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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연예스토리

심은경, 차세대 국민여동생을 예약하다


      




4부작으로 짧게 제작되어 선보인 수목드라마 경숙이, 경숙아버지는 오래간만에 대한민국에서 드라마가 존재해야 할 가치를 상기시켜준 걸작이었다. 반세기전의 가족을 이야기하고, 가족과 사랑 그리고 그 안에서 발생되는 갈등속에서 화해라는 화두와 테마를 던졌을뿐만 아니라, 그 모습에서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네 인간군상과 가족관계를 역설적인 형태로 비추어주기도 했다. 시청률과 상업적 우선주의 원칙에 막장극이 범람하고 그런 막장극에게 명품이라는 칭호를 달아주며 옹호하는 대중들에게 진정한 명품 드라마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작품이었다고 할 수 있다.

탄탄한 연극 극본을 원작으로 탄력있고 매력넘치는 시나리오와 군더더기없는 연출도 빛났고, 각기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낸 배우들 또한 격찬이 아깝지 않을만큼 훌륭한 연기를 펼쳤다. 베테랑 배우인 정보석은 한없는 한량에 가족을 내팽개치고 도외시하는 경숙이 아버지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냈고, 아직까지도 수년전 연기한 허준의 부인이라는 이미지를 달고 있던 배우 홍수민도 억척스럽지만 마음 한 편에 따뜻한 소녀적 감성을 지닌 경숙이 어머니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냈다. 또한 개그맨으로 연기자 커리어를 시작했으나 지금은 뛰어난 뮤지컬배우로 더 잘 알려져있는 정성화 역시 현실성을 지니고 있는 능청스러운 연기로 여성의 판타지적 욕구를 실현시켜주는 1950년대의 왕자님 박남식역을 잘 소화해냈다. 허나 그 중에서도 예상하지 못했던 즐거움을 주며 눈에 띠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연기자를 꼽으라면 단연 타이틀롤인 경숙이 역할을 맡은 아역배우 심은경이 아니었나 싶다.


심은경은 CF 속에서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손에 핸드폰을 쥔채 서태지에게 "근데 아저씨 누구세요?" 라고 말하던 소녀였다. 또한 최근 '꽃보다 남자'로 주목받고 있는 배우 김범과 알을 놓고 귀여운 표정으로 알먹기 게임을 벌이던 참한 소녀이기도했다. 드라마에서는 배우 최강희의 아역으로 출연했던 작품 단빹빵에서 이단옆차기를 날리는 장면이 화제가된 '헥토파스칼킥'이라는 유명한 합성 짤방을 만들어낸 주인공이기도했다. 그만큼 그녀는 또래 아역들에 비해 주목받는 스타였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듯이 그 유명세가 연기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지금껏 떠오르는 CF스타 혹은 주인공이 될 성인 여배우역의 쓸만한 아역배우라는 이미지가 짙었다. 그러나 그녀는 이번 경숙이, 경숙이 아버지라는 짧은 4부작에서 아역배우가 가진 한계를 능히 뛰어넘는 배우로서의 넓은 스펙트럼을 선보여주었다.

그만큼 그녀는 작고 왜소한 몸짓에도 불구하고 이 짧은 작품 안에서 힘이 넘치는 파괴력을 보여주었다. 배우를 평가하는데 있어서 현재의 연기력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가능성이다. 그 배우가 자신의 연기에 어느 정도의 매력과 가능성을 담고 있느냐는 먼훗날 배우로서의 성공 가능성을 점칠수 있는 척도가 된다. 그녀는 그런 가능성을 이번 작품으로 보여주었다. 극이 진행되는내내 경상도 사투리를 내뱉으며 칭얼거리는 정보석에게 따끔한 말을 쏟아내는 그녀는 심은경이 아닌 동생들의 아버지 노릇도 분담하는 브라운관 속의 성숙한 10대 경숙이 그 자체였다. 유독 아역들이 많이 등장했던 이 작품에서 그녀가 보여준 노련함이 없었다면, 아역 배우들의 캐릭터도 난잡했을 것이고 성인 연기자들도 자신의 감정에 혼을 심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녀는 이 작품에서 높게 평가받아도 부족하지 않을만큼 연기력 이상의 빛나는 카리스마를 보여주었다.


그녀의 이와 같은 카리스마는 과거 드라마 '은실이'에서 주인공 은실이의 의붓언니 영채역으로 열연한 강혜정의 모습과 맞닿아있다. 아역출신 배우들은 성인연기자로서 크게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아역 배우로서 보여주었던 이미지가 대중들의 뇌리에 깊게 남아 성인연기자가 되었음에도 과거 선입견을 뛰어넘지 못하는 좌절로 연결되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실제 정준이나 이민우는 아역 시절 큰 인기를 얻고 성인연기자로서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음에도 결국에는 연기력만큼의 대중의 관심을 받지는 못했다. 이는 그만큼 그들이 아역시절에 보여주었던 아역배우로서의 임팩트가 대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이런 대중의 편견조차 뛰어넘고 성인 연기자로서도 큰 성공을 거둔 배우들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인물이 양동근, 김민정 그리고 강혜정이다. 이들은 아역시절 연기했던 이미지를 현재와 대비시키지 않았고, 아역시절에 이미 대중들의 뇌리속에 아역 배우 이상의 존재감을 줄만한 배역을 연기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강혜정은 드라마 은실이에서 악역이었다. 은실이를 괴롭히고 못살게 구는 역할이었다. 그녀는 어린 아역을 연기했음에도 성인 연기자도 어려워하는 표독스러운 살기와 독기를 쉴새없이 극에서 내뿜고는 했다. 하지만 그런 악역이었음에도 그녀는 작품속에서 가장 빛나는 배우였으며,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배우였다. 이미 아역배우가 연기해야할 그리고 아역배우가 연기할 수 있는 한계를 그 시기에 자신의 카리스마로 뛰어넘어버린 것이다. 이는 심은경이 경숙이, 경숙아버지에서 아역이 연기해야 할 모습을 뛰어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준 것과 일맥상통한다. 강혜정은 당시 은실이에서의 모습을 밑거름으로 삼아 현재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뛰어난 연기력을 소유한 여배우 중에 한 명으로 거듭났다. 심은경 또한 이번 경숙이, 경숙아버지로 자신에게 하나의 터닝포인트이자 배우로서의 마이 웨이를 걸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같다고 할 수 있다. 


심은경은 문근영이나 박보영이 그러했듯이 훗날 국민여동생이라는 타이틀을 자신의 이름 석자 앞에 달게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여배우다. 또한 어쩌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라는 타이틀을 달만한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영리하고 똑똑한데다가 연기자로서 팔색조와 같은 매력과 카리스마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심은경의 미래는 밝다. 그녀는 이번 경숙이, 경숙이아버지로 배우로서의 자신의 가능성과 미래를 유감없이 선보였다.

KBS는 이번 봄개편때 단막극을 부활시킬 예정에 있다고 한다. 이는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단막극은 재능있는 작가와 연출가의 등용의 문이 될뿐더러 좋은 배우들이 연기력을 쌓고 검증받을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될 것이다. 이번 경숙이, 경숙아버지는 4부작이라는 짧은 방영기간동안 단막극 시장의 부활가능성과 심은경이라는 배우의 가능성을 확인시켜준 작품이었다. 심은경이 이번 작품으로 주목받는 배우이자 연기자로서 거듭날 수 있었듯, 앞으로도 막장드라마가 아닌 좋은 작품으로 차세대 심은경의 자리를 예약하는 배우가 더 나와주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심은경 또한 지금보다 훌륭한 연기로 앞으로 더 좋은 배우로 성장해주기를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