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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연예스토리

익숙하기에 앞서 안일한 종합병원2


     




종합병원2는 뼈대만 놓고보면 성공할 수밖에 없는 드라마입니다. 캐스팅, 각본, 연출까지 모든 부분에서 흥행드라마만의 공식을 적절한 방식으로 답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리버리하지만 인간적인 젊은 레지던트 역할을 맡을만한 남자 배우 중 차태현만한 스타성과 연기력을 지닌 배우는 없고, 쾌활하면서도 유쾌한 레지던트 역할을 맡을만한 여자 배우 중 역시 김정은 이상의 스타성과 연기력을 지닌 배우는 없습니다. 그리고 최완규라는 우리나라 드라마계를 대표하는 흥행작가의 각본에 안녕 프란체스카로 스타 PD의 반열에 올라선 노도철 PD의 연출까지 무엇하나 부족한 것이 없어 보이는 드라마입니다.

하지만 드라마 초반에 드러나고 있는 이러한 익숙함들이 시청자들에게 친근감을 주기보다는 반대로 식상함을 주고 있는 것 같아 보입니다. 어떤 시각에서 놓고보면 반대로 이와 같은 구성이 안일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그리고 회가 거듭할수록 문제점은 계속 심화되고 있습니다.


종합병원2의 경쟁 드라마인 바람의 나라는 훌륭한 시놉시스와 맛깔스런 구성을 지니고 있는 드라마지만, 결과적으로 200억이라는 돈을 쏟아부은것에 비하면 계속 저조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흥행부진에 어느 한가지 이유만을 들수는 없겠으나, 역시 주몽 역할을 맡은 송일국이 주몽의 손자인 대무신왕으로 연이어 등장하는 것에 초반 시청자들이 거부감을 느낀 까닭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드라마가 시작되고 시간이 흘러가면서 사극에서 특히 더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주는 송일국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독보적인 주몽의 캐릭터적 아성을 뛰어넘는 카리스마를 보여주었으나, 초반에 이미 강마에 김명민에게 시선을 꽂고 대무신왕에게 등돌린 시청자들은 도통 그의 캐릭터에 호감을 가지지 못하였습니다.

종합병원2 역시 같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할 수 있습니다. 앞서 말한 김정은과 차태현의 캐릭터는 물론이고, 조연으로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과 배우들이 과거 자신이 맡았던 모습들을 그대로 가져온 것 같은 모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류진, 이종원의 냉철하고 지적인 엘리트 이미지도 김병만이 가진 코믹한 이미지도 고준희가 가지고 있는 서포팅적 이미지까지 어느 하나 새로운 것이 없습니다. 그나마 과거 자신이 맡은 캐릭터들을 뒤엎은 인물을 찾아보면 코믹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배우 류승수가 외과 독사 레지던트로 연기하고 있는 점을 꼽을 수 있으나, 이같은 모습 또한 과거 종합병원1의 오욱철이 맡은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온 것 같은 모습으로 일관하고 있기에 새롭게 느껴지진 않습니다.


익숙한 것도 좋지만, 전혀 새로운 것 없는 구성이 충돌하며 낳을 수 있는 문제는 의외로 심각할 수 있습니다. 배우들은 과거 자신이 맡았던 모습에서 좀 더 업그레이드 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에 빠질 수 있고, 이와 같은 부담감은 맡은 캐릭터를 연기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종합병원2는 초반 그런 문제점을 두드러지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이미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라 할 수 있는 차태현과 김정은을 연기 못하는 배우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오직 겉으로 드러난 단면만 바라보며 차태현이나 김정은의 연기력이 부족하거나 퇴보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안목은 상당히 저급하다 할 수 있습니다. 종합병원2의 최진상과 정하윤은 상당히 연기하기 어려운 고난이도의 캐릭터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또 잘한다고도 할 수 없는 것이 종합병원2가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딜레마입니다.

종합병원2가 1편과 가진 가장 큰 다른 점을 꼽아보자면 드라마에 무게를 주기보다는 활력과 스피드함을 추구한다는 것을 손꼽을 수 있습니다. 다분히 작품만큼이나 시청률을 고려하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일 수 있는데, 종합병원2는 이와 같은 트렌디적인 구성이 앞서 등장했던 메디컬 드라마들에 비해 훨씬 더 강하게 노출되고 있습니다. 최근 메디컬 드라마 중 가장 트렌디 드라마적 구성을 지니고 있던 외과의사 봉달희조차 버럭범수라는 별명을 탄생시킨 안중근이라는 확고한 중심축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종합병원2는 초반부에 드라마를 위해 이야기를 접어둘 수 있는 중심캐릭터가 없습니다. 전작에 등장한 김도훈 역의 이재룡은 당초 중심을 잡아주는 상징성에 그칠것으로 예상되었으나 초반부터 그 나름대로의 고뇌를 가진 하나의 캐릭터로서 등장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이종원이나 심지어는 외과 과장 역할을 맡은 조경환에게도 이는 마찬가지로 통용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전체적인 드라마는 활력이 넘치지만, 반대로 드라마 안에서 새로운 것이 없고 중심이 없으니 배우들이 연기하기 어려워지는 현상으로 이어집니다. 사람의 죽음을 논해야 할 메디컬 드라마가 활력넘치는 구성을 지니고 있으니, 시청자들도 어리둥절 할 수밖에 없습니다. 차태현이 아무리 좋은 배우라도 자신의 수술이 잘 끝났다며 기뻐하다가 갑자기 맡은 환자가 죽었다는 소식으로 연결되는 스토리 안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주기는 힘든 법입니다. 드라마의 구성과 내용 자체에서 빚어지는 충돌의 정도가 너무 크다 할 수 있습니다.


익숙함이나 드라마적 흥행구성보다는 좀 더 웰메이드 드라마를 원했던 것이 원작과 종합병원2를 기다리던 시청자들의 마음이 아니었을까요? 종합병원2를 보면서 드는 이와 같은 아쉬움을 쉽게 떨쳐낼 수 없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