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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버라이어티

박명수, 이제는 변해야 할때다



             


대중들에게 2006년를 수놓았던 최고의 개그맨을 꼽으라고 한다면, 적지 않은 이들이 박명수를 선택할 것이다. 그만큼 그 당시 박명수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여주었던 감각은 최절정이었고, 그의 말 한마디와 애드립은 여지없이 큰 폭소와 즐거운 상황극으로 이어졌다. 스펀지에 밀려 한때는 애국가 시청률을 전전하던 무한도전이 본격적으로 대중들의 입소문을 타며 20% 내외의 시청률을 기록했던 시기는 2007년도 초반이었고, 이 때까지 무도의 멤버로서 또한 개그맨으로서 박명수의 능력은 가히 절정을 치고 있을 정도로 막강하고 강력했다. 실제로 그 당시 무한도전이 국민예능으로 거듭나며 높은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원인을 메인 MC인 유재석이 아닌 박명수로 지목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을 정도로 그는 적지 않은 대중의 호응과 인기를 얻는 명실상부한 최고의 버라이어티 맨 중에 한 명이었다.

하지만 2008년도가 끝나가는 지금 박명수는 대중들의 구설수에 오르내리며 무척이나 힘겨운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의 능력이 이제 한계점에 다다랐고 바닥을 쳤다는 극단적인 평가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을 정도다. 인기를 끌기 시작한 직후부터 메인MC 1인자로의 도전을 벌써 몇 차례나 시도했으나 전부 실패로 끝나버렸고, 결국 우리 결혼했어요의 스튜디오 녹화 폐지와 MC직 경질로 이어지며 이제는 사실상 그 도전의 명맥조차 끊겨버린 상태다. 심지어 2인자로서 계속 명맥을 이어가고 있던 무한도전에서의 모습조차 최근에는 식상하다는 평가에 시달리고 있고, 해피투게더에서는 성의없는 방송태도와 여러 논란들을 계속 터트리며 시끌벅적한 방송 외적인 이슈들을 계속 만들어내고 있다.


물론 그 이슈의 책임이 모두 박명수에게서 비롯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 큰 논란과 논쟁을 일으켰던 지난 해피투게더에서의 방송중 신정환이 박명수에게 보여준 행동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었다. 아예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하자go와 X맨에서 이미 박명수와 호흡을 맞춘 경험을 가지고 있는 신정환이 박명수의 욱하는 성격과 평소의 캐릭터를 몰랐을리는 만무하다. 박명수와 인연이 없고 그보다 연예계 선배이자 연장자인 탁재훈조차 박명수의 행동과 캐릭터에 맞춰주며 조심스럽게 행동했다는 점을 놓고보면, 속사정이야 어땠을지 몰라도 신정환이 방송에서 보인 박명수를 향한 무성의함과 시크한 태도는 분명히 비판받을만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프로그램 내에서 험악한 분위기가 조성된 모든 책임을 오직 신정환에게만 전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박명수는 2006년부터 지금까지 쭉 변하지 않고 있다. 그는 방송에서 늘 호통을 치고, 주변 사람들에게 면박을 주며 멋대로 행동하는 자신의 캐릭터를 그렇게 이어오고 있다. 물론 이는 겸손과 가식이 통용되는 방송계에 색다른 바람을 불러일으켰던 매우 독특한 모습이었다. 이미 십수년전에 호통 캐릭터를 사용했으나 비판만 받다 실패를 겪었던 이경규조차 박명수가 통하는 모습을 보고 다시 과거 캐릭터를 가져왔을 정도였다. 박명수는 리얼한 상황을 원하는 시청자들의 입맞에 들어맞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열광만큼이나 그 한계점도 의외로 쉽게 드러나고 있었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계속 먹으면 질리게되고, 어느 순간에는 돌을 씹는것처럼 느껴지기 마련이고, 박명수의 호통 캐릭터 또한 그런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나라 탑MC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이미지는 유쾌함 속에 모두 푸근하고 자상한 모습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유재석, 신동엽, 남희석을 비롯한 MC들이 모두 그러하고 다소 힘과 파괴력 넘치는 이미지 쪽으로 쏠려 있는 강호동 또한 십수년을 노력한 끝에 친근한 이미지를 획득했을 정도로 이는 MC들에게 모두 적용되는 공통적인 하나의 분모가 되고 있다. 하지만 박명수는 메인 MC로의 도약과 도전을 선언했을때 이러한 공통적 패러다임들을 깨부수고 자신의 스타일 그대로 밀고 나가는 도전을 선택했다. 물론 도전이 잘못된 것은 아니었다. 대중이 게스트와 2인자 박명수에 환호했듯이 호통치는 1인자 박명수에게도 충분히 환호를 보낼 가능성은 높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대중은 1인자 박명수를 기피하고 외면했으며, 그를 2인자로 끌어내리려고 했다. 박명수의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이제 그 도전이 실패로 끝났다는 것을 충분히 알때가 되었음에도, 바뀌어지지 않았던 것. 또 전혀 바꾸려 하지도 않았던 것. 문제는 거기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인간과 인간의 관계가 그러하듯 방송 또한 하나의 커뮤니케이션이다. 특히 사람들에게 웃음을 제공해야 하는 예능 프로그램은 정해진 규칙대로 길을 걷는 드라마나 영화보다 더한 고민이 필요한 장르이기도 하다. 작품이 끝나면 일정기간 휴식이 주어지는 배우들과는 달리 하루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매주 방송에 출연해야하는 예능인은 그 어려움의 정도가 더 심각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대중이 손을 놓고 가만히 있는 인물에게 늘 환호를 보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늘 변화하려고 노력하고 발전하려고 애쓰는 인물이 사랑받을 수 있는 자격을 지닌다. 그런면에서 최근의 박명수에게서는 그런 노력과 변화의 의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게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에 신정환과 박명수 사이에 일어났던 작은 다툼은 제작진의 말처럼 단순한 헤프닝일수도 있다. 그들의 말처럼 현장 분위기는 참 좋았는데 편집된 장면을 보았던 시청자들이 오해했던 문제일 수도 있다. 정말 별 문제가 없는 일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며 문제를 덮는 것보다는 나쁘게 생각하고 더 고쳐야 할 부분을 찾는 것이 좋지 않을까. 이 사건을 박명수가 자신을 되돌아보고 변화하려는 의지로 삼는 것이 정말로 그에게는 더 약이 될 것이다.


그가 계속 자신의 고유 캐릭터라며 상대방에게 호통을 치고 기분 나쁜 표정으로 게스트를 몰아붙인다면 겉으로야 어땠든 속으로 이를 불쾌해하는 사람이 나올 수도 있다. 대중도 호통치는 1인자 박명수를 외면했듯이 호통치는 2인자 박명수를 버리고 입맛을 바꿔 다른 음식을 찾아 헤맬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이는 시청자들에게는 전혀 비극이 되지 않는다. 이 비극은 모두 박명수가 떠안아야 할 문제가 되고 시련이 될 것이다. 그리고 뒤늦은 순간 되돌리려고 해봤자 그 때는 너무 늦어버릴지도 모른다.

물론 지금 당장 박명수가 스타일을 바꾸고 가면을 쓰며 유재석 흉내를 낼 것을 강요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렇게 해서도 안된다. 천천히 차분하게 사람들이 인지하지 못하도록 바꿔야만 한다. 지금 누가 유재석을 바라보며 그가 서세원 쇼의 촉새이자 쿵쿵따의 깐죽대길 좋아하는 남자로 기억하고 있을까. 그것을 눈으로 본 사람도 이젠 믿지 않고 있다. 그만큼 그가 꾸준히 자신의 이미지를 바꾸고 가꾸어나가며 발전하려는 노력을 게으르게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명수는 라디오에서 농담삼아 한 말이었지만 무조건 유재석을 꼭 잡고 싶고, 유재석이 없으면 자신도 방송인으로서의 생명이 끝날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런 이유로 목숨을 걸고서라도 유재석은 살리고 싶다고 말하였다. 하지만 두려워하지 말고 정답을 찾아 헤매는 것이 좋지 않을까. 진리는 가까운 곳에 있는 법이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세월이 흐르면 그도 유재석과 헤어져야 한다. 그리고 유재석이 방송에서 없어지지 않아도 그 혼자 없어질수도 있고, 유재석이 방송에서 없어졌는데 그가 멀쩡히 살아남을 수도 있다. 그가 스타 중의 스타로 갑자기 거듭나게 된 것처럼,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것이 인생이고 방송이다. 앉아서 타인의 미래에 자신의 미래를 맡기는 것보다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도록 변화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박명수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변화다. 변화가 없다면 정체될 것이고, 정체된다면 누가 어떻게 되든 결국 그는 사라지고 말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