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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버라이어티

김제동의 퇴출, 정치적 해석은 위험하다

김제동의 스타골든벨 하차로 인터넷이 시끌시끌하다. 이는 분명 대단히 아쉽고 안타까운 결정이며 그가 자신의 소신을 적극적으로 표현한 직후 내려진 갑작스러운 조치라는 점에서 과정상 석연찮은 부분도 존재하는 결정이다. 하지만 이 결정을 꼭 정치적으로 해석해야 할 이유는 없다. 아니 일부분 정치적인 결정이 있었더라도 이를 전체적인 정치적 상황으로 몰아 해석하며 특정 집단이 이런 상황을 이용하는 일이 도리어 김제동이라는 진행자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사실을 대중들이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

과거 심현섭은 몇 번의 인터뷰를 통해 정치적 견해가 틀리다는 이유로 자신이 정권으로부터 불이익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실제 그는 대통령 선거가 끝나자마자 본래 예정되어 있던 상을 수여받지 못했고 자신이 중심이 되어 잘 이끌어가던 방송에서도 석연찮게 하차해야만 했다. 하지만 상당 부분 설득력을 갖춘 정황과 근거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주장은 대중들에게 어떤 공감도 연민도 얻지 못했다. 이유는 그의 퇴출이 정당했느냐 정당하지 못했느냐를 따지는 가장 중요한 기준점으로 대중의 판단에 가장 중요했던 부분은 그의 실력이었기 때문이다. 대중은 당시 보여주던 또 날이 갈수록 저조하고 실망스러웠던 심현섭이 방송에서 보여준 모습을 바라보며 억울하게 퇴출당했다는 그의 주장을 납득하지도 이해하지도 못했다. 그리고 이런 결과는 과거 심현섭이 겪었던 딜레마를 그대로 밟아나가는 김제동 또한 마땅히 보고 받아들여야 할 현실이다.


사실 최근 김제동은 각종 프로그램에서 극도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단 한 번도 5%대 시청률을 돌파하지 못하며 처참히 폐지가 결정된 일밤의 노다지를 비롯해, 터줏대감 역할을 맡고 있으며 사실상 김제동을 상징한다 할 수 있는 스타골든벨에서조차 부진했다. 실제 우결의 독립 편성 이후 스골은 계속되는 경쟁 프로그램의 위협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했고, 김제동 또한 진행자로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부분이 적지 않았다. 물론 사골국물처럼 우려내 더 이상 뽑아먹을 것이 없어 보이는 스골의 진부한 현실을 김제동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어불성설이지만, 편당 수백 만원이 넘는 몸값을 받는 진행자라면 저조한 프로그램의 현실에 어떤 방법으로든 돌파구를 마련해줘야 할 의무와 큰 짐을 짊어지는 책임감이 필요하다. 하지만 최근의 김제동은 스타골든벨에서 한창 전성기 시절의 과거 모습과는 다른 실망스러운 모습으로 일관했다. 일사불란하게 떠드는 출연자들을 하나로 모으는 그만의 방법에 새로운 것이 없었고 특유의 진행 또한 날카롭지 못하고 식상하기만 했다. 스스로 자신의 그런 약점과 매너리즘을 벗어나기 위해 프로그램에서 미리 준비한 2PM 춤을 추며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아쉽지만 이런 부분들을 놓고 보았을 때 이번에 이루어진 김제동의 하차에 대중들이 납득할 수 있는 관점과 결론은 하나다. 분명 김제동은 부진했고 동반 부진에 빠져들었던 스골에게는 프로그램을 살리기 위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는 점이다. 하락세를 거듭하는 프로그램이 돌파구를 찾기 위해 메인 진행자를 교차하는 방식으로 간판을 바꿔달며 새로운 면모를 추구하는 일은 그다지 어색하고 잘못된 경우가 아니다. 이는 스골을 제외한 숱한 프로그램에서 그동안 있어왔고 앞으로도 또 흔하게 이루어질 일이다. 이는 기존의 MC들을 밀어내고 그 자리에 섰던 김제동이 받으며 그가 발굴되었던 혜택의 일환이기도 하다.

지금의 김제동이 스타골든벨에서 하차하게 된 현실을 가해자인 권력집단에 의해 내몰리게 된 피해의 상황으로 묘사하며 그를 정치권의 성향과 억지로 연결하려는 시도는 자칫 그를 더 구차한 인물로 남기는 선례가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불만이나 의혹이 생기는 부분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 관점에서 놓고 보았을 때 부진했던 김제동의 프로그램 하차는 아주 납득하기 어렵거나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사실이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그렇다.

김제동 스스로가 이번 하차가 잘못된 것이었음을 증명시키기 위해서는 실력과 능력 그리고 진정한 결과를 앞으로 보여줘야 할 필요가 있다. 학벌도 인맥도 아무것도 가지지 못했던 그가 메인 스트림 방송무대에 진출한지 5년도 되지 않아 연예대상을 수상하며 국민MC 반열에 올라서기까지는, 위치에 서기까지 보여주었던 대중을 사로잡을만한 특별한 능력과 매력이 있었다. 분명 정치적인 소신을 가지는 것은 자유고 그것으로 인해 방송에서 탄압당하는 일은 잘못된 것이다. 하지만 그런 정치적 상황을 다른 논리의 악순환으로 이용하며 부족한 능력을 뒤덮고 희석시키는 독수가 된다면 지금보다 더 겉잡을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굳이 정권에 의해 희생당한 불쌍하고 불행한 사람으로 묘사하지 않아도 김제동은 나중에라도 부활할만한 자질과 능력을 갖추고 있는 인물이다. 도리어 심증은 있지만 물증은 없는, 전혀 근거를 가지지 못한 논리 안에 김제동을 억지로 포함시켜 휩쓸리게 하는 일이야말로 진행자로서 다시 일어서야 할 그에게 좋지 않은 중압감만 가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지금 김제동에게 필요한 것은 초심이고 처음이며 모든 것을 비우고 다시 시작하겠다는 마음가짐이다. 그런 부분에서 어쩌면 매너리즘으로 가득 찼으며 더 이상의 해답이 보이지 않던 스타골든벨에서 하차하게 된 작금의 상황은 도리어 김제동에게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용기 있는 모습으로 대중들 앞에 나서 적극적으로 말하고 소통하는 법은 깨달았지만 아직도 전성기 시절의 모습 혹은 그 때의 모습을 능가하는 실력으로 롱런을 거듭하기 위해서는 향후 김제동이 풀어야 할 숙제와 과제가 너무나 많다. 진행자 김제동이 진정 자신의 미래를 열어나가기 위해 현실의 불만보다는 미래를 바라보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새로운 개척정신과 도전정신이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