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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버라이어티

하하 없는 무한도전이 아쉬운 이유

지난 10월 18일 방영되었던 무한도전 - 대한민국을 디자인하다 제 2편에는 반가운 얼굴이 인트로에 캐릭터상으로나마 등장하였습니다. 무한도전의 중추적 멤버였다가 올해 초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를 시작한 하하가 MBC 로고들 사이에서 연령을 표시하는 피켓을 들고 서 있었던 것입니다. 저는 그 장면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하하의 입대 뒤에도 몇 개월간 무한도전을 보면서 잊고 있었던 그의 과거 존재감과 활약상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무한도전만의 캐릭터 게임을 완성시킨 존재


하하의 입대 직전 무한도전은 꿈에 그리던 시청률 30%를 달성하며 그야말로 최고의 전성기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던 편 또한 하하의 입대 기념 게릴라 콘서트였고, 박명수와 정준하를 비롯한 여타 다른 캐릭터들이 다소 매너리즘에 빠져 지지부진한 상황이기도 했으나 그의 활약상만큼은 무한도전에서 가장 빛나던 시기였습니다.

리얼버라이어티가 정착하기 전 흔히 무한도전에 반감을 가졌던 많은 있는 이들이 가장 불평불만을 터트렸던 사항 중에 하나가 프로그램에서 지나치게 소꿉장난과 같은 가족놀이 분위기가 나온다는 점이었습니다. 버라이어티에 고정게스트들이나 MC들이 나와서 프로그램을 자기네들 스타일대로 이끌어가며 진행해가는 경우는 흔히들 있었지만, 고정적으로 박힌 멤버들이 아예 처음부터 끝까지 서로 사담을 나누듯 이야기하며 프로그램이 아닌 자기네들 중심으로 자기들만의 영역을 구축한 것은 매우 파격적인 시도였었죠. 무한도전이 추구했던 이러한 분위기와 형태 자체는 당시로서는 큰 승부수이자 도박이었습니다. 게스트가 없이, 출연하는 멤버들끼리 계속 버라이어티를 이끌어 간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고인 물이 썩는다는 말이 있듯, 그만큼 쉽게 식상해질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무한도전의 이러한 파격적인 시도가 성공으로 귀결될 수 있었던 것은 되돌아보면 모두 하하의 공로가 절대적이었습니다.


하하는 등장하는 나머지 다섯 명 인물들과의 관계도가 뚜렷했습니다. 또한 자신만의 독특한 캐릭터를 처음으로 무한도전에 도입시킨 인물이기도 합니다. 무한도전이 시즌2 - 퀴즈의 달인 형태로 프로그램 포맷을 변경하고 가장 주목받은 인물은 당시 호통컨셉으로 전성기를 맞이하던 박명수였지만, 그도 무한도전 내에서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었다기보다는 내부에 있던 캐릭터를 끌어와 프로그램에 도입시켰을 뿐입니다. 이는 자기만의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있는 노홍철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당시 하하는 자기 스스로를 꼬마로 만들고 멤버들에게 어리광을 부리기도 하고, 잘생겼다는 컨셉도 잡고 가끔은 날뛰기도하며 무한도전 내에서 독보적으로 자신의 캐릭터를 완성시켜나갔습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건방진 뚱보의 이미지 구축에 실패하던 정형돈에게 어색하다는 새로운 캐릭터를 주기도 했으며, 정준하의 투입 이후 다소 식상할 수 있었던 그의 바보 캐릭터가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적극적인 캐릭터 게임으로 그의 적응을 돕기도 했습니다. 

하하가 떠난 뒤 무한도전이 다른 멤버를 투입시키지 못하고 5인체제로 갈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만큼 하하가 구축해놓았던 캐릭터게임의 공백을 섵부르게 메울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그동안 프로그램에 큰 이득이 되었던 바였지만 막상 그가 없는 상황에 이르자 무한도전이 가장 어렵게 된 원인이 되기도 했죠. 많은 특급 게스트들이 출연하였지만 그만큼의 재미를 주지 못했고, 결국 전진이 제 7의 고정멤버로 투입되었지만 나름대로 적응은 하고 있음에도 하하 이상의 재미를 줄 수 없는 것 또한 이 때문에 비롯된 일입니다. 최근의 무한도전이 제영제 PD가 공동연출자로 투입된 이후 프로그램과 미션을 중심으로 두는 쪽으로 방향점을 다소 틀어버린 것 또한 이와 같은 이유가 절대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하가 없는 무한도전은 시청률 부분에서 최근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뛰어난 리액션과 상황극의 달인


최근 무한도전의 시청률이 떨어지고 있는 원인중 프로그램이 식상한 이유는 크지 않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사실 무한도전만큼 매주 프로그램 형식을 바꿔가는 버라이어티는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식상함은 무한도전과는 다소 거리가 먼 이야기라 할 수 있죠. 최근 무한도전이 시청률에서 부진한 이유는 재미와 웃음의 강도가 많이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이는 무한도전만의 장점이라 할 수 있는 캐릭터놀음과 상황극 자체가 원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또한 하하의 공백에서 비롯되는 아쉬움입니다.

버라이어티에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전달하는 요소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단연 그 상황을 만들어내는 재미라 할 수 있지만 그 재미를 어떤 방식으로 전달할 수 있느냐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합니다. 같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어떤 사람이 어떻게 말을 하느냐에 따라서 그 재미도가 천지 차이가 나는 경우가 적지 않죠. 정형돈이나 정준하가 과거부터 무한도전 내에서 우리 말을 받아달라는 컨셉으로 매번 외치는 그것. 예능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리액션입니다. 과거 무한도전 내에서 이러한 리액션의 90%를 도맡고 있었던 사람이 바로 하하입니다. 하하의 역할이 특히 중요했던 것은 무한도전에서 가장 중요한 상황극이라 할 수 있는 유재석 - 박명수의 상황극 사이에서 그가 가끔은 중재자 역할도 하고, 폭탄처럼 이를 터트리는 리액션을 첨가해주었다는 것에 있습니다. 특히 과거 방영되었던 무인도편 같은 경우는 처음부터 끝까지 상황극을 이끌어가던 인물이 하하였습니다. 그만큼 그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했습니다. 최근의 박명수가 과거처럼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하고 상황극을 벌여도 그만큼 재미가 없는 이유는 그의 말을 모두 받아주고 웃음지어주었던 하하가 없는 공백이 절대적인 이유라 할 수 있습니다.

그 누구도 하하를 대신할 수는 없다


다른 예능에서나 복무로 인한 논란을 포함해 그에 대한 대중의 평가가 어찌되었던 저는 예능인 하하가 없는 무한도전이 너무 아쉽습니다. 그가 무한도전 내에서 보여주었던 활약상이 그만큼 절대적이고 대단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무한도전의 김태호 PD가 그가 프로그램에서 나간지 몇 개월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캐릭터 로고를 인트로에 넣으며 그를 잊지 말아달라고 외치는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프로그램을 오래 같이 해왔다는 정이라는 단순한 측면때문이 아닙니다. 그 누구도 앞으로 무한도전 내에서 하하를 대신할 수 있을만한 능력을 보여줄 수 없기 때문입니다.

현재 1박 2일과 패밀리가 떴다는 약진을 거듭하면서 이제 리얼버라이어티의 시초라 할 수 있는 무한도전의 시청률을 뛰어넘었습니다. 하지만 하하의 공백으로 자신들만의 가장 큰 장점을 잃어버린 무한도전에게 아직도 하하라는 든든한 원군이 있었다면 과연 시청률 추월을 그렇게 쉽게 허용했을까하는 아쉬운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저는 아직도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에 크게 새겨진 하하라는 인물의 빈자리가 너무나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