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라는 사이트에 블로그를 오픈하기 시작한지 벌써 6개월이 되어간다. 지난해 9월말 초대장을 받아야지만 개설이 가능한 블로그 사이트가 있다는 친구의 말에 오기 섞인 객기로 초대장을 구걸하여 블로그를 개설한 것이 여기까지 이어져 온 것이다.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일단 상상하기도 어려웠던 또 상상해보지도 않았던 많은 것들을 누려보았다. 아주 약간이지만 금전적인 이득도 얻었고, 이 곳에서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던 친구를 블로그라는 공간을 통해 다시 만났고, 55만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읽은 인터뷰를 실제 진행하면서 뜨거운 눈물도 흘려보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느낀 가장 큰 감동은 내가 쓴 글로 대중들에게 어떤 감정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과 용기를 보았다는 것이다.
나는 과거 글을 쓰는 사람이었고, 글을 쓰고 싶어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 블로그를 운영하기 전까지는 다시 글을 쓴다는 것에 막연한 공포스러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글을 쓰는 것을 포기하고 현실의 생활에만 충실해야 하는지를 심각하게 고민했다. 과거 모 신문사에 소속되어 1년을 생활하였지만 미래가 보이지 않아 자리를 박차고 나오며 큰 상처를 입었었고, PC통신 나우누리, 천리안, 하이텔에서 취미로 연재했던 소설의 반응이 좋아 책을 발간하는 영광을 안았음에도 혹독한 실패를 겪었던 경험은 글을 내 오감 속에 있는 공포라는 신경을 자극하고는 했다. 그리고 나는 그 공포가 두려워 다시는 글을 쓰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는 했었다.
하지만 이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글을 쓰는 것 그리고 타인의 글을 읽는 것의 즐거움을 다시 깨닫고 있다. 5개월간 500만명이라는 적지 않은 분들이 내 블로그를 지나가 주셨고, 수없이 많은 분들이 내 글을 보고 다양한 의견들을 내주었다. 물론 그 중에서는 비인격적인 욕설과 모욕도 적지 않았지만, 그런 그들의 행동조차도 내 글이 만들어낸 파급적 현상이라 좋게 생각하니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내가 적은 글 하나하나에 달리는 의견과 사람들의 생각과 피드백을 지켜보면서 다시 글을 쓸 수 있는 가능성과 즐거움을 누리게 된 것이다.
사실 지난 몇 개월간 나는 내 블로그에 리플쓰기를 제한했었다. 그때만 해도 지금은 이 블로그를 운영하며 글을 쓰고 있지만 언젠가는 이 공간을 떠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정말 글을 쓰는 즐거움을 누리게 된 것이 너무나 기쁘고 다시 글을 쓸 수 있는 용기를 내게 북돋아준 이 공간이 너무나 좋다.
그런 이유로 나는 이제 본격적으로 내 미래를 블로그라는 이 공간에 한 번 투자해보려고 한다. 그동안 나는 내게 있어서 가장 큰 취미생활이던 TV와 연예 프로그램들 리뷰 기사를 쓰는 일에 대부분의 블로그 활동시간을 소비하고는 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른 활동에도 관심사를 두고 축구와 스포츠 정보에 관한 글도 써볼 생각이고, 또 무엇보다 현장에서 직접 삶을 경험하고 체험하는 사람들을 만나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의 소식들을 블로그에 전하는 역할을 시도하려고 한다.
그리고 내가 존재하는 또 다른 이유인 문학이라는 공간에도 더 시간을 투자해 블로그와 문학을 잇는 가교역할을 자임해보려 한다. 시인과 소설가들을 직접 만나 그들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문학에 대한 관점들을 듣고 또 이 시대에 문학이 살아있어야 하는 이유를 직접 들어보려는 것이다. 아마도 굉장히 멋진 일이 되지 않을까? 그게 현실로만 이루어진다면 나 자신에게도 대단한 일이 되지 않을까 무척 기대하고 있다.
또 블로그라는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고 소통하고 꾸준히 글을 읽고 쓰며 내 작품을 완성해보는 일도 소홀하지 않을 생각이다. 가능하면 블로그에 내 소설을 연재해 볼 생각도 있다. 또 신춘문예와 문학지에 열심히 글을 써서 투고도 해보려고 한다.
블로그는 축 늘어져있던 내 삶에 새로운 형태의 그리고 새로운 형식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 가능성의 빛을 보게 해준 것이 너무 감사하고 기쁘다. 모쪼록 많은 블로거들에게도 이 블로그라는 공간이 삶의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미래를 투자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 사람은 새로운 목표를 찾는 순간 행복해진다. 그래서 나는 지금 대단히 행복하다.
'뷰라의 주절주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녀시대와 카라 (3) | 2009.03.27 |
---|---|
이건 진짜 아니다 (5) | 2009.03.26 |
블로거뉴스와 메타블로그의 트래픽 승자는 (9) | 2009.03.10 |
소통하는 블로거가 되련다 (6) | 2009.03.03 |
에덴의 동쪽의 왕성한 짝짓기 본능 (0) | 2008.12.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