했듯 기량만큼이나 팀의 전술적 지원을 받지 못한 고립에서 근거한 것도 많았다. 하지만 전형적인 윙플레이와 타켓 플레이의 클래식한 전술을 자신들의 주요한 공격루트로 활용하는 전북의 칼라는 그동안 이동국이 가장 잘해왔으며 적응하기 쉬운 스타일의 팀 전술이다. 이동국에게 가장 잘 맞는 전술이 전북에는 준비되어 있는 것이다.

승부사인 최강희 감독의 선수 부활 프로젝트 또한 이동국의 향후 활약상을 기대하게 하는 요소다. 2002 월드컵 멤버였으나 이후 꾸준한 하락세를 겪으며 포항에서 결국 후보신세로 밀려나며 허송세월을 보내던 최태욱은 전북에 입단한 이후 전성기 기량에 버금가는 몸상태를 회복하였고, 현재는 다시금 K리그에서 가장 위협적인 윙 플레이어로 각성한 상태다. 이는 최강희 감독이 그만큼 선수를 잘 조련해내고 자신의 재능을 뽐아내는 솜씨가 뛰어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동국 또한 제 2의 최태욱으로 거듭날 가능성이 충분한 것이다.

또한 이동국과 스타일이 비슷한 조재진의 성공스토리 또한 이동국의 전북에서의 미래를 밝게 만드는 요소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다시 J리그로 진출한 조재진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진출에 실패한 이후 절치부심하다가 과거 전북 입단을 결정하였다. 이는 그만큼 전북의 축구 스타일이 그가 가지고 있는 재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하리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재진은 예상했던대로 과거 K리그에서 부진했던 과거를 씻고 전북에서 뛰는 동안 뛰어난 솜씨를 발휘해주었다. 그러니 조재진에 버금가는 실력을 가지고 있는 이동국 또한 부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이동국은 올시즌 전북에 입단하기 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늘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힌바 있다. 18세의 나이에 라이온킹이라는 호칭을 달며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데뷔포를 쏘아올리던 스트라이커는 이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대신 팀원들과 팬들을 배려할 줄 아는 노련하고 침착한 서른 나이의 스트라이커가 이 세상에 존재한다. 앞으로도 그의 계속되는 활약이 이어지길 바라며, 이동국 그의 그라운드에서의 멋진 부활을 믿고 또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