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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연예스토리

에덴의 동쪽, 송승헌의 잘못이 아니다


      

     


MBC 월화드라마 에덴의 동쪽이 당초 예정되었던 50부를 넘어 8회 연장될 수 있다는 내용이 발표되었다. 주연배우 이다해의 중도하차와 송승헌의 연기대상 수상, 이연희의 신인상 수상 정당성 여부등 여러 드라마 외적인 뒷이야기들로 시끌벅적했던 이 드라마의 연장여부에 대중들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왜냐하면 여러 부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드라마의 성공여부에서 가장 으뜸시되는 시청률 부분에서 아직도 에덴의 동쪽은 월화극 정상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각기 원수집안의 자식으로 들어가 평생 엇갈린 삶을 살아야했던 동철과 명훈의 스토리가 본격적으로 드라마의 갈등축으로 떠오르며 많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기도하다. 시청률도 높게 나오고 있고, 아직도 풀어나갈 이야기들이 많으니 방송사 입장에선 당연히 연장을 검토할만하다.

또한 MBC 입장에서는 에덴의 동쪽을 연장방영 해야할 또다른 이유가 존재한다. 최근 에덴의 동쪽의 후속드라마로 준비중이던 만화가 강풀 원작의 드라마 그대를 사랑합니다의 제작이 무산되며 후속 드라마 제작편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한창 잘 나가는 드라마를 연장시켜 이 어려움을 타개하려 시도하는것이 당연하다. 또한 현재 분위기로는 에덴의 동쪽의 연장방영은 거의 확실시된다. 작가와 배우끼리 이견이 있다고 전해지고 있지만, 과거 주몽과 이산 또한 이러한 진통이 있었음에도 결국 연장되었던 전례가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한다. 즉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에덴의 동쪽은 연장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현재 이 드라마의 사실상 원톱 주인공으로 출연중인 송승헌 입장에서는 드라마의 연장결정이 그닥 반갑지 않을 것이다. 그는 연기대상의 수상 이후 악화일로로 치닫는 여론의 흐름속에서 드라마가 흘러가는 시나리오상의 각종 오해를 모두 뒤짚어쓰고 있다. 그가 결코 에덴의 동쪽의 시나리오가 잘못되기 시작한 근본적인 문제가 아님에도 혼자 희생당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송승헌이 맡은 동철역이 드라마상에서 너무 집중적인 부각을 받음으로서 시나리오상 균형이 무너진 문제가 있지만, 그것만이 에덴의 동쪽의 근본적인 문제는 아니다. 아니 어쩌면 이미 무너져버린 드라마 속 내용에서 차라리 동철의 캐릭터가 내용상 더 비중있었다면, 차라리 드라마가 더 나은 방향으로 향했다고 말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게 되지 못했고, 화려한 캐스팅만큼 무수히 많은 이야기들이 난립하는 문제점을 드러내며 드라마가 허공에 뜨고 말았다. 그만큼 지금 에덴의 동쪽에는 송승헌보다 더한 그리고 훨씬 더 심각한 수많은 문제점들이 산적해있다. 그러니 에덴의 동쪽의 가장 큰 문제를 꼽으라면 이야기의 극적인 상황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고 지루하게 방치시킨 제작진과 작가의 능력부족을 손에 꼽을 수밖에 없다.

애시당초 에덴의 동쪽이라는 드라마가 존재할 수 있었던 밑바탕에는 원수가 된 두 집안 사이의 갈등이 있었다. 그리고 사실상 이 두 집안 사이의 갈등을 대변하는 것은 동철, 동욱 형제의 아버지인 이기철의 죽음에서 비롯되었다. 그렇기에 이 드라마는 죽음의 원한을 갚기 위해 그리고 이 죽음의 원한을 은폐하려는 삶을 살아온 사람들끼리의 갈등이 이야기의 중심이 되어야한다. 하지만 최근의 에덴의 동쪽은 이러한 스토리경향이 뒤로 밀려나고 한 편의 통속적인 핏줄 신파극의 모습을 띠고 있다. 


에덴의 동쪽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이자 이 드라마가 비현실적인 신파극으로 흘러간 이유에는 박해진이 맡은 신명훈과 연정훈이 맡은 이동욱 캐릭터의 갑작스러운 변화가 있었다. 원래 시놉시스대로라면, 신명훈은 철저하게 드라마가 종영되는 그 날까지 악인의 모습을 띠고 있어야했다. 시놉시스상에서 그는 자신의 출생비밀을 알게 되었음에도 자신이 원래 이동욱이었다는 사실을 감추려하고 끝까지 자신의 친아버지를 죽인 신태환의 조력자 역할을 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리고 또한 이는 타당한 설정이었다. 왜냐하면 드라마 중반까지 신명훈이라는 인물이 보여준 캐릭터는 그만한 악독함과 악한 설정을 달고 있는 인물로 충분히 묘사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훗날 자신의 아내가 되는 지현을 겁간하고 지현의 애인인 이동욱을 감옥에 집어넣는다. 그리고 자신의 아버지인 신태환의 지시로 각종 비리혐의를 앞장서 처리하기도 한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그가 변해버린다. 원래 어느 정도의 나약함 설정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는 그의 탐욕과 폭력적인 성향을 갑자기 뒤엎을만큼의 수준으로 묘사되지는 못했었다. 반대로 이 나약함이 더한 폭력과 괴팍함을 부르고 있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의 폭력적인 성향이 거짓말처럼 사라져버린다. 그리고 한없는 나약함만이 신명훈이라는 인물을 휘감는다. 드라마가 시놉시스대상에서 계획되었던 그대로 흘러가지 못한것이다. 그는 중요한 비밀서류들을 모두 정적이던 이동철에게 갖다바친다. 물론 그가 자신의 친형이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라지만, 십수년간 자신을 길러준 신태환으로부터 교육받으면서 살아온 그의 가치관과 삶이 겁간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묘사된 전례에 대한 해명은 없다. 작가와 제작진은 반대로 이를 어물쩡 덮어버리고, 이상한 방법으로 대중을 설득하려고 한다. 그들은 신명훈의 캐릭터 변화에 대한 정당성 여부를 송승헌의 입을 빌려 단 한마디로 묘사한다. "너는 어릴때부터 너희 아버지와는 다르게 천성이 착한놈이었어....." 갑자기 혈통이 우선시되는 판타지 드라마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이러니 신명훈과 반대되는 이동욱의 캐릭터 또한 어떻게될지 뻔히 보인다. 바르고 선하며 없는 자들의 삶을 위해 노동운동을 하던 이동욱은 역시 자신의 친아버지인 신태환을 그대로 닮아가며 폭력적이고 과격한 인물로 캐릭터가 변화된다. 제작진은 이것도 신태환 역을 맡은 조민기의 입을 빌려 단 한마디로 묘사해버린다. "너는 볼수록 나를 닮았어...."

에덴의 동쪽은 진실성을 잃었다. 진실성도 잃고 드라마의 기본적인 토대도 잃어버렸다. 결코 이러한 상황은 송승헌이 만들어낸 문제가 아니다. 반대로 지금까지는 이 잘못된 드라마를 송승헌이 구하고 사실상 이끌어왔다고 봐야 옳다. 사실 지금 시점에서도 에덴의 동쪽은 종영이 가능하다. 그만큼 이 드라마는 극적인 상황을 지나치게 끌고 있다. 두 사람의 운명이 엇갈린 내용을 당사자가 알고 동철이 알고, 작은어머니가 알고, 명훈이 어머니가 알고, 어머니가 알고 이젠 신태환이 알고, 할아버지가 알고, 세상이 다 아는 과정으로만 벌써 수 회가 흘러갔다. 출생의 비밀이라는 끈 하나를 잡고 수많은 회차를 때우고 또 때우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송승헌뿐 아니라 배우들이 모두 앞장서 이 드라마의 연장에 반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번지르르하지만 알맹이가 없고, 이야기가 빈약한 것이다. 진실성과 현실성이 담보되고 있는데 연장은 해서 무엇하겠는가. 결국 이 내용들을 채우기 위해서는 마치 너는 내 운명이 그랬던 것처럼 갑자기 없던 인물을 갑자기 창조해내고 이리저리 이야기를 돌리고 비현실적인 상황으로 캐릭터를 내모는 일이 생기게 될 것이다. 그리고 슬프지만 현재 에덴의 동쪽의 현실은 연장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그러하다.


어찌되든 지금까지 에덴의 동쪽은 그래도 통속극이라는 소재와 드라마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 베이스만큼은 따라서 이야기를 전개시켜왔다. 자극적인 내용들이 다소 있었고, 납득되지 못하는 부분도 많았지만 땀냄새 풍겨오는 진득한 뚝심 하나로 버텨왔다. 시청률 25%를 넘나드는 드라마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최대한 낡은 것을 채우고 또 채우는 상황들과 송승헌, 조민기, 이미숙, 유동근이라는 훌륭한 배우들의 역량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무튼 더 이상의 연장은 곤란하다. 더 이상 길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억지로 길을 만들고 뚫으며 벽을 돌파하려는 행동은 그만둬야한다. 이미 에덴의 동쪽은 충분히 한계에 부딪친 상태다. 더 이상 어긋난 방법으로 드라마를 황당하게 만들 소재도, 어긋난 방법으로 드라마를 억지로 끌고갈 방법도 없다. 혹여나 그런 소재를 억지로 더 만들어내더라도 국자의 납치씬이나 총격전처럼 속은 텅 빈 알맹이 없는 이야기들이 계속될 것이다. 에덴의 동쪽이 종영 뒤에도 대중들의 기억 속에 남을 수 있는 드라마로 남기 위해서는 이쯤에서 발걸음을 멈춰서야한다. 그것이 에덴의 동쪽을 사랑하며 지금까지 에덴의 동쪽을 시청해왔던 대중들과 지금껏 이 시나리오 안에서 최선을 다해 연기해온 배우들에게 드라마가 보여줄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가 될 것이다. 연장은 결코 안된다. 이제 멈춰서야 할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