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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연예스토리

박예진, 연기력으로 뛰어넘은 이미지


      



이미 수차례나 영상물로 제작된바 있는 컨텐츠인 미워도 다시 한번이 드라마로서 되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여러가지 이해관계보다 앞서 고려되는 흥행성을 염두에 둔 결정이었을것이다. 최근 대중들은 어느 시간대에 방영되던 자극적인 불륜과 빠른 속도감을 주제로 두고있는 드라마에 우호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 지적되는 막장드라마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시청률 40%를 넘나들고 있는 저녁시간 일일극 '아내의 유혹'과 역시 막드의 완전판이라는 비판과 아침극이라는 한계에도 시청률 30%에 가깝게 접근했던 '흔들리지마'는 채널 선택권을 쥐고 있는 대다수 시청자들이 선호하는 취향을 그대로 보여준 드라마들이라 할 수 있다. 일각에서 비판도 거세지만 결국 흥행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는 드라마로서의 가장 큰 요건 중 하나가 막장극임을 보여준 것이다.

미워도 다시 한번 또한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해석될수 있는 드라마라 할 수 있다. 원작이 가지고 있는 요소들에서 여러모로 기본적인 밑그림의 변화는 있지만, 중년의 불륜 그리고 세컨드라는 자극적인 설정이 존재할뿐만 아니라 눈코 뜰새 없는 빠른 전개로 흥행력을 갖춘 막장드라마들이 보여주는 전례들을 그대로 밟아나가고있다. 십수년이나 불륜의 관계에 있던 혜정(전인화)을 숨겨두던 정훈(박상원)이 딸 수진(한예인)과의 우연찮은 대화로 아내인 명인(최명길)에게 불륜사실이 들통나고, 불륜사실을 알게 된 아내는 부녀지간을 불륜관계로 오인하는 장면은 이 드라마가 추구하고자하는 속도감과 주제의식을 그대로 보여준 예시라 할 수 있다. 전면부에 공개되는 굵직한 사건들을 보여주기 위해 빈약한 스토리의 서사적 구조를 속도와 자극적 상황으로 메꾸려하는 이 드라마는, 전적으로 다수 시청자들을 자극적인 방법으로 끌어당기고자하는 '아내의 유혹'류 드라마들과 맞닿아있는 막장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이 드라마가 시작되기에 앞서 가장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사건 중에 하나는 아마도 박예진의 출연 결정이었을것이다. 이는 앞서 이야기했던 드라마가 가지고 있는 막장극으로서의 성격과 최근 박예진이 보여주고 있는 활동들이 전혀 매치되지 않는 괴리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녀의 드라마 출연 결정이 일어난 직후 커다란 논란이 일어났고,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모두가 알다시피 박예진은 최근 예능프로그램인 '패밀리가 떴다'를 통해 자신의 연예계 생활 중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과거 차갑고 도도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으며, 그 이미지 때문에 자신보다 실제 나이가 다섯 살이나 많은 배우 유선의 언니 역할을 맡기도 했던 그녀는 '패밀리가 떴다'를 통해 자신의 이미지를 성공적인 형태로 밝고 경쾌하게 변화시킨바 있다. 그렇기에 그런 박예진이 미워도 다시 한번의 차갑고 도도한 최윤희로 되돌아온다는 사실에 대중들은 의구심 섞인 시선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이는 낡은 형식의 막장극에 밑바탕을 두고 있는 이 드라마에 합류 결정을 내린 그녀의 선택이 기껏 긍정적인 형태로 변화시킨 그녀의 밝고 경쾌한 이미지를 다시 예전의 차갑고 도도한 이미지로 뒷걸음질치게 만드는 악수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드라마가 시작된 지금, 드라마의 내용이야 어찌되었든 박예진이 내린 선택은 결코 잘못된 것이 아니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일부 사람들은 패밀리가 떴다를 통해 박예진이 얻은 발랄하고 경쾌한 이미지가 씌여진 이상, 그녀가 차갑고 도도한 이미지를 앞세우는 캐릭터를 다시 능수능란하게 소화해내기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녀는 일각에서 제기되었던 이러한 평가들을 비웃듯 미워도 다시 한번에서 완벽하고 능수능란한 모습으로 앵커 최윤희역을 소화해내고 있다. 미워도 다시 한번은 방영된지 2회만에 벌써 시청률 20%를 넘보고 있다. 그만큼 많은 이들이 이 드라마를 시청하고 주목하고 있으며, 이는 박예진이 출연중인 패떴의 주시청자층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에서 박예진의 연기나 캐릭터가 어색하다며 불만을 터트리는 시청자들은 전무하다. 고정으로 출연중인 예능 프로그램에서 드라마 속의 모습과 전혀 정반대의 이미지로 자신을 어필하고 있음에도 그녀의 연기에 논란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그녀가 자신에게 고정되어 있는 이미지조차 뛰어넘을만한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반증이기도하다.

이렇게 극과 극에서 상충되지 않는 이미지를 쉴새없이 오가는 그녀의 모습은 그동안 정작 중요시되지 못했던 배우의 연기력이 지니고 있는 가치를 다시 생각해보는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톱 배우들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을 꺼리는 편이다. 왜냐하면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이미지가 그대로 공개되고 고정화되면, 배우로서 여러 이미지를 옮겨다녀야하는 상황을 적절하게 조절하기 어려워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예진은 이번 작품으로 이러한 통념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배우에게는 기본적인 연기력만 있다면, 어떤 예능에 출연하든 어떤 프로그램에 출연하던 자신이 활동할 수 있는 범위를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다는 것을 '미워도 다시 한번'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사실 그동안 배우 박예진이 예능인 박예진과 절충되지 못하는 부분을 어느 정도나 떠안고 갈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숱하게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앞서 이야기했듯 그녀는 패밀리가 떴다를 통해 그동안 차갑고 냉정하던 배우 박예진의 이미지를 부드럽게 유연한 형태로 변화시키는데 성공한바 있다. 하지만 그녀는 패떴이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반대로 코믹한 이미지 때문에 예능인 박예진의 이미지가 또 고착되는 상황을 맞이했다. 이는 과거 차갑던 이미지가 대중들의 뇌리에 박혀버린것과 같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녀가 패떴을 통해 폭팔적인 인기를 누리기 시작했음에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곧 프로그램에서 하차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리고 그녀가 연기자로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패떴에서 꼭 하차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과거 박예진과 관련한 글을 포스팅했던 필자 또한 이천희와 박예진, 선택의 기로에 서다라는 글에서 박예진이 배우로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예능이나 드라마 둘 중 한가지 선택을 내려야한다는 주장을 펼친바 있었다.

하지만 박예진은 이와 같은 예측들이 자신에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또한 꼭 대중들에게 고정된 이미지에 머무르지 않고, 그 이미지에 자신의 모습을 덧씌우지 않아도 충분히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자신의 이미지와 전혀 상충되지 않은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음에도 뛰어난 연기력으로 이를 극복해내고 상쇄해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드라마 '미워도 다시 한번'은 패떴에 이어 그녀가 내린 훌륭한 선택의 연장선이라 할 수 있다. 그녀는 이 드라마로 다시 갈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고 다시 가지도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길을 택함으로서 대중들의 일반적인 상식을 배반하였다. 하지만 그 배반속에서 더 무궁무진한 선택이 가능함을 보여줌으로서, 상식적인 틀보다 더한 즐거움 또한 시청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결국 연기력을 갖춘 배우는 자신에게 어떤 이미지가 씌여지던 그것을 극복해낸다. 그리고 박예진은 연기력으로 이미지의 좁은 굴레조차 쉽사리 뛰어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박예진은 이렇게 진짜 '배우'로 거듭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