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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연예스토리

에덴의 동쪽이 '꽃남'에게 밀려난 이유


      




실로 충격적인 결과다. 또한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이기도하다. 방영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몇 개월동안이나 굳건히 월화극 정상을 지키던 드라마 에덴의 동쪽이 이제 4주차를 갓 넘긴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게 시청률에서 뒤떨어지는 굴욕적인 결과를 끝내 받아들고야 말았다.

그동안 KBS는 계속되는 월화드라마의 시청률 부진으로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 높은 출연료를 투자해 스타급 출연자들을 모셨고 경쾌한 트렌디 드라마도 제작해봤고 사고를 요하는 드라마도 제작해보며 동시간대 방영되는 드라마와 차별을 두는 전략도 세웠다. 하지만 늘 시청률은 답보상태에 머물렀다.  2005년도 초에 방영되었던 쾌걸춘향 이후 KBS 월화드라마는 단 한번도 타방송사 드라마에 맞서 시청률에서 우위를 점한바가 없었다. 그리고 그나마 얕게 유지되었던 시청률마저 새로운 드라마가 거듭될수록 나아지기는 커녕 더 꾸준한 하락세를 기록했다. 이에 KBS는 지난 가을개편 당시 월화드라마를 아예 방송국 편성에서 아웃시키는 것을 심각하게 검토한바 있었다. 상업적인 이윤을 추구해야할 방송사 입장에서 광고가 단 하나도 붙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높은 제작비를 필요로하는 드라마를 계속 편성에서 유지시킬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실제 KBS 월화극 존폐는 빠르면 꽃보다 남자가 끝나는 3월 봄개편에 맞춰 실행될 가능성이 있었다. 어쩌면 꽃보다 남자는 시청률이 저조했다면 KBS에서 마지막으로 방영되는  월화드라마가 될 수도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꽃보다 남자가 KBS 입장에서는 얼마나 큰 의미를 둘만한 작품인지 쉽게 유추가 가능하다. 사실상 생명연장의 꿈을 현실화시킨 작품인 것이다. 물론 시청률뿐만이 아니다. 전국민적인 인기와 신드롬까지 함께 불러일으키고 있다. 당연히 월화극의 폐지를 주장하던 내부적인 목소리가 사그라들 수밖에 없다.


꽃보다 남자 출연자인 김현중은 SBS 예능프로그램 야심만만에 나와 꽃보다 남자의 제작진과 배우들 모두 드라마 시청률을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약간의 기대는 갖고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시청률 경쟁에 뛰어들어볼만하다고 생각했던 시기는 에덴의 동쪽이 끝난 뒤를 염두에 두었다고 말했다. 그만큼 꽃보다 남자의 경쟁 드라마인 에덴의 동쪽의 위세는 실로 대단했다. 특히 에덴의 동쪽은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스토리가 나아가며 드라마의 중심적 갈등을 표방하던 출생의 비밀이 공개된 후의 결과가 전개될 예정에 있었다. 시청률 30%를 기록중인데다가 앞으로 드라마의 중심적인 갈등이 표면으로 드러나는 드라마에 맞서 신규 편성된 꽃보다 남자가 이를 뒤짚을 수 있을거라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아마도 방송국에서도 꽃보다 남자에 티끌만큼의 기대를 가졌었다면, 주몽이 방영되던 당시 적절하게 소금을 뿌리는 선에 그쳤던 포도밭 그 사나이 정도의 10% 내외 시청률을 기대했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모두가 알다시피 지금까지의 결과는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럽다. 아니 그 정도를 넘어서는 기적적인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결과가 도출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여러가지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일단 모두가 알다시피 꽃보다 남자는 드라마의 서사적인 구조를 판타지에 두며 젊은 시청자층을 제대로 공략했다. 동시간대에 에덴의 동쪽에 맞서고 경쟁했던 타짜와 그들이 사는 세상이 비슷한 종류의 무거움과 현실성을 가진것과는 별개의 전략이 제대로 먹혀들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아주 단순하고 쉬운 젊은 취향의 판타지극은 열광적인 매니아들을 끌어모았다. 튼튼한 원작을 보유하고 있었다는것 또한 도움이 되었다. 이미 일본과 대만에서 드라마로 제작되어 대단한 빅히트를 기록한바 있는 원작은 이미 인터넷과 케이블 방송으로 다른 나라의 꽃보다 남자를 접한 10대와 20대 여성층의 오감과 호기심을 한껏 자극하였다. 즉 꽃보다 남자는 에덴의 동쪽에 충분히 경쟁할 수 있을만한 여력을 지닌 드라마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다소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근본적으로 시청률이 역전된 가장 큰 이유는 꽃보다 남자의 화제성만큼이나 에덴의 동쪽이 시청자들을 만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연말 송승헌의 대상수상 논란과 나연숙 작가의 집필중단 및 복귀 그리고 이어졌던 이다해의 비중갈등으로 인한 중도하차까지 우여곡절을 가진 사건들이 연이어지며 드라마 내부적으로나 외부적으로 에덴의 동쪽은 심히 꼬이기 시작했다. 거기에 하차했다가 다시 중도복귀한 나연숙 작가는 지속적으로 말도 안되는 시나리오를 밀어붙이며 에덴의 동쪽을 꽃보다 남자 못지 않은 판타지극으로 변모시켜버렸다.

즉 시청자들이 에덴의 동쪽에 등을 돌리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지독한 현실성의 결여때문이다. 꽃보다 남자가 이미 갈데까지 간 판타지극을 보여주고 있기에 에덴의 동쪽은 묵직한 현실감과 무게감을 시청자들에게 제공해야만했다. 그것이 에덴의 동쪽의 역할이며 스토리상 충분히 그럴만한 시기이기도했다. 하지만 이에 맞선 에덴의 동쪽의 선택 또한 판타지에 가까웠다. 이는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사실 이미 시청자들은 어느 정도는 에덴의 동쪽이 현실성 없는 드라마라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는 있었다. 극단적인 선과 악의 묘사 그리고 주변인물들을 드라마적인 구조에서 완전히 떠나보내고 손을 놓아버린 각본까지. 문제되는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특히 극단적인 선을 묘사하는 이동철과 극단적인 악을 묘사하는 신태환의 캐릭터는 너무나 비현실적이었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캐릭터의 모습은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나 윤지후가 가지고 있는 비현실성이 부럽지 않을 정도였다. 지극히 감정적인 복수를 향해 달려가는 이동철은 동생에서 원수가 되어버린 동욱과 원수에서 동생이 되어버린 명훈 사이를 오가면서 중재 역할을 자행하고 있다. 언제나 그랬듯이 그는 극단적인 선을 묘사하는 슈퍼맨과 같은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조금 더 감정적인 상황을 받아들여야하는 시기가 도래했음에도 여전히 그는 국회장과 국자와의 갈등도 풀어헤치느라 정신이 없는 슈퍼맨이다. 그의 그런 모습은 이제는 절로 고개가 저어질만한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악을 묘사하는 신태환은 더하다. 그는 오랜 세월 기른 자식을 내쫓는다. 재미있는 것은 며느리와 원수집안의 핏줄에서 태어난 손자는 받아들이겠다고 선포한 것이다. 이는 며느리가 자신의 사업적 구상에 꼭 필요하다는 이유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진짜 친아들이자 실제로는 원수였던 이동욱을 데려와 자신의 아들로 삼고 며느리와 결혼시키려한다. 아무리 악의 극단지점을 묘사하고 있다지만 너무나 현실성이 없어서 멍할 지경이다. 에덴의 동쪽은 이토록 현재 자신들이 보여줘야만 했던 그리고 보여주고자했던 것들을 제대로 묘사하지 못하고 있다. 드라마의 각본이 감정의 끝에 다다른 상황에 이르렀음에도 이를 묘사하지 못하고 헛발질만 연속으로 해대고 있으니 대중들이 등을 돌린 것이다. 시청자들이 이러한 비현실적인 에덴의 동쪽을 외면하고, 차라리 더 화끈한 로맨스 판타지인 꽃보다 남자에 눈길을 주는 것은 어떻게보면 당연한 결과다.


참 아쉬운 일이다. 창사특집대작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50부작이 넘는 대하드라마로서 이제까지 각본이야 어찌되었든 좋은 끝맺음을 보여줘야 할 시기에 에덴의 동쪽은 더욱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덕분에 꽃보다 남자는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사실 개운하지는 않다. 왜냐하면 어느 드라마가 시청률에서 우위를 점했느냐 화제성에서 승리했느냐는 그닥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앞서 말했듯이 두 드라마는 실상 너무나 같은 가면을 쓰고 있다. 결국 비현실적인 판타지라는 가면을 쓰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에덴의 동쪽과 꽃보다 남자 두 드라마 모두를 우려섞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두 작품 모두 드라마라는 자신들의 장르적인 상황을 앞세워 각본의 비현실성을 변명하려하고 있지만, 이러한 드라마가 높은 흥행을 기록할수록 '그들이 사는 세상'이나 '네 멋대로 해라'와 같은 극현실적인 드라마의 탄생은 더욱 요원해지게 될 것이다. 걱정이 되고 우려가 되는 것이 당연하다. 언제까지 한 편의 판타지극과 자극적인 설정들만이 우리나라 시청자들의 입맛을 자극하는 유일한 필수요소가 되어야 할까. 에덴의 동쪽이 시청률 경쟁에서 승리했더라도 꽃보다 남자가 시청률 경쟁에서 승리했더라도 그런 이유로 이는 참 개운치 않은 결과다. 그래서 참 슬프다. 숫자수치 경쟁으로 대변되는 싸움이 결국 드라마의 질을 가늠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은 슬픈 일이다. 오늘날 시청률에서 뒤진 에덴의 동쪽이 또 이를 뒤집기 위해 종영 직전에 어떤 자극적인 카드를 내밀지 우려되고 걱정된다. 그것이 극현실적인 각본이든 혹은 판타지이든 상관없을 것이다. 어찌되든 우려할 수밖에 없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걱정된다. 이는 더 나아가 좋은 드라마가 나오지 못하는 상황으로 이어져 막장극만이 판치는 현실이 드라마 시장의 현주소가 될까봐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