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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버라이어티

강수정, 파괴의 여신으로 전락한 이유



             




아나운서 강수정이 처음 프리를 선언했을때, 대중들은 그녀가 과연 성공이라는 수확물을 거둘 수 있을지 큰 관심을 내보였습니다. 그것은 그녀가 처음 프리를 선언한 아나운서였기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그녀 이전에도 프리를 선언했던 아나운서들은 많았고, 그녀 이전에도 아나운서로서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끼와 능력을 발휘했던 아나운서들 또한 많았습니다. 사실 그녀는 그닥 새로운 인물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녀만큼 예능쪽에만 특화된 아나운서가 이전에 없었던 것 또한 사실이었습니다. 현재 MBC 아나운서실 부국장과 차장으로 각기 재직중인 이윤철이나 신동호는 90년대 후반 강수정 못지 않은 인기를 끌었던 예능 프로그램 출신 아나운서들이었으나, 그들 또한 예능 프로그램에 활발하게 출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뉴스와 시사정보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아나운서로서 자신의 본문은 결코 잊지 않았었습니다. 프리를 선언한 손범수, 정은아와 같은 전직 아나운서들 또한 프리를 선언했던 궁극적인 이유가 방송인으로서 자신의 가치를 판단받기 위한 선택이었지, 예능인으로서의 자신의 가치판단을 위해 도전장을 내민 것은 아니었습니다. 허나 강수정은 달랐습니다. 그녀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인기가도를 달리기 시작한 직후부터 사실상 KBS 예능국 직원이나 다름없는 활동을 보여왔고, 이 때문에 아나운서직을 내던지자마자 방송인이 아닌 예능인으로서 출사표를 내던졌습니다. 아나운서가 프리를 선언하자마자 자신의 인기를 등에 업고 대형 기획사와 곧장 계약을 맺고, 예능인으로서 본격적으로 승부를 내던지겠다고 선언한 경우는 강수정이 최초였습니다. 그랬었기에 프리를 선언한 그녀의 예능인으로서의 성공 여부는 커다란 관심과 화제를 불러일으킬 요지가 다분했습니다.


 하지만 프리를 선언한 이후 강수정은 맡는 프로마다 시청률이 저하되는 악수를 맞이해야만 했고, 프로그램 또한 이로 인한 폐지의 수렁 늪에 빠져 쉽게 헤어나오지를 못하였습니다. DY 엔터테인먼트라는 거대 기획사를 등에 업을 수 있었기에 진행자로서 투입이 가능했던 야심만만과 맛대맛에서 그녀는 썰렁한 멘트만 쏟아내는 분위기 저하의 일등공신이었고, 한때 정상급 인기를 구가하던 이들 프로그램은 강수정의 투입 이후 시청률 저하 현상을 겪으며 결국 폐지라는 쓸쓸한 현실을 맞이해야만 했습니다. 이후 MBC에서 처음 맡아 진행한 버라이어티 공부의 신 또한 최악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폐지되었고, 최근에는 앉아서 출연료만 받아먹는다는 비판의 일각 속에 있던 우리 결혼했어요에서도 중도하차하는 비운을 맞이해야만 했습니다.
 
강수정의 프리 선언 이후 계속된 실패에서 알 수 있는 것은, 그녀가 아나운서 시절 굉장히 편한 환경에서 방송을 해왔다는 사실입니다. 과거 여걸의 멤버로서 또한 프로그램의 MC로서 강수정은 굉장히 매끄럽고 훌륭한 감각을 지녔다 평가받을 수 있는 여성 진행자였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 그녀에게는 아나운서라는 틀과 격식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는 방송을 진행하는 그녀에게 커다란 기둥이자 메리트였습니다. 이는 강수정 못지 않은 인기를 구가했던 노현정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메리트였고, 현재 최고의 인기를 구가중인 아나운서 오상진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메리트입니다. 시대가 바뀌고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대중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하기 시작하고 우상화하기 시작했음에도 몇몇 대중들은 여전히 한편으로는 딴따라는 천박하다는 인식과 생각을 쉽게 벗지 못하였습니다. 하지만 딴따라들이 난무하던 TV 속에서 차분한 몸짓과 말투로 소식을 전하던 아나운서는 방송의 격식과 품위를 상징하는 마스코트로 인식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대중의 인식은 시대가 크게 변했음에도 쉽게 변하지 않는 진리로 남아왔습니다.


강수정은 과거 그런 아나운서의 상징성을 100% 활용하며 방송인으로서 좋은 활동을 선보일 수 있었습니다. 대중은 방송에 나와 웃고 떠드는 강수정의 모습을 지켜보면서도 한 편으로는 그녀가 아나운서라는 생각을 가지고 그녀의 웃음 뒤에 서려있는 품위와 격식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역시 마찬가지로 방송에서 차가운 모습으로 일관했던 노현정이 엄청난 대중의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도 그녀에게 아나운서라는 타이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즉 아나운서라는 캐릭터가 그녀들의 부족한 부분도 상쇄시켜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껍데기를 벗겨내고 재능만으로 승부해야 할 순간이 다가오자 특색이 없는 강수정은 무너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강수정은 이번 우결 스튜디오 녹화마저 없애는 일등공신(?)이 되면서 파괴의 여신이라는 자신의 새로운 별명을 더욱 확고하게 구축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그녀가 진행자로서 재능이 매우 부족하거나 발음에서 문제가 드러난다거나 하는 기본적 자질이 문제시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프리를 선언한 이후에도 여전히 그녀는 전직 아나운서라는 꼬리표를 쉽게 떼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방송인으로서 새롭게 거듭나야 할 그녀에게 또다른 문제점이 되고 있습니다. 한때는 아나운서라는 장점이 이제는 방송인 강수정의 발목을 틀어잡는 단점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전문성을 잃은 프로는 터전을 잃게 되면 결국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법입니다. 맡은 프로그램의 연이은 폐지의 공신이 되고 있는 강수정과 역시 프리를 선언했으나 예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김성주의 경우를 교훈으로 삼아, 결코 앞으로는 얕은 재주와 이미지를 앞장세워 기존의 이미지마저 망가뜨리는 패착을 벌이는 아나운서들이 없어야만 합니다. 아나운서는 방송인으로서는 프리를 선언한 이후에도 확고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MC들이지만, 웃음을 전달해야 할 예능인으로서는 진행 특성도 들어맞지 않고 과거의 중후한 이미지가 향후 만들어나갈 이미지에 있어서 두고두고 걸림돌로 작용합니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하고, 솔잎이 아닌 다른 음식을 먹으려는 시도를 하기 위해서는 내가 이 음식을 먹을만한 준비가 되었는가 철저한 계산이 필요합니다. 반짝 인기를 기반으로 삼아 이것저것 먹으려 시도하다 보면 결국 체하고 쓰러지게 되는 법입니다. 아나운서들의 예능인으로서의 재주와 능력을 판단하는 시험대가 되었던 강수정의 능력 한계는 우리 시대의 또다른 씁쓸한 현실인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합니다.



2007년 12월 4일에 포스팅한 '강수정 파괴의 여신으로 전락한 이유'라는 글이 2008년 1월 12일에 SBS의 예능프로그램 야심만만2 - 예능선수촌에서 소개되었습니다. MC인 강호동씨가 프린트로 출력한 제 블로그 글을 읽고, 포스팅의 대상자였던 강수정씨가 직접 출연하여 글에 대해서 말씀을 해주셨네요.

강수정씨에게 이 자리를 빌어 부적절한 몇몇 표현이 있었다면 사과드립니다. 그리고 제가 갖다붙인 여신이라는 표현을 좋게 받아들여주셔서 감사합니다. 결코 악의가 있어서 작성한 글이 아니니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덕분에 공중파에 제 글과 블로그가 소개되었네요. 감사합니다. 앞으로 좋은 활동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