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뷰라의 연예스토리

대중들의 신해철 비판이야말로 궤변이다

신해철의 입시학원 광고 출연 문제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부분은 신해철이라는 인물이 보여준 '아 다르고 어' 다른 태도다. 신해철을 비판하고 있는 이들은 평소 획일적인 대한민국 공교육 정책에 대해 비판을 가해온 그가 사교육 시장 열풍을 부추기는 명문 입시학원 광고에 출연한 것에 배신감을 느꼈다고 말하고 있다. 물론 이와 같은 비판은 어떻게보면 합당하다. 왜냐하면 분명히 신해철 본인이 자신이 과거 말했던 주장과 행동을 일부 매치시키지 못한 부분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무조건적인 신해철 비판의 원초적인 근거가 모두 정당한지는 의문이 생긴다. 왜냐하면 신해철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논리와 근거라는 것이 결국 대중들 스스로가 만들어낸 신해철이라는 인간의 이미지 즉 허상을 기초로 두고 있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과연 신해철이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 하는 점이다. 대중들이 신해철의 광고 출연에 실망을 느낀 것은, 그를 냉철한 독설가에 대단한 진보주의자이며 이 사회를 개혁시키고자하는 아티스트이자 잔 다르크로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단 이것부터가 잘못된 것이다. 왜냐하면 신해철은 자신이 그저 평범한 가수이며, 하고 싶은 말을 두서없이 말하는 궤변론자라고 진행하던 라디오에서 스스로를 그렇게 정의한 바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는 과거 무릎팍도사에 출연해 '그냥 내 기준에 들어맞는 것은 옳다고 생각하고 말을 쏟아내고 주위 사람들과 어울려 낄낄거리고 싶은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대중들은 이번 광고 출연으로 그가 진보주의를 배신했다고 말하는데, 정작 신해철 본인은 애당초 자신이라는 사람에게 그렇게 대단한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가 구체적으로 말을 바꾸고 번복했던 것은 이런 경우보다 더 구체적인 것들이 즐비하다. 그는 100분 토론에 출연했던 자체가 다 후회라고 말했으면서도 또 출연했고, 넥스트 해체하겠고 이젠 가는 길이 다르다고 말하고서는 다시 그룹을 재결성했으며, 구속되며 죄송하다고 고개 푹 숙여놓고서는 나중에는 구속사유가 된 약품을 합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즉 신해철은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만큼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니다. 말을 격한 방식으로 대중들이 좋아할만하게 잘 꾸며내는 것에 능숙할뿐 주장하고자하는 핵심도 능수능란하게 뒤엎으며 위기에 빠지자 뜬금없이 MB를 끌어들여 자기 합리화를 시도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는 그냥 그렇게 우리들과 똑같은 모습으로 현실을 순응하며 살아가는 한 인간인 것이다.

이번 사건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공교육에 대해 신해철이 주장했던 부분도 겉만 흝어보는 것이 아니라 비판하기 전에 그 내부를 제대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신해철은 분명히 과거 공교육 정책에 대해 비판했었다. 그리고 획일적인 교육정책에 대해서도 비판했고, 몰입식으로 진행되는 교육환경도 비판했다. 하지만 그는 이 이상의 단계부터는 다른 진보주의자들이나 개혁가들과 노선을 다르게 걸었다. 그는 죄다 바꾸고 개혁하는 것이 아닌 반대로 순응하고 타협할 것을 대중들에게 권유했기 때문이다.

그가 미니홈피에 이번 광고 출연이 자신이 평소 주장하던 부분들과 다르지 않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결코 그는 과거 서울대를 없애자. 사교육 시장을 없애자. 과외를 없애자. 이런 식의 주장을 펼친 적이 없다. 그냥 아 사교육 시장 이거 문제네요 그런데 어쩌겠어요 다수의 사람들이 원하네요 사교육 하고 살아야겠네요 이렇게 말하고 끝냈을 뿐이다. 모든 사람들이 사교육 시장에 불만과 불평을 터트렸지만 결국 수십만원의 돈을 들여가며 자기 자식들은 학원에 보내고 과외 시키듯이 신해철도 그렇게 현실에 순응한 전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신해철 광고 출연 논란은 몇몇 대중들이 공인에게 너무 완벽하게 되는 것을 바라며, 정작 공인이 원하지도 않았던 이미지를 씌우고 자기 생각에 어긋나보이면 그게 아니라고 소리치며 너 왜 그랬냐고 따지는 궤변이 핵심이다. 신해철은 지금껏 단 한 번도 입시학원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 적이 없다. 대한민국 누구나 그렇듯이 흔히 할만한 불평불만을 터트렸을뿐 반대로 더 열심히 공부해야한다고 말하던 사람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평소 주장처럼 학생들 더 열심히 공부하라고 학원 광고에 출연한 것을 그의 주장과 어긋나는 부분이 있었다고 해석할 수 있을까. 어긋났다고 말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지금껏 신해철의 주장을 곡해해서 자기 뜻대로 해석해 들었거나 그동안 신해철이라는 사람 자체를 잘못 생각하며 왜곡된 시각을 가지고 있었을 뿐이다.

하나의 의견이 있더라도 흑과 백으로 갈라놓고서는 흑이 옳다 백이 옳다고 장담할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번 사형제 논란만해도 한나라당에서는 조속히 다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반면, 같은 당의 남경필 의원은 사형제 하지 말자고 주장하고 있다. 자기 색깔을 가지고 철새처럼 몰려다니는 정치집단 안에서도 이렇게 의견 차이가 나온다. 그런데 어떻게 한 가지 상황에 맞춰 사람을 다 밀어넣고 그 장단에 춤추며 살라고 강요할 수 있겠는가.

신해철은 대중들에게 무슨 기대를 가져달라고 강요하며 이미지 메이킹을 바란 적이 없다. 그러니 그냥 그러려니 하는 것이 맞다. 앞서 말했듯이 누구나 대한민국 교육정책에 불만이 있지만 결국 자기 자식들은 비싼 돈들여 학원을 보내고 과외를 시킨다. 그러니 신해철의 궤변이야 사실 궤변도 아니다. 사회 전체와 대중들 전체가 죄다 궤변덩어리인데, 뭐 그 정도 행동이 궤변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