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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연예스토리

카벨, 신현준이 살아야 소지섭도 산다

여러가지 부분들에서 지금까지 선보여진 드라마 카인과 아벨에는 지적되어야 할 아쉬운 부분들이 적지 않다. 특히 그 중에서 가장 큰 문제점을 꼽자면 50부작으로 준비되었던 드라마의 본래 내용이 20부작으로 추려지면서 발생한 스토리의 개연적이지 못한 내용들이 계속 드라마적인 구성과 내용의 정상적인 전개에 방해로 작용되고 있는 점이다.

실제 카인과 아벨(이하 카벨)은 당초 50부작 대하드라마로 준비된 작품이었다. 하지만 제작사의 사정과 편성에 대한 논란끝에 30부작이나 스토리가 축소되며 드라마가 미니시리즈로 변경되었다. 그로 인하여 굵직한 메인 스토리들을 제외한 모든 이야기들이 제거되었고, 드라마의 내용 또한 매우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속도를 추구하는 드라마의 내용이 너무 축약되어 있어 시청자들에게 내용상의 혼란스러움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이초인(소지섭)이 사막에서 총에 맞아 기억을 잃고 오강철(박성웅)을 만나 생사고락을 함께 나누는 몇 개월과 그가 중국 현지에서 탈북자로 몰려 북한 특수부대에게 쫓기는 등의 여러 사건에 휘말리는 부분은 실제 앞으로 드라마의 전개를 위해서는 큰 비중을 차지해야 했던 부분이었지만, 너무 빠르고 정신없이 전개되어 혼란스럽다는 느낌 또한 전달된 것이 사실이었다. 이초인이 한국에 돌아와 오영지(한지민)을 만나는 부분과 김서연(채정안)을 만나지만 알아보지 못하고 등을 돌린다는 스토리 또한 우연스럽게 전개하는 과정들 속에서 지나치게 빠르게 지나가 제대로 된 감정의 깊이를 느끼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여기서 더 큰 문제는 빠른 내용을 추구하고 있음에도 이야기가 밋밋하고 시청자들은 빠른 내용전개에서 받아들어야 할 카타르시스를 느끼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신없이 지나가는 스토리 전개에 시청자들이 빠져들며 흥미진진함을 느껴야만 했음에도 이상하게 스토리가 처진다는 기분만 느낀 것이다.


이렇듯 카벨의 스토리가 밋밋해진 가장 큰 이유는, 비중있어야 할 조연들의 이야기가 제거되고 오직 메인 주인공인 소지섭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생기는 스토리의 불균형적인 법칙 때문이다. 물론 카벨은 소지섭을 위한 소지섭이 중심이 되는 소지섭의 드라마임이 확실하다. 그렇기에 그가 드라마 속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고, 그의 복수극이 극의 긴장감을 대변하는 모든 것이 되어야 하는 것 또한 맞다. 하지만 중심이 아무리 탄탄하더라도 주변부와 기초가 부실하다면 건물은 무너져내릴수밖에 없다. 실제로 카벨의 이야기가 지나치게 소지섭 중심으로만 쏠리면서 소지섭의 검증된 연기력은 호평받고 있지만, 다른 캐릭터들의 비중과 그 역할에는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다. 다른 출연진들의 모든 스토리가 소지섭 하나만을 떠받드는듯한 내용으로만 흘러가며 긴장감이 점차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문제점은 얼마 전에 종영한 에덴의 동쪽이 겪었던 문제들과 같은 종류의 딜레마라 할 수 있다. 이는 드라마의 원톱 주인공이 과연 드라마 속에서 어느 정도의 비중을 가져가야지만 작품을 살릴 수 있는지에 대한 풀리지 않는 궁극적인 의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신현준은 확실히 이런 카벨의 드라마 내용전개상 가장 큰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이다. 당초 드라마 기획 단계에서 선우역에 캐스팅되었던 지진희가 하차하면서 스토리 내용까지 축소되었고, 이로 인하여 카벨은 아예 드라마 제목을 바꾸고 소지섭 원톱 체제로 시나리오를 개편하는 것을 심각하게 검토했었다. 물론 신현준이 극적으로 합류함으로서 다시 형제간의 갈등이라는 드라마의 기본적인 골격은 유지했지만, 아니나다를까 신현준은 카인이라는 명목상 주인공으로만 등록되었을뿐 아벨인 소지섭의 들러리가 되고 있다. 애시당초 높은 비중을 기대하기 어려운 캐릭터를 맡아 드라마 속에서 소외된 가운데 홀로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이다. 

드라마에서 갈등이 충돌해야 할 지점들을 생각해보면 이렇듯 신현준의 비중이 소지섭에 비해 절대적으로 낮은 것은 상당히 아쉬운 일이다. 사실 카벨의 가장 큰 충돌 포인트이자 갈등이 고조되어야할 지점은 언제쯤 카인 신현준과 아벨 소지섭이 본격적인 승부를 벌이느냐에 달려 있다. 하지만 드라마 초반 이초인의 캐릭터를 너무 강하게 유지시키기 위해 그와 동떨어져있는 카인 신현준의 캐릭터는 뒤로 밀려나가버렸고, 이로 인해 이선우라는 캐릭터에는 매력적인 모습들이 전무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는 앞으로 두 사람의 승부처에 대한 기대감을 저하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초인이 중국에서 기억을 잃고 오강호로 다시 태어나 자신의 복수를 펼쳐나가기 위한 명분을 쌓아가고 있음에도, 이선우는 그저 불치의 병이 재발하고 안아주던 동생을 철저하게 외면하며 사지로 몰아내는 냉혈안에 가까운 모습만 보여준 것이다. 이렇듯 캐릭터간 힘의 균형추가 붕괴되면서, 드라마의 서사적인 구조가 무너지는 문제 또한 발생되고 있다.


사실 신현준은 여러모로 이선우라는 캐릭터로 선택되기에는 불안한 요소가 적지 않은 인물이었다. 90년대 장군의 아들 하야시로만 기억되는 신현준이라면 문제가 없었겠지만, 최근의 신현준에게서는 정극 배우라는 이미지보다는 코믹배우라는 이미지가 더 풍겨져나왔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카인과 아벨의 스토리가 신현준을 철저하게 제외하고 소지섭 중심으로만 흘러갔던 것은 그런 신현준에 대한 대중들과 제작진의 믿음이 전무한 이유때문인지도 모른다. 지금껏 이선우의 캐릭터가 상대적으로 소외된 것은 배우 신현준의 검증되지 않은 카리스마에 대한 의구심이 만들어낸 불가피한 스토리상의 궤도수정이었을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소지섭에게 드라마의 모든 포커스가 집중되는 지금 시점에도 신현준은 베테랑 배우답게 기대 이상의 연기력으로 이선우라는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드려 애쓰고 있다. 드라마  속에서 중심이 아닌 주변부로 밀려난 모습을 보여주고 있음에도, 노련한 배우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카리스마를 스스로 창조해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제작진 또한 이제는 이선우라는 캐릭터에게서 그저 이유와 당위성만을 만들어내려고 하는 밋밋한 방치를 지속시켜서는 안된다. 조금 더 소지섭과 상대할 수 있는 악역으로서 이선우라는 캐릭터에 입체적인 방법의 힘을 실어주는 선택이 필요하다.

드라마라는 장르는 결코 혼자서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일인 모노극처럼 한 명이 뛰어다닌다고해서 완성되는 장르가 아니라는 것이다. 아무리 소지섭이 소리를 지르며 머리에 총을 맞은채 기억상실증에 걸려 뛰어다니는 남성미 넘치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연기해도, 주변 캐릭터들이 적절한 형태의 대립을 만들어주지 못한다면 소지섭 또한 살아날 수 없다. 이선우 그리고 그 캐릭터를 맡고 있는 신현준은 대단히 능동적인 모습으로 낮은 비중에도 불구하고 카인과 아벨의 축으로서 거듭날 준비를 완료한 상태다. 이제는 이 드라마를 살리기 위해 신현준과 이선우에게 힘을 실어주어야만 하고, 또 그래야만 할때가 되었다. 그리고 신현준이 살아나야 소지섭의 캐릭터 또한 지금보다 더 매력적인 모습으로 거듭나며 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