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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버라이어티

1박 2일, 히든카드가 필요한 시점


     



지루하고 진부했다. 특징도 없었고 예전에 방송되었던 장면들이 다시 방송되는 것처럼 너무나 같은 모습과 같은 내용들이 반복되고 있었다. 사실 1박 2일의 이러한 문제점들이 어제 오늘 지적된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그 정도가 지나치다 싶을 정도다. 그만큼 지금의 1박 2일은 프로그램이 담고 있는 웃음의 포인트가 멤버들에게서 비롯되는 것이 전무하다. 멤버들은 주도권을 잡고 무언가 해내겠다는 의지가 부족해보이고 어떤 상황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지거나 하늘에서 뚝 떨어지길 바라며 입만 벌리고 있다. 거기에 가끔 만들어내는 웃음조차 신선하다는 느낌보다는 늘 같은 모습으로 반복되는 데자뷰마냥 억지스러운 느낌마저 들고있다. 그러니 이제는 제대로 된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의 1박 2일은 예능프로그램이라고 보기 어렵다. 교양 다큐멘터리쪽에 가깝다.


이러한 1박 2일에 가장 아쉬운 점은 무엇보다 긍정적인 변화가 이루어지며 앞으로 나아갈 기회를 어렵게 만들어내고서는 되려 다시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최근 1박 2일은 지상렬의 게스트 투입과 박찬호의 깜짝 등장으로 어떻게해야 프로그램의 재미와 흥미를 높일 수 있는지 정확하게 보여주었다. 사실상 여행 혹은 투어 프로그램이나 다름없는 1박 2일에게는 절대적으로 활력을 불어넣어줄만한 인물이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여섯 남자만으로 만들수 있는 상황극들에는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무한도전과 가장 비교되는 지점은 바로 이 부분이다. 무한도전은 하나의 목표점을 향해 달려가는 형태를 보여주고 완성된 캐릭터들간의 투닥거림이 존재한다. 거기에 도전이 있고, 목표가 있으며 상황이 있다. 하지만 1박 2일은 투닥거리는 상황보다 게임의 결과가 중요시되고, 목표보다는 이야기 안에서 발생되는 소소한 상황극들 즉 먹는 것 그리고 복불복으로 대부분의 상황을 만들어낸다. 패밀리가 떴다가 그러하듯이 치밀한 대본이나 명확한 캐릭터 설정이 필요하지만 이런 모습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은 1박 2일이 강호동을 잘못 사용하는 방법에서부터 비롯된다. 1박 2일은 강호동을 위한 강호동의 버라이어티다. 유재석이 패떴이나 무도 안에서 적극적인 참여자로서 활동하다가도 뒤로 빠져 조율가로서  멤버들간에 일어나는 상황들을 관망하고 조정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1박 2일의 강호동은 이와 다르다. 1박 2일은 유독 PD가 나레이션 진행의 적극적인 주도권을 잡고 멤버들간의 서바이벌 경쟁을 자주 붙여놓는다. 이는 과거 이명한 PD도 그러했고 지금의 나영석 PD 또한 마찬가지다. 1박 2일이 가지고 있는 프로그램 성향과 캐릭터를 소비하는 패턴은 여기에서 드러난다. 강호동을 프로그램의 주변부에서 다른 캐릭터들을 돕는 MC로서가 아닌 주도적인 에이스 혹은 2인자와 1인자로서의 역할을 구분짓지 않고 모두 사용한다. 그리고 다른 캐릭터들은 이런 강호동을 치환하고 돕는 형태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

이번 담양편에서 강호동은 식사경쟁순위에서 3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그는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듯 이내 불만을 터트리며 진행자인 'PD'에게 항의하고 자신에게 다른 어드벤테이지를 줄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으로만 10분의 방송시간을 끌어냈다. 만약에 무한도전이 이런 상황극을 만들어냈다면, 아마 박명수가 유재석에게 불만을 터트리고 유재석이 이를 정리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철저하게 멤버들간의 캐릭터가 분리된 모습을 보여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1박 2일은 강호동이 진행하다가도 그가 불만을 터트리고 그가 전면부에서 모든 것을 행사한다. 그 상황에서 지나치게 카메라 밖의 PD가 진행자로서 개입하고 간섭한다. 국내 최고의 진행자인 강호동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완전히 낭비해버리는 것이다. 1박 2일은 강호동을 너무 중심부에만 가져다놓고 과잉소비하며, 그가 주변부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상황극들을 모두 버려버린다. 그리고 모든 것들을 강호동이 해주기만을 바라고 있다. 그러니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현재 1박 2일에서 강호동을 제외하고 가장 활약이 좋은 멤버는 이수근과 이승기다. 특히 이승기는 가지고 있는 예능감이나 재주에 비해 1박 2일에서의 활약은 가히 수준급이다. 그가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은 그와 강호동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캐릭터간의 유대감에서 비롯된다. 이승기가 아무리 좋은 감각과 능력을 지녔더라도 1박 2일의 중심에 서 있는 강호동과 제대로 엮이지 못했다면, 그가 지금처럼 다른 캐릭터들을 제치고 프로그램의 중심에 있었으리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이는 강호동과 특별한 선후배 관계로 엮여 서로간의 만담을 주고받을 수 있는 이수근 또한 마찬가지다. 김C가 극도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처음 부여받았던 달인 캐릭터를 잃은 것도 이와 같은 현상의 연장선이다. 그의 예능감각이 부족한 것 또한 사실이지만, 그는 강호동과 도통 엮일만한 무언가가 없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도태되고 부진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제작진의 시각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강호동은 현재 스타킹을 진행하면서 막강한 파괴력과 환상적인 진행능력 그리고 일반출연자들의 개성과 장기를 살리는 최고의 어시스트맨으로 활약중이다. 황금어장 - 무릎팍도사에서도 마찬가지다. 특급 게스트들과 스타들은 강호동이라는 인물 앞에서 다른 방송에서 할 수 없는 어려운 이야기들을 속시원하게 털어넣는다. 이는 강호동이라는 진행자가 이 방송에서 완벽하게 자신의 약점을 포장해주고 털어줄 것이 분명하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과거 진행하던 캠퍼스 영상가요부터 무릎팍도사에 이르기까지 강호동은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대중들에게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그러니 제작진은 강호동을 한발자국 물러서게 만들고 그에게 다른 캐릭터들을 도울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주는 여유가 필요하다. 강호동이라는 예능인을 올바른 위치에서 올바르게 써야한다는 것이다.


즉 지금 1박 2일에 필요한 것은 신정환이나 지상렬이다. 무한도전의 박명수가 그러하듯이 1인자로는 올라설 수 없지만, 강한 캐릭터로 강호동을 견제하고 그와 웃음을 만들어낼 수 있는 2인자가 필요하다. 이수근은 너무 약하고, 이승기는 너무 순하다. 지금 강호동의 어깨 위에 올려진 1박 2일이라는 프로그램의 짐은 너무나 무겁다. 그는 슈퍼맨이 아닌데 제작진은 모든 상황을 그가 만들어주고 정리해주고 끌어주기를 바라고 있다. 과하다 싶은 가학적인 게임과 복불복의 지겨운 패턴이 고착화되어 개선되지 못하는 현상은 여기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강호동은 대한민국 최고의 MC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1박 2일은 대한민국 최고의 MC에게 진행을 맡기지 않고 PD가 진행을 하고 있다. 1박 2일이 가지고 있는 문제는 너무나 강한 자의식과 자신감 그리고 자신들이 특별하다는 착각에서 비롯된 오만이다. 백두산에 물을 흘려보낸 것과 사직구장에서의 사건이 문제가 된것은 이와 같이 찻잔 안에서만 폭풍을 일으키려는 무모한 도전과 억지로 만들어내려는 상황극에서 비롯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이러한 단점들을 강호동의 재능만으로 메꾸려했고 그 결과로 그의 진정한 재능을 죽여버리는 악순환을 반복했다. 이제는 모든 것을 정상적으로 되돌리고 대중을 이해시킬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한 시점이다. 박찬호를 데려와 1박 2일에서 무릎팍도사를 찍더라도 프로그램의 재미를 살려낼 수 있는 변화가 필요하다. 그것은 강호동과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는 특별한 인물의 존재감에서부터 비롯될 것이다. 지금처럼 강호동을 혹사시키고 그의 쓰임새를 올바르게 이용하지 못한다면, 프로그램의 재미는 지금보다 더 급락하게 될 것이며 논란 또한 계속 불러일으키게 될것이 분명하다. 이제는 1박 2일에 누군가가 필요하다. 1박 2일을 변화시킬 특별한 히든카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