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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버라이어티

은지원, 성공한 아이돌의 롤모델



               





90년 후반부터 2000년대 초까지 아이돌계를 양분했던 남성 그룹을 꼽으라고 한다면 모두가 H.O.T와 젝스키스를 선택할 것이다. 이 두 그룹은 서태지와 아이들, 듀스 이후로 이어진 댄스 그룹가수의 명맥을 이었던 후계자들이었고, 어떤 의미에서는 가요계에 아이돌이 가진 음악색깔을 더 발전도 시키고 더 뒷걸음질도 시켰다는 평가를 받은 그룹이기도 하다. 그만큼 이들이 대중 가요계에 미친 영향은 크고 대단했다.

하지만 그 당시에도 그러했고 현재까지도 사실 두 그룹 중에 우위에 있었던 그룹을 굳이 하나만 선택하라고 한다면 누구나 H.O.T를 선택한다. 그 당시에 라이벌로 불리었으나 사실 젝스키스는 H.O.T에 밀린 2인자라는 이미지가 짙었던 그룹이었고, 그 이미지는 소속사의 강권 아래에서 타의에 의해 뿔뿔이 흩어지는 해체의 길을 걷게된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전혀 바뀌지 않는 사실이기도 하다. 2인자에 머물렀던 그룹의 해체 이후, 젝스키스 멤버들은 각기 그 시절의 영광을 되살리겠다며 개별적인 활동에 나섰고 젝키 시절의 영광 덕분에 일시적 반응은 곧바로 이어졌다. 하지만 그 소득은 미비했고 꾸준하지 못했다. 은지원 강성훈등이 각기 솔로 앨범을 발표하였으나 잠깐의 반향만 일으켰을뿐 성공으로 귀결되지 못했고, 팀 내에서 2인자급이던 장수원과 김재덕이 뭉쳐 J-Walk라는 그룹을 만들었고 가요계 정상자리까지 섰으나 역시 그 위치를 지켜내지는 못했다. 젝스키스는 그렇게 찢어진 개별 멤버들의 실패 속에서 잊혀진 그룹으로 남아 뒤안길로 밀려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그런 평가를 뒤엎듯 젝스키스 멤버 중 한 사람이 활발하고 꾸준한 활동을 선보이고 있다. 바로 리더였던 은지원으로, 그는 2008년 한 해동안 그 누구보다 바쁜 나날을 보낸 연예인이었으며 내년에도 가장 바쁜 한 해를 보낼 것 같은 연예인 중 한 명이기도하다. 그는 현재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의 고정 출연자이며, 장기간 방영되고 있는 MBC의 간판 토크프로그램 놀러와의 고정 출연자이기도하다. 또한 힙합 솔로 가수로서도 비록 대박은 아니지만 꾸준한 활동을 이어오며 음악적으로도 대중적으로도 사랑받으며 인정받는 가수로 거듭나고 있기도하다.

젝스키스 시절에는 늘 자신보다 한 발 앞에 있던 라이벌 그룹의 리더 문희준이 그와 비슷하게 예능인으로서 가수로서 활동하고 있지만, 혼자가 된 지금의 문희준은 지금 시점에서는 은지원만큼의 평가는 이끌어내지 못하고있다. 그렇다면 H.O.T와 젝스키스의 다른 멤버들이 정체하는 시기에 은지원은 도대체 어떤 모습을 선보였길래 가장 독보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일까.


지금 대중들은 은지원이 정말 한때 아이돌 가수였는지 그가 정말 젝스키스의 리더였는지 알지 못하고 있다. 정확하게 말하면 그것을 알고 있어도 전혀 그 기억을 매치시키지 못하고 있다. 은지원은 1박 2일에서 한때 정말 수많은 오빠부대를 거느렸던 우상이었나 싶을 정도로 망가지는 모습을 앞장서 선보이고 있고, 꺼벙하고 친근한 그의 이미지는 무게감이나 어두운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면모를 가지고 있다. 그는 한때 대중들의 선망속에 살았고 모두가 컨셉으로나마 멋있는 남자로 받들어줬던 과거따위는 모두 지운듯 앞장서 망가지며 앞장서 행동하고 있다. 인기 덕분에 광고를 찍게 되었으나 그 광고마저도 코믹한 캐릭터에 비중을 두었으며, 심지어 함께 1박 2일에 출연중이며 역시 코믹한 이미지를 가진 엠씨몽을 멋있게 만들어주는 서포트 역할까지 자행했다. 과거의 영광은 모두 지우고 전혀 다른 새로운 예능인 은지원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지금 빅뱅 동방신기는 대중들의 큰 우상이며 많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는 최정상의 그룹가수다. 하지만 젝스키스와 H.O.T가 그러했듯이 그들 또한 언젠가는 내려와야만 할 것이다. 대중과 그들을 떠받들던 팬들 그리고 그들을 필요로하며 그들의 이름을 외치는 방송도 언젠가는 등을 돌릴 것이다. 그것이 냉혹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하지만 젝스키스의 리더였던 은지원은 자신에게 등돌린 대중들을 향해 달려간 케이스다. 그는 멋있는 것을 포기했고, 폼잡는 것을 포기했으며 자신을 우상으로 여기던 수많은 팬들을 향해 전혀 다른 모습으로 새롭게 소통하는 방법을 배웠다. 그리고 그 덕분에 그는 2009년을 가장 바쁘게 보낼 연예인 중에 한 명으로 거듭났으며 젝스키스 시절 이상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최근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그룹 H.O.T의 멤버였던 이재원이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인하여 대중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정확한 사건의 내막이야 당사자들만이 아는 것이기에 앞장서서 그를 비판하거나 또는 옹호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하지만 확실하게 안타까운 것이 있다면, 그런 사건까지 휘말리기까지 이재원이라는 한 인물이 겪어온 삶이다. 10대 후반의 나이에 대한민국 최정상의 자리에 섰고, 20대 초반의 나이에 그 위치에서 내려오며 두려움에 떨어야했을 그 오묘한 감정 그리고 20대 후반에 접어들고 있는 지금 비난과 비판에 시달리며 추락의 궁지에 몰리기까지. 그의 잘못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가 겪어온 삶을 되돌아보면, 여러모로 배울 점과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여겨질 뿐이다.

물론 대중과의 소통은 한 때 아이돌이었던 그룹 출신 가수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이제 그 누구든지 만약에 방송에서 성공하고 싶다면, 소통하는 지혜와 자신을 버릴줄 아는 미덕을 배울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때 국민적 인기를 얻었던 아이돌 젝스키스의 멤버였으나, 지금은 1박 2일의 멤버인 예능인 은지원은 성공한 아이돌의 표본이자 롤모델로 계속 남아 존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