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 연예대상의 희생양이 되다

                     

톱MC들의 격전의 장이 될것이라 예상되던 2008 MBC 방송연예대상 시상식이 끝났다. 결과만 놓고 말한다면 이번 MBC 연예대상은 최악의 시상식으로 또한 실패한 시상식으로 역사에 길이 남게 될 것이다. 이번 MBC 방송연예대상 시상식에서 가장 화제가 될만한 부분이자 대중의 가장 큰 궁금증을 유발했던 부분은 아마 대상 수상장면이었을 것이다. KBS가 사실상 강호동으로 SBS가 사실상 유재석으로 대상 수상자가 확정된것이나 다름없던 상황에서, 유재석의 시상식장에서의 발언처럼 50 대 50의 확률을 가진것처럼 보였던 MBC 방송연예대상은 사실상 두 라이벌 MC의 자존심을 내건 격축의 장이 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직하게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정말 50 대 50의 가능성이 있었을까. 그렇지 않았다. 분명히 공헌도에서 강호동보다는 유재석쪽으로 무게의 추가 쏠린 상황이었고, 유재석이 MBC 연예대상을 받았어야했다. 하지만 공정한 결과를 바라던 이들의 기대는 산산조각나고 말았다. 

방송연예대상이 존재하는 이유는 한 해동안 방송사에서 최고의 활약을 보인 예능인에게 상을 수여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이번 MBC 방송연예대상 시상식장에는 실적 위주의 진정한 대상 수상자가 없었다. 혹자는 유재석과 강호동 모두 대상을 받을 자격이 있으니 자격여부를 거론하지 말자고 제안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두 MC의 능력을 비교하자는 것이 아니다. 특정 방송사 대상을 받을 자격에 대해서 논하자는 것이다. KBS에서 강호동의 연예대상 수상은 당연한 결과였다. 시종일관 웃고 떠들며 이미 대상을 확신한 강호동이 지인인 박찬호 윤종신까지 축하사절로 대동시킨 것에는 분명한 자격이 있었다. 하지만 MBC에서의 강호동의 연예대상 수상 장면은 전혀 정당한 모습으로 비춰지지 못했다. 마치 2년 연속 강호동을 구경꾼으로 방치했던 MBC가 대가성으로 그에게 대상을 넘겨주었다는 의혹만이 짙게 풍겨져나왔을 뿐이다.

시상식 MC를 맡은 이혁재의 말처럼 무한도전과 놀러와라는 두 개의 프로그램을 진행해오며 MBC에 절대적 공로로 보답하고 있는 유재석이 황금어장 속의 코너 하나를 맡고 있는 강호동에 밀릴 이유는 전혀 없었다. 앞서 말했듯 전체적인 능력으로 두 사람을 비교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분명히 개인적 호불호가 있을수 있다. 하지만 MBC에서만큼은 유재석의 공로가 강호동보다 더 크고 절대적이었다. 만약 무릎팍도사가 1박 2일처럼 시청률 30%를 넘나드는 프로그램이거나 강호동이 MBC에서 하나라도 10% 내외의 프로그램을 더 진행했다면 그도 아니면 유재석이 MBC에서 프로그램을 하나만 진행했더라면 아무도 강호동의 대상 수상결과에 이견을 내걸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니었다. 분명히 2008년도에 MBC를 위해 최고의 공헌도를 보인 진행자는 유재석이었다. 시상식이 가진 의미가 무엇인가. 자사방송국에서 한 해 동안 최고의 활약을 보인 예능인을 꼽는 자리가 아닌가.

이번 MBC의 결정은 지난해에 이어 MBC 방송연예대상의 권위성에 심각한 오점을 남기는 낙인으로 남을 것이다. 지난해 MBC 방송연예대상은 이미 무한도전 팀의 단체대상 그리고 연기대상식장에서 상이 주어졌어야 했을 이순재옹의 대상수상으로 상의 의미와 권위를 이미 추락시킨바 있다. 지난해에도 정말 MBC에서 대상을 받을 자격을 지닌 유일한 인물은 유재석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 당시에도 불공평한 나눠먹기와 댓가성 짙은 시상식의 희생양이 되었고, 올해에도 또 그런 시상식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두 차례나 연속으로 두고두고 회자될 막장시상식의 희생양이 된 것이다.

이번 MBC 연예대상은 전체적으로 정말 가관이었다. 일단 시상식의 분위기부터가 상당히 어수선했다. 물론 이는 어느정도는 예측된 상황이었다. 방송국의 전체적인 파업으로 현장제작진들이 참여하지 못했기 때문에 시상식의 전체적 연출이나 구성이 밋밋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색감과 연출력에서 최강의 완성도를 자랑하던 MBC 시상식이 초라하게 전락한 진짜 이유는 다른 것 때문이었다. 엉성한 세트장과 어지럽게 눈돌아가는 카메라 앞에서 마치 못 받는 사람이 바보가 되는듯한 공동수상 남발이 그 이유였다. 대상 결과처럼 나눠먹기만을 위한 결과는 우수상 우정상등등 전분야에서 남발되었다. 부잡스러우면서도 호응조차 하나 없는 분위기 속에서 가히 최악의 결과가 끝임없이 계속 탄생되었다. 특히 우결팀과 라스팀에게 공동으로 상을 주기 위해 급조해 처음 만들어낸 시상 분야는 조소만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그 와중에 진정 상으로 보답받았어야 했을만한 인물은 빈털털이 신세로 박수만 치는 들러리 신세가 되고 말았다.

지난 KBS 연예대상이 좋은 시상식의 표본으로 남을 수 있었던 것은 나눠먹기 없는 공정한 수상결과와 전통성 깊은 필수적인 상들로 시상 부분이 채워졌기 때문이다. 특히 남자 코미디언 부분은 공정한 수상결과의 표본으로 남기 충분했다. 후보에 이름을 올린 김병만, 안상태, 윤형빈, 황현희 모두가 상을 받을 자격이 있었다. 하지만 KBS는 시상 분야에 단 한 명의 수상자만을 지명했고, 뒤따르는 공정한 결과까지 남겼다. 이와 같은 결과는 진정한 챔피언을 원하던 시청자들을 흐뭇함으로 이끌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이번 2008 MBC 연예대상은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나눠먹기 졸속파티로 끝을 맺으며 MBC라는 방송국 이름에 먹칠을 하고 말았다. MBC 연예대상 시상식이 부디 내년부터는 공정한 결과를 도출함으로서 MBC라는 공중파 방송국의 이름을 부끄럽지 않게 만들기를 기원한다. 상은 나눠먹기와 졸속행정으로 도출되는 결과가 되어서는 안된다. 그렇지 못한다면 지난해와 올해의 유재석처럼 최고의 활약을 펼친 이는 또다시 희생양으로 전락해버리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