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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버라이어티

나락에 빠진듯한 박명수, 그를 옹호하는 이유


개그맨이자 MC인 박명수가 다시금 언론의 지탄을 받고 있다. 6개월 전부터 맡아 진행하던 MBC 주말 예능 프로그램 브레인배틀이 저조한 시청률로 인해 올 가을 개편에서 폐지가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동안클럽, 지피지기, 두뇌왕 아인슈타인, 박명수가 만난 CEO등의 프로그램에서 이미 혹독한 MC 데뷔 실패를 겪었던 박명수에게 이어지는 연이은 아픔으로, 언론은 그에게 2인자의 위치가 어울리니 이제는 1인자의 위치에 더
도전할 필요가 없다며 그를 혹평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1인자의 위치에서 실패를 겪으며 도약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계속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박명수. 물론 그가 계속되는 실패를 겪으며 좌초하고 있는 것은 언론의 말처럼 그의 MC로서의 능력이나 재주가 부족한 이유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 모든 악재를 박명수의 책임으로만 몰아갈 수 있을까?

대중 스스로가 1인자 박명수를 외면하고 있다.


박명수라는 인물은 애초부터 예능에서 철저하게 2인자에 특화된 캐릭터였다. 호통과 막말 쉴새없이 터지는 애드립과 상황극은 오랜 시간 무명생활을 거친 박명수를 스타로 만들어준 아이템이었다. 문제가 된 것은 이러한 2인자의 위치조차 넘어설만큼의 인기를 구가하기 시작했다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말로는 2인자와 게스트를 지향하고 있었지만 변해버린 버라이어티의 풍토 속에서 주축 캐릭터로 자리잡으며 1인자로 불리는 서경석이나 박수홍, 남희석과 같은 다른 MC들보다 더 큰 인기를 구가하기 시작하니 대중은 2인자에 특화된 박명수에게 어느 순간부터 1인자의 MC 자리도 해낼것을 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박명수의 입장에서는 자기가 구사하던 스타일을 버리는 것은 곧 예능에서 자신의 캐릭터가 사라지는 것을 의미했기에 1인자의 자리에서도 여전히 같은 스타일의 진행법을 고수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갑자기 서경석이나 박수홍을 흉내내며 차분하고 수더분한 방법의 진행을 추구했다면 그것이 어울렸을까? 개그콘서트라는 프로그램으로 대한민국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심현섭이 대중으로부터 외면받기 시작한 것은 이경규와 공동으로 진행하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나이트 쇼에서 무리하게 자신의 스타일을 바꾸려고 시도한 것으로부터 출발했다. 박명수의 입장에서는 아무리 MC 자리와 1인자의 자리가 주어졌더라도 리얼하고 현장감 넘치는 예능을 원하는 이 시대의 버라이어티 속에 가장 특화된 자신의 캐릭터를 버릴 이유가 없었다. 그 캐릭터를 버리는 순간 자신의 2인자로서의 위치조차 위험해지는 것을 몰랐을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유재석과 강호동의 진행에 익숙해져 있는 대중들은 박명수와 같은 흐트러진 스타일의 진행법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자 실상 박명수는 무너지지 않았음에도 대중들 스스로가 2인자와 게스트 자리에 있던 박명수와 1인자 위치의 박명수를 첨예하게 다르게 받아들이고 해석하며 그를 실패한 무너진 진행자로 해석하기 시작했다. 허나 방송연예대상까지 받았던 세 명의 탑 MC 탁재훈 김제동 이혁재와 박명수를 비교해보자 현재 박명수의 입장이 더 나았으면 나았지 그들보다 못하진 않는다. 이들 모두 버라이어티 무대에서 매우 큰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박명수는 자신만의 독특한 캐릭터를 여전히 보유하며 무한도전과 해피투게더라는 두 개의 정상급 프로그램의 주축으로서 여전히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박명수의 위기? 애초에 그런 것은 없었다고 보는 것이 더 온당하다.

유재석과 박명수 손뼉이 잘 맞는 환상의 콤비


또 하나 흔히 박명수의 위기론을 말하는 이들이 박명수에게 가하는 가장 흔한 비판의 방법 중에 하나가 박명수는 유재석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조롱에서부터 출발한다. 물론 그 사실 또한 부정할 수는 없다. 분명히 박명수는 유재석이 있었기에 무명의 생활을 걷어내고 스타의 위치에 우뚝 설 수 있었다. 하지만 박명수가 유재석에게 받은 것만 있고, 아무것도 돌려주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그것은 큰 오산이다.

과거 서세원쇼와 연예가중계 리포터 시절의 유재석은 깐죽거리고 말을 썰렁하게 하는 개그맨이었다. 그런 그가 국민 MC라는 호칭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그 누구보다 게스트와 패널을 우대해주고 그들의 캐릭터를 특화시켜주는 특출한 재능과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를 스타 진행자로 만들어주었던 동거동락을 다시 되돌아보면 박경림, 이범수, 유승준등의 각양각색 인물들이 얼마나 시끄럽게 상황극을 만들어내고 이를 유재석이 얼마나 완벽하게 정리하는지를 금세 파악할 수 있다. 유재석은 개인기와 꽁트로는 승부를 걸만한 재주는 지니지 못했으나, 어지럽고 정리되지 않은 상황극들 속에서는 자신을 더 빛나게 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진행자다. 이런 유재석에게 있어서 박명수의 악역 캐릭터는 더할 나위 없는 환상적인 패널 캐릭터라 할 수 있다. 박명수의 어리숙하면서도 독단적이며 제 멋대로인 캐릭터는 정리와 상황극을 만드는 것에 장기를 지니고 있는 진행자 유재석의 위치를 더 굳건하게 해주는 도구가 되고 있다. 손뼉이 잘 맞는 환상의 콤비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박명수의 특출한 재능은 시청자를 즐겁게 만든다


박명수의 버라이어티 정착과 인기는 정말이지 우리나라 예능에서 하나의 혁명과도 같은 일이었다. 박명수에게 폭팔적인 유명세와 인기를 안겨준 호통캐릭터는 과거 90년대 중반 일요일 일요일 밤의 진행자 이경규가 최초로 시도한 바 있었으나 그 당시 뭇매를 맞고 캐릭터를 억지로 변경해야 하는 아픔으로 귀결된 바 있었다. 그만큼 시청자들은 상대방을 존중하고 게스트의 의견을 들어주며 웃음을 추구하더라도 매우 계산된 범위 내에서의 기품있는 웃음을 추구했었다. 하지만 현재 리얼함과 야생적인 웃음을 추구하는 시청자들은 데뷔 이후부터 한 번도 변함없이 자신의 스타일을 구가해오던 박명수를 필요로 하고 있다. 그의 특출하고 독특한 재능은 역시 버라이어티에서 최근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김구라의 그것과 매우 흡사하며 같은 맥락으로 닿아있다. 시청자들은 거짓이 아닌 진실한 웃음을 원하고 있으며, 현재 박명수는 시청자들에게 가장 거짓 없는 웃음을 제공하고 있는 버라이어티의 맨이라 할 수 있다.

대중은 박명수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여야 한다


이경규, 김용만도 MC 자리에서 하차를 당하고 프로그램이 폐지되고 있고 강호동도 계속 바닥을 찍으며 하락세를 향해가는 시청률 때문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국민MC라 불리는 유재석 또한 패밀리가 떴다와 무한도전의 히트 직전에는 4-5%의 애국가 시청률로 주말 버라이어티를 진행한바 있다. 분명 박명수는 잘할 수 있는 부분보다 미숙한 부분이 더 많은 인물이고, 앞으로도 1인자의 위치보다는 2인자의 위치에 머물 확률이 더 높은 예능인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가 제공하고 있는 웃음의 수위와 정도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박명수와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신정환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대중은 예능인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그들의 있는 장기 그대로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물론 그것이 예능과 버라이어티를 시청하며 그들에게 끊임없이 무언가를 요구할 권리를 지닌 소비자로서 시청자의 몫이라지만 박명수는 슈퍼맨이 아니다. 대중은 박명수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그의 장기를 보며 웃음을 지으면 된다. 박명수를 믿어보자. 분명히 그는 변하지 않은 웃음을 우리에게 제공할 수 있는 인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