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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연예스토리

태연과 조영남의 공통된 잘못


      




소녀시대 태연이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문제되는 발언을 꺼내 곤혹스러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그녀는 지난 15일 자신이 진행하고 있는 ‘강인 태연의 친한친구’에서 간호사들이 밥을 먹느라 아픈 자신을 제대로 진료해주지 않았고 이와 같은 사실이 불만스러웠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아직 어린 스무살 가수가 생각없이 꺼낸 말실수라지만 발언이 쉽게 용납되기 어려운 발언이었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거기에 사건이 커지면서 그녀가 위 사건이 터지기 며칠 전에 꺼낸 발언도 함께 문제시되고 있다. 그녀는 흑인 가수인 알리샤 키스의 이야기를 진행중 그녀가 ‘흑인’치고는 예쁘다는 인종차별 논란을 불러일으킬만한 발언을 하였다. 여러모로 문제가 될만한 말실수들을 연이어 쏟아낸 것이다. 많은 라디오 애청자들이 홈페이지에 몰려가 문제되는 발언을 꺼낸 태연과 이에 맞장구를 친 강인의 DJ직 하차를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팬들의 이러한 분노는 당분간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번 사건은 최대한 좋게 해석하면 병원에 찾아가야 했을 정도로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DJ가 극도로 신경이 예민해진 상태에서 자신의 프로그램에서 가벼운 말실수를 저질렀다고 해석할 수도 있는 사건이다. 또한 아직 어리고 경험도 일천한 DJ인만큼 그녀를 너무 가혹하게 몰아붙이는 것은 또다른 마녀사냥을 탄생시킬 수 있는 우려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 사건을 결코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단순하게 치부할 수 없는 이유는, 라디오에서 프로그램을 리딩하는 DJ에게 주어진 발언권과 멘트의 중요성 그리고 그 가치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고 실제 이를 가늠할 수 있을만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바로 며칠 전에 중견가수 조영남도 자신이 진행하고 있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와 관련한 발언으로 곤욕을 치른바 있으며, 이 때문에 반성하겠다는 표현까지 써가며 청취자들에게 자신의 잘못을 사과한 바 있다. 그리고 라디오에서 말실수를 저질렀다는 태연과 조영남이 각기 방송에서 일으킨 잘못은 일정 부분 닮은 모습을 띠고 있다.


두 사람이 보여준 잘못된 행동의 공통점은 공적인 방송인 라디오를 착각에 빠져 너무 자신의 사적방송인양 이용했다는 점에 있다. 실제로 태연의 발언 중에 문제되었던 부분은 잘 알지 못하는데도 불구하고 무지한 지식으로 대다수 청취자들에게 잘못된 사실로 왜곡된 정보를 제공했다는 점에 있었다. 조영남 또한, 자신의 정치적인 소신과 입장을 자신의 품안에 갈무리하지 않고 대다수 청취자들에게 강요했다는 점이 문제가 되었다. 즉 그들은 사적인 발언과 사적인 이야기로 끝냈어야 했을 이야기를 자신이 방송하고 있는 DJ로서의 권한으로 이어 발언했고, 이 권한에서 비롯되는 힘이 문제를 발생시킨 것이다.

사실 태연과 조영남은 어떻게보면 사건이 구체적으로 지목되며 라디오 DJ가 가지고 있는 문제가 외부에 드러난 예시라 할 수 있다. 최근 라디오 DJ들의 불균형적인 방송행태는 태연과 조영남에게서만 드러나고 있는 부분이 아니다. 그렇기에 모든 DJ들의 심각한 성찰이 필요하다. 라디오 DJ들은 청취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서는 방송을 추구한다는 이유로 상당히 편안한 방송을 유도하고 있다. 그리고 마치 사적인 대화를 나누듯이 청취자 및 게스트와 토크를 나눈다. 물론 라디오의 장점은 이러한 편안한 방송이다. 하지만 문제는 선을 지키지 못하고 방송을 자신의 개인적인 사상과 잡담을 전파하는 방송으로 이용하는 몇몇 DJ들의 잘못된 태도다. 애초에 태연과 조영남 사건도 자유롭게 주어지는 편안함과 남용의 정도차이를 이해하지 못한 전체적인 라디오 DJ들의 암묵적인 밀약이 잘못된 방식으로 발생한 문제였다. 그렇기에 앞서 말했듯이 이는 꼭 태연과 조영남만의 문제가 아니다. 선을 지키지 못하고 라디오에서 잘못된 발언을 남용하는 DJ들이 실제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라디오 DJ는 생각보다 대단한 힘과 권한을 가지고 있다. 현재 디지털시대에 살고 있고, 비디오가 라디오를 죽였다는 유명한 팝송을 듣고 자란 우리는 라디오 시장의 힘과 권한을 생각보다 축소시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제 라디오는 아직도 방송매체로서 상당한 힘과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라디오는 PD와 작가의 권한보다 DJ의 단독 능력에서 비롯되는 부분이 많다. 그렇기에 더욱 문제시된다. 라디오는 대부분이 DJ의 혀끝에서 생방송으로 대중들에게 전파되고 전달된다. 결국 DJ의 입이 방송의 모든 것으로 대변되는 것이다. TV에서 자막을 쓰고 시각적인 효과를 주는 것들 모두가 라디오에서는 불필요하다. 과거 오손 웰스가 라디오 방송에서 실감나는 표현으로 '우주 전쟁'이라는 시나리오를 읊어 수많은 시민들을 대피시킨것은 그의 생동감 넘치는 말하는 솜씨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DJ는 라디오 부스 안의 신적인 존재이며 대단한 힘과 권력을 지닌 존재다. 그렇기에 결국 DJ가 그 힘을 잘못 쓰게 되면, 잘못된 상황들은 계속 발생할 수 있다. 

그런 이유로 청취자들의 유일한 전달도구인 DJ는 절대 외골수가 되어서는 안된다. 하지만 최근 DJ들은 상당히 외골수적인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태연 사건 또한 이와 같은 외골수적인 측면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 적지 않다. 사실 이번 사건은 그녀의 말실수만큼이나 실수가 일어난 뒤 태연이 보여준 태도 때문에 더욱 실망스럽고 부적절한 상황이 되고 말았다. 의사가 없는 상황에서 진료권이 없는 간호사가 주사를 놔두지 않았다고 툴툴대는 것은 사실 그녀가 의료행위자들의 권한을 몰라 불만을 가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뒤로 이와 같은 태연의 태도와 말들이 사실 그녀의 무지에서 비롯된 잘못된 것이었음을 청취자들이 홈페이지와 문자메시지를 통해 수차례나 지적하였다. 그렇다면 DJ인 태연은 청취자들의 이러한 의견들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받아들이고 사과를 하고, 잘못을 깨달을 필요가 있었다. 만약에 그녀가 그런 마인드를 보여주었다면 애시당초 이 사건은 이렇게 크게 회자되며 어렵게 뒤틀리지도 않았을 문제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무조건적인 호스트이며 중심이라는 착각에 빠져 "아픈 제가 잘못이죠"라는 식으로 청취자들의 피드백을 조롱하고 메시지로 이를 지적한 사람을 자신에게 주사 놔두지 않은 간호사로 몰아붙였다. 그때부터 그녀는 균형감각을 잃어버리고 심지어 자신에게 주사를 주지 않은 병원의 위치를 밝히고 싶고, 그 병원에 아무도 보내기 싫다는 식으로 계속 씩씩대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청취자들의 피드백을 막고, 라디오 DJ라는 자신의 위치를 대단히 잘못된 방법으로 사용한 예시를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이번 태연이 라디오에서 꺼낸 발언에 대해서는 그녀의 소속사측이 정식으로 사과의 뜻을 전달하였고, 그녀 또한 곧 라디오 방송에서 공개적으로 사과를 할 예정에 있다고하니 더 이상의 마녀사냥이나 격한 항의로 실수를 꼬투리삼아 그녀를 매장하는 것에는 반대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녀의 잘못을 단순한 무지 혹은 흑인에 대한 한국인들이 인식하고 있는 문화적인 사상차이에서 비롯되는 DJ의 단순실수로 포장하는 것 또한 반대하는 바이다.

라디오는 앞서 말했듯이 DJ에게 막강한 권한과 권력이 주어져있는 하나의 창조적인 공간이다. 하지만 방송은 DJ와 청취자들간의 소통이 있는 공간이며, DJ들은 청취자들이 없었다면 결코 존재할 수 없는 이들이다. 이번 태연과 조영남 사건은 넓은 청취자들의 의견과 사상을 무시하고 일방적인 자기 소통만을 강요한 DJ들의 치명적인 실수와 잘못된 생각이 만들어낸 사건이었다. TV와 브라운관에 등장하는 이들에게는 많은 부분이 강요되고 요구된다. 그러나 라디오 DJ들은 이러한 제약에서 일정 부분 벗어나있다. 실제 공중파 방송에는 자주 등장하지 않는 이들이 라디오 DJ직을 계속 선택하고 출연하는 이유는 자신이 방송을 주도해나갈 수 있는 힘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 힘의 달콤한 맛에 취하기보다 힘을 바르게 사용하고 청취자들과 서로 교감하며 방송을 만들어나갈 수 있는 DJ들의 여유가 필요한 시점이다. 실수를 저지른 태연과 조영남 두 사람이 라디오 DJ로서의 자신의 힘을 올바른 방향으로 쓸 수 있는 방법을 깨닫고 앞으로 더 좋은 방송을 만들어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