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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버라이어티

1박 2일, 지루하고 재미없는 다큐멘터리

 

   




대한민국에 리얼 버라이어티가 자리 잡힌 이후에 가장 안 좋은 폐단이 생겼다면, 무조건 리얼한 것만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웃음을 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인식이 자리잡히기 시작했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특히 몇몇 프로그램은 이러한 예능프로그램에서의 리얼함을 추구하는 방송형태를 리얼하다는 상황 그 자체로 남겨놓지 않고, 아예 성의가 없는 일종의 날방임에도 포장하고 있습니다. 많은 방송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1박 2일의 변질과 멤버들의 성의없는 태도는 꾸준히 프로그램을 시청해왔던 고정 시청자들에게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알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이른 것 같아 무척 안타깝기만 합니다.

지난주 지상렬이 등장한 1박 2일은 근래 방영되었던 1박 2일 중 단연 최고였습니다. 허나 지상렬이 나와서 한 것이라고는 이미 짜온 이수근과의 시트콤같은 상황극과 상근이와 개를 이용한 꽁트에 불과했습니다. 그럼에도 한 회 게스트로 나온 그가 최고의 웃음을 선사했다는 것은 그만큼 다른 멤버들의 매너리즘과 재미없음이 얼마나 극에 달했는지를 증명합니다. 이미 지금의 1박 2일은 멤버들 스스로가 예능 프로그램을 찍는 것인지 아니면 6시 내고향을 찍고 있는지 분간을 하지 못하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1박 2일이 이렇게 실패해버린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으로 전락해버린 것에는 몇 가지 이유를 들 수 있겠지만, 부자연스러운 멤버들간의 모습과 이제는 입에 들러붙어서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말 끝마다 국민만 찾는 MC 강호동의 미숙한 진행에서 비롯되는 문제점이 가장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안 좋은 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과거 김종민, 지상렬이 있었을 당시 여행버라이어티라는 성격을 가지고 있었으면서도 재미와 웃음속에서 추구되는 리얼함을 내놓았던 1박 2일은 현재는 정말 여행만 하고 돌아오는 연예인 관광 패키지용 프로그램이 되어버렸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여행지 장난에 지겨운 복불복은 늘어지듯 계속되고 있고, 멤버들끼리는 서로 말꼬리 잡는 장난만 하며 방송시간을 때우려 하고 있습니다. 너무 재미가 없는데도 MC인 강호동은 이를 수습하고 어떻게든 정리하려고 하기보다는 그 장난 속에서 히히덕대고만 있습니다. 그리고 귀에 딱지가 늘어붙을 정도로 남발하는 국민 찾는 멘트는 지겹다 못해 시청자를 우롱한다 느껴질 정도로 분노를 치밀어 오르게 만듭니다. 모든 상황이 합쳐져서 결국 방송의 기본적인 진행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지켜보는 시청자들이 방송을 보고 있는지 연예인들의 재롱놀이를 보고 있는지 구분이 되지 않습니다. 거기에다가 함께 방송을 시작한지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눈에 띠도록 부자연스러운 멤버들간의 리액션이나 행동을 보고 있으면, 이 사람들이 진심으로 웃음을 추구하기 위해 이 방송을 함께 하는 것인지 아니면 서로의 필요에 의해 방송을 하고 있는지 생각하게 만듭니다.


물론 이와 같은 상황을 전혀 통제하지 못하고 있는 해피선데이 제작진의 무능력 또한 지탄받아 마땅합니다. 과거 X맨, 연애편지 시절에나 통했을법한 낡은 러브 버라이어티 꼬꼬관광을 출범시킨지 두 달만에 폐지시키고 다시 불후의 명곡을 되살린 그들은 1박 2일의 의외의 대박 이전에도 준비됐어요를 비롯한 수없이 많은 프로그램을 폐지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각종 자극적인 컨텐츠와 긁어모을 수 있는 상황들을 모두 가져와서 어떻게든 시간을 메꾸려고만 하고 있으니, 시청자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프로그램을 원하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하는 듯 무성의함으로 모든 것을 넘기려고만 하고 있습니다. 소가 뒷걸음치듯 쥐 밟아서 대박 터트린 1박 2일도 충분히 처음 정신과 스타일을 유지했다면 웃음과 감동 두 가지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좋은 예능으로 남을 수 있었으나 무성의하고 무책임하게 손만 놓고 있었음에도 시청률은 치솟으니 자만감에 빠져 아예 프로그램을 망쳐버린 덕분에 현재는 회생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1박 2일의 재미가 떨어졌으니 초심으로 되돌아겠다고 선언하면서 기자들을 잔뜩 불러다놓고 연기자들에게 손으로 밥을 퍼먹게 시키는 짓이 시청자들이 추구하고 갈구하던 재미와 웃음이라고 생각하는 그런 지극히 변태스러운 상상은 도대체 누구의 머리 속에서 나온 상상일까요? 차라리 그 장면을 찍고서 공중파에 내놓지 말고 자기네들끼리 편집해 돌려보았다면 아마 더 나은 선택이 아니었을까요?


1박 2일, 너무나도 재미없는 이 프로그램이 과감한 결단을 내릴 용기나 가지고 있을런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한 가지 고언을 하고자 합니다. 제작진을 모두 물갈이하고 출연진 또한 재미없는 멤버는 과감하게 퇴출시키고 목표와 구심점을 잡길 바랍니다. 목표도 없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강요하는 행동은 범죄자들의 협박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지상렬, 김종민이 등장하던 시절 1박 2일을 아끼던 시청자로서 지금의 1박 2일의 비참하고 처절한 몰락은 참으로 가슴아픈 상황입니다. 다시 1박 2일이 정말 그들이 원하는 초심을 찾을 수 있도록 제작진이 제대로 된 성의를 갖춰 프로그램을 제작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