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뷰라의 연예스토리

빅뱅 자서전, 돈을 노린 자서전 맞다

최근 도서 시장은 아이돌 가수 빅뱅이 집필한 자서전으로 매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10만부를 발매한 초판이 순식간에 모두 팔려나갔고, 추가로 10만부의 책이 판매될 것이 유력하다고 전해지고 있으며, 이 책은 발매된 직후부터 지금까지 압도적으로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다. 불황에 늪에 빠진 경기조차 비웃듯 하나의 팬덤 집단을 지휘하는 아이돌 그룹 가수 빅뱅은 단순간에 도서 시장의 정상 꼭대기 깃대를 자신들의 것으로 바꿔 끼워버렸다.

이러한 도서 시장의 빅뱅 열풍을 한 번 체감해보고 싶었다. 개인적으로도 빅뱅이라는 가수와 특히 태양이라는 솔로 가수를 좋아하는 팬이기에 자서전에 눈길이 가고 관심이 동했다. 그래서 책을 주문했고, 도착한 책을 읽었다. 그리고 나는 곧장 이 책을 화장실 변기 뒷쪽에 옹기종기 모인 책들 사이에 가지런히 끼워넣었다.  애당초 큰 기대를 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예상보다 훨씬 더 실망스러웠기 때문이다. 정의하면 이건 자서전이 아니었다. 소설. 딱 소설이었다.


사실 이제 갓 스물 한두살 먹은 이들의 성공 수기라는 것을 대필 작가가 대중적인 인물의 알려진 성향에 맞춰 짜집기한 것에 불과한데 건질 수 있는 깊이 있는 내용이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몰랐다. 또 좋게 해석하면 어느 정도는 재미있고 흥미로운 내용이 있기도 했다. 하지만 이 자서전을 곧장 화장실로 직행시킬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표지에서부터 내용 그리고 자서전이 끝날때까지 풍겨져나오는 지독한 돈냄새 때문이었다. 소속사의 입김이나 방침이 그대로 들어간 것 같은 선전문구에 좌절 극복이라는 뻔한 내용 그리고 '아아 너희도 힘을 내라' 70년대 새마을운동식 청소년 계몽을 위한 이 자서전에 대한민국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20대 초반의 남자가 해볼만한 보편적인 고민은 단 한 줄도 없었다. 그저 돈돈돈. 이 책에서 느껴지는건 쓸어담을 구체적인 인세금액에 대한 고민과 빅뱅이라는 그룹을 글빨로 마케팅화 시키고 선전화하려는 지독한 상업주의 냄새만이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더 불쾌했다. 차라리 동방신기 화보집, 신화 누드집은 타켓층을 설정한 지극히 상업적인 내용의 출간물이니까 그러려니 한다. 그런데 이건 다르다. 자신의 생각과 삶을 내놓는다는 자서전이다. 그런데도 내용이 무협지에 가까운 판타지에 결국 줄창 자기 PR만 해대는 소설에 가깝다. 그러니 불쾌하지 않을 수가 없다.

물론 글을 전문적으로 쓰지 않음에도 스타 혹은 단 한번의 성공과 밀려나게 될 잠깐동안의 정상자리를 앞세워 자서전이나 회고록을 발매해 주목받고 돈까지 쓸어담는 사람들은 빅뱅 이외에도 이 세상에 부지기수다. 소설가 이외수가 빅뱅 자서전을 읽어보지도 않고 빅뱅이 돈만 노리고 자서전을 썼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을 되려 비판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외수의 이러한 비판이 진짜 정당화 될 수 있는 근거는 빅뱅의 책이 그가 말한 것처럼 그들이 정상의 위치에 서기까지의 진실한 땀과 노력 그리고 솔직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었을때나 가능한 논리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빅뱅의 책은 전혀 그런 것들을 담고 있지 못한다. 내용이야 문제가 아니다. 앞서 말했듯 빅뱅의 자서전은 그냥 자서전이 아니라 꾸며낸 이야기들이 가득한 한 편의 소설이다. 자신들의 성공 수기와 방법이라고 적어놓은 것들부터가 전부 꾸며놓은 이야기들과 이미지 메이킹한 거짓이 가득한데 그런 자서전을 어떻게 상업적인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차라리 진짜 자서전으로서의 가치는 대선배 황선홍을 패주고 싶었다고 당당히 써갈긴 이천수의 자서전이 훨씬 낫다. 이외수는 빅뱅 자서전을 읽지도 않고 그들에게 선입견을 가지고 비판하는 것이 촌스럽다고 했는데, 빅뱅 자서전을 읽어보면 빅뱅에게 없던 선입견도 생기게 만드는 힘은 있다. 그리고 빅뱅이 돈을 쫓아 자서전을 가장한 소설집을 낸 아이돌로 보여 촌스럽게는 느껴진다. 그런 힘은 있다.


편견이나 선입견이라는 것은 결코 아무 상황에서나 막 갖다 붙일만한 단어가 아니다. 어리숙해보이고 보잘 것 없어보이는 핸드폰 판매원 폴 포츠에게 눈길도 주지 않다가 그가 기똥차게 노래를 부르는 것을 알고 내가 다르게 보았다면 편견과 선입견이 잘못되고 촌스러운 것이었음을 사과할 수 있다. 하지만 폴 포츠가 노래를 부르겠다고 해놓고 형편 없는 노래 실력으로 주위 사람들을 괴롭게 했다면 그에게 가진 선입견이나 편견을 굳이 사과할 필요가 있겠는가. 

빅뱅은 도서 시장이라는 곳을 폴 포츠와는 하늘과 땅의 괴리감을 가진채 노크했다. 책의 내용도 보지 않고 사가겠다고 우르르 몰려간 10만명이 존재했고, 내용의 평가야 어떠하든 베스트셀러니까 줄을 서서 사가겠다는 10만명이 뒤를 쫓았다. 그렇게 세상을 다 가진 정상의 1%로 치부되고 있는 그들이 무슨 편견과 선입견의 피해자가 되고 있다는 것인지 이해가 불가능하다. 형편없는 내용을 옹호하면서 그걸 하하호호 좋네요 최고에요 하면서 빅뱅이라 그런지 자서전도 끝내주네요라고 말해야 하나. 그건 가지고 있는 자에 대한 비굴함에 불과하다. 내용이 너무 형편없어서 없던 편견과 선입견도 생길 참인데 편견과 선입견을 지우라고 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는 것이다.

결국 어떤 분야든 중요한 노른자이자 핵심은 내용이다. 그리고 그 내용이야말로 비판이 촌스러운지 날카로운지 순수한지 돈만 노린건지를 가늠하게 해준다. 빅뱅이라는 그룹 이름 하나를 앞세워 준비되지 않은 소속사의 입김과 이미지 메이킹이 들어간 자서전을 상업적이라고 비판하는 것이 잘못된 것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누구나 돈을 노린 상업적인 결과물을 쫓는다. 여기가 자본주의 사회인 이상 누구나 그러고 또 그러는 것이 정상이다. 모두가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고 애를 쓰면서 살아가려고 하는 것도 결국 스스로 풍족한 삶을 누리고자 하는 열망과 돈을 더 끌어모으겠다는 의지가 있기 때문이 아닌가. 빅뱅의 자서전 발매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돈을 노리고 자서전보다는 멤버 이미지에 맞춰 소설을 내놓았다는 것은 인정해야 할 부분이다. 그건 엄연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자서전에 대한 대중들의 비판 또한 자유로워야만 한다. 아직 남아있는 인생의 반의 반도 살지 않은 스무살 청년들이 두 세살 아래 청소년에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는것도 코미디지만 코치한다는 비전과 내용조차 뻔하고 식상한 내용으로 가득차 있다면 상업주의적인게 맞는데 왜 그걸 아니라고 해야하나. 상업주의적인게 나쁜게 아니다. 그런데 돈을 노리고 만들어진 자서전이 확실한데 왜 그걸 아니라고하며 포장까지 해줘야하나. 그건 이해 불가능한 일이다. 돈을 노리고 내놓은 자서전이 맞는데 도대체 그걸 아니라고 해야 할 이유가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