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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연예스토리

아내의 유혹, 대중을 속이는 대중드라마


       



SBS 일일드라마 아내의 유혹이 드디어 시청률 20%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고 한다. 각종 자극적인 대사가 난무하고 있고 정상적 사고방식을 지닌 사람이라면 이해하기 힘든 상황들이 이어지고 있으나, 이 드라마는 정작 드라마를 소비하는 대중들에게는 입소문을 타며 최근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중에 가장 재미있는 드라마라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앞서 말했듯 시청률은 계속 치솟아 오르고 있다.

반면 같은 일일드라마지만, 현재 MBC에서 방영중인 일일드라마 사랑해 울지마는 5% 내외의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아내의 유혹과 아주 비슷한 구조를 지니고 있는 경쟁드라마인 너는 내 운명 때문인데, 이와 같은 시청률 불균형 현상은 드라마의 갈등부분이 심화되고 있음에도 전혀 개선될 여지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사랑해 울지마는 최근 방영중인 일일드라마답지 않다는 평가속에서 차분한 전개와 내용 그리고 미니시리즈를 보는 듯한 깔끔한 연출력으로 드라마를 시청하는 몇몇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호평받고 있다는 점이다. 도대체 대중과 매니아 그 사이의 간극이 어느 정도이길래 이런 결과가 나오게 되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아내의 유혹은 짧게 표현하면 굉장히 사람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드라마다. 첫 설정부터 끝 설정까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 하나도 없다고해도 틀리지 않을만큼 사람 혼을 빼놓는다. 보고 있으면 도대체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모르고 보는 사람의 기가 빠져나가는 느낌마저 들 정도다. 말도 되지 않는 상황이 당연한듯 전개되고 있으니 시청자들의 비난은 당연히 빗발치듯 쏟아지고 있으나 이와 같은 드라마를 즐겨보며 너무 재미있다고 말하는 시청자들은 또 한 편에서는 부지기수로 늘어만 가고 있다. 그야말로 아 다르고 어 다른 상황이 계속 다람쥐 챗바퀴 통을 돌듯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그런 사실마저 모두 제작진의 낚시질로 보이는건 나 뿐인가?


사실 아내의 유혹을 만드는 제작진이나 이 드라마를 편성해서 방영해주고 있는 SBS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드라마가 가지고 있어야 할 가장 큰 미덕은 바로 재미도 작품성도 아닌 시청률이다. 누구나 실적 위주의 세상을 살고 있듯, 방송사 또한 마찬가지 법칙이 적용되는것이다. 방송사에서 땅을 파서 장사를 하는것도 아니고 결국 방송사에 필요한건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이고, 그런 의미에서 아내의 유혹은 확실하게 시청률을 끌어들일 요소를 고루 갖춘 드라마다. 한 편의 대서사시라는 장대한 표현까지 써도 될런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배신과 음모, 복수 이어지는 파멸에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각종 악한 감정과 선한 감정을 인위적으로 충돌시켜놓는다. 그 과정에서 물론 논리와 개연성따위는 모두 생략해버리고 일단 보여주고 본다. 그리고 시청자들이 그런 자극적 장면에 취하도록 만든 뒤에 스토리에 대해 느낄만한 감정을 생략하게 만들어버린다. 앞으로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는 전형적인 패턴까지 보여줄 예정에 있으니, 모범적인 한국형 인기 드라마 공식을 그대로 베껴가고 있는 셈이다. 방송사측이 시청자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수준 낮게 생각한 것이 아니라면 이런 드라마 만들 수가 없다. 정상적인 방송사 PD나 작가라면 아마도 자기네들도 만들면서 웃었을거라고 생각한다. 정말 진지하게 이 드라마 만들었다면 그거야말로 진짜 문제인거니까.

물론 TV를 시청하는 대중들의 마인드가 잘못되었다고 하기는 어렵다. 고작 드라마 한 편 가지고 사람들의 수준을 운운하는 것은 오버일 수도 있겠다. 사실 드라마에 죽자살자 달려들면서 분석하는 나 같은 사람 즉 매니아들이나 이 드라마가 이러니 저러니 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방송사측이 도대체 언제까지 눈 가리고 아웅식으로 이렇게 대중을 뻔한 방식으로 속이려는지 궁금증이 동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그건 꼭 내가 매니아 시청자라서 그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뭐든 발전이 있어야한다. 인간도 친구도 사랑도 그리고 드라마도 그래야지만 숨통이 트이는 셈이고 뭐든 이해해줄 수 있을만한 마인드를 갖추게 되는 법이다. 그런데 아내의 유혹은 발전이 아내라 대놓고 퇴보하겠다고 선언하는 드라마다. 막 바다에서 건져올린 이에게 말도 안되는 CPR을 실시하는데 그걸 받고 살아나는 사람의 모습에 느낄 한심함따위도 애초에 없다. 디테일따위는 애초에 바라지도 않는다. 최소한 뒷걸음질은 치지 말아야 하는데 대놓고 뒷걸음질이다.


정확하게 이 드라마를 상대로 느끼는 감정은 불안과 초조함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사실 매니아 시청자들은 아내의 유혹에 별 관심 없다. 장서희가 죽었다 살아나 좀비가 되어서 복수를 하든 물에 빠진 통에 초능력을 가지게 되어 하늘을 날며 이단옆차기를 날리든 사실 알바 아니다. 근데 이 드라마가 인기를 끌게되면 어쩌나하는 불안한 마음은 분명히있다. 이는 결코 드라마가 너무 질적으로 안 좋은 드라마라 쫄딱 망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소리는 결코 아니다. 다만 획일적이고 다양성 없이 그저 색깔만 바꾼 인형들이 찍혀 나오는 모습들을 바라보며 다 데려와서 소꿉놀이하자며 어르고 달랠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 획일적인 모습을 존중한다면 다양성은 죽어서 매장되버리고 만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매니아다. 이 드라마로 인해 다른 제대로 된 드라마가 막혀버릴까 고민하고 걱정하는 태도, 그 태도를 갖춘게 매니아다.

물론 앞서 말했듯 아내의 유혹 제작진이 무슨 생각으로 이 드라마를 만드는지 알기 때문에 이해는 한다. 아니 반대로 같은 입장에 있는 것 같아 묘한 기분도 들고 응원해주고 싶은 생각이 들때도 있다. 세상이 다 그렇게 경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으니 어떻게든 자기 프로그램 시청률을 높게 만들어보겠다는 의지도 존중한다. 하지만 그렇다해서 비판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생각하고 사고하는 대중의 입장에서 그들의 뻔한 속셈을 모두 알고 있으니 그건 당연한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 제작진이 혹시나 자기 프로에 비판을 쏟아내는 이들에게 속 좁은 도량을 보여주진 않으리라 생각한다. 대중을 속이고 있으니, 경계하는 이도 필요하다. 그래야 다양성이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