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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버라이어티

신해철의 성(性)적 발언, 불쾌했다



         






지난 야심만만 예능선수촌이 진행되던 중 게스트로 등장한 신해철이 갑자기 꺼낸 발언은 깜짝 놀랄만한 파장을 이끌어냈습니다. 야심만만의 프로그램 형식에 포함되어 있는 자신은 해보았지만 상대는 해보지 않은 일을 뜻하는 올킬이 진행되던 도중 갑자기 신해철은 자신이 나이 스물 넷에 첫번째 성경험이 있었다는 발언과 함께 다른 게스트와 MC들에게 이와 관련한 답변을 요구하는 제스처를 취하였습니다. 이에 김제동, 김구라, 유세윤, 전진, 서인영을 비롯한 MC들와 게스트들은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마지막에 이르러서 그는 결코 성을 부끄러워해서는 안되고, 성을 자랑해서도 안된다는 지극히 감동적인 멘트로 말을 끝맺었으나 프로그램을 지켜보며 눈가가 찌뿌려지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사실 신해철이 말한 것처럼, 성은 부끄러워할 일도 아니고 그렇다해서 다 드러내놓고 자랑할만한 무용담도 아닙니다. 그가 꺼낸 발언은 충분히 좋은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누구나 알고 있을 법한 이야기에 불과했으며, 성교육 강사들이 자신의 강의에서 수십번 강조하는 식상하고 구태의연한 발언에 불과했습니다. 결국 그의 이야기 자체에서 그닥 건져올릴만한 부분은 없었습니다. 사실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앞서 말했듯 그 이야기까지 가는 과정이 상대방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자신만의 일방통행이 강요된 불쾌한 방법이었다는 점이 더 큰 문제였습니다.


그가 이 발언을 장시간 혼자 말하며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이나 혹은 형식이 용납되는 프로그램에 나와 꺼냈다면 크게 문제될 소지는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크게 문제로 번질 소지가 다분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형식과 어긋나는 공중파 예능프로그램이었고, 자신의 발언에서 그치지 않고 상대방의 피드백과 제스처까지 요구하는 민망한 상황으로까지 이야기가 전개되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가 설득력있게 말을 전개해도 그의 사상과 모든 행동이 받아들여지는 사람에게 절대적인 진리가 될 수는 없습니다. 신해철이 야심만만에서 꺼낸 발언은 그의 사상과 혼자만의 생각에 불과할 수도 있으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옳지 않은 불쾌한 이야기일 수도 있었습니다. 자신이 나이 스무 네살에 첫번째 성경험이 있었고, 적절한 시기에 이루어진 성경험(?) 때문에 음악이 발전했다는 식으로 이를 포장한 그의 발언은 그가 가지고 있는 연예인으로서의 이미지나 중후함 혹은 독설가로서의 모습과 상충되는 것이었으나 다른 연예인들은 그렇게 받아들이기 힘들어했습니다. 그는 성을 쉽게 생각하지않고 소중한 방법으로 지켜가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그가 그 자리에서 나는 24살에 처음 성을 경험했다. 너희들은 어떠냐고 묻는 것 자체가 큰 실례가 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세상이 개방적인 시대를 맞이했더라도 사실 친한 지인 혹은 친구와 있어도 자신의 성적인 경험을 드러내놓고 이야기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몇몇 남자들은 여자들끼리 모이면 마치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에 등장하는 '사만다' 킴 캐트럴처럼 여자들이 마구 성적인 경험들을 주위 친구들에게 쏟아내는 것처럼 착각하고 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며, 몇몇 여자들 또한 남자들끼리 모이면 서로 어떤 여자를 잡아먹었는지 무용담을 꺼내듯 발언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나 이 또한 사실이 아닙니다. 인종, 성별이 다양하듯 가장 민감하고 어렵다고 할 수 있는 성적인 가치관은 단순하게 일반화된 자신만의 논리 안에서 승화시키는 지극히 어렵습니다.

이번 신해철의 발언은 역시 독설가로 이름 높은 김구라가 있는 와중에 이루어진 발언이었기에 자연스럽게 그와 비교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평소 격한 말을 쏟아내기로 유명한 김구라는 자신이 예능프로그램에 나왔다는 사실을 충분히 자각하고 민망하지 않은 재미있는 독설들을 쏟아냈으며, 몇몇 연예인들을 실명 공개하였으나 이를 불쾌한 상황으로 연결시키지는 않았습니다. 모두 드러내놓고 이야기를 꺼내었으나 그는 대화의 기술을 발휘하였고, 다른 게스트들과 MC들을 배려하는 성숙함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신해철은 비밀스럽고 조심스러운 대화를 시도하였으나 결국에는 상대방을 배려하지 못하고 자신의 말만 쏟아내며 지루한 방법으로 민망한 일장 설교를 늘어놓았습니다. 


때와 장소를 벗어난 이번 신해철의 실언은 대화의 기술과 상대방을 존중하는 예의에 대한 화두를 내던졌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꾸준히 회자되어야 할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말을 논리정연하고 조리있게 잘하고 자신의 뜻과 생각을 다른 이들에게 전파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사람이라도, 상대방을 설득시키지 못하고 굴복시키는 것에 불과했다면 결코 좋은 대화를 펼쳤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독설이라도 충분히 상대방의 뜻과 의견을 존중할 수 있는 형태의 독설이 나오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