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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라이프스타일

한국 사랑하는 아일랜드 아저씨에게 배우다

지난 주 아일랜드 더블린 행 비행기에 오르기 직전까지 나는 과연 이 여행이 정말 내게 도움 되는 경험이 될 수 있는지 회의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었다. 자칫 여행이 최근 수술한 몸에 악영향을 끼쳐 건강에 불안정한 위협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고, 짧은 영어 솜씨 때문에 해외에서 곤란함을 겪게 될 상황도 우려스러웠다. 또한 여행하게 될 국가가 아일랜드라는 사실도 굉장히 부담스러웠다.

이유는 그동안 내게 아일랜드라는 나라가 영국 옆에 붙은 빈민국 이미지로 가득한, 전혀 매력 없는 국가로 인식되어 있는데다가, 그들의 수도인 더블린은 도시 전체가 기네스의 초상화와 맥주로만 가득한 기네스의 국가라는 사실 외에 더 알고 있는 부분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오랜 시간 해외에 체류했다는 친구를 통해 아일랜드인들이 은근히 유색인종에 대해 차별이 심하고 배타적이며 국수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는 설명도 들었기에 자연스럽게 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하자면 아일랜드와 더블린은 내게 두려운 곳이었다.


하지만 어렵게 내린 출국 결정 이후 아일랜드 땅을 밟고 더블린에서 지내며 나는 내가 가졌던 그런 걱정과 의문들이 모두 기우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물론 전부 만족스러운 부분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고 거칠고 호전적인 이들도 몇몇 볼 수 있었지만 아일랜드 사람들은 대체로 친절한데다 훌륭한 마인드를 갖추고 있었고, 만나는 사람들 중에는 놀랍게도 한국을 잘 알고 특별하게 생각하는 현지인들이 적지 않았다.

특히 여행 첫 날 기네스 축제 참여에 도움을 주신 버스 기사로 현지 가이드 역할도 함께 해주었던 미스터 ‘콜’씨는 2002년 월드컵 당시 한국 땅을 직접 밟았던 경험을 말해주며 유독 친근한 태도를 보여주었다. 기네스와 축구 그리고 로이 킨(맨유에서 뛰었던 아일랜드 출신의 전설적인 축구선수)에 열광하는 평범한 아일랜드 남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대다수 한국인을 생각하면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며 환호성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2002년 당시 자신의 상황이 무척 좋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하고 있는 일도 중단할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았으며 집에 개인적인 문제가 있어 아일랜드가 월드컵 16강에 진출한 결과를 현장에서 지켜보고도 16강 경기를 보기 위해 일본에서 한국으로 들어올 생각을 가지질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그런 결정에 한국에 대한 적개심과 두려움 또한 적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우리로선 생소하게 느낄 수도 있지만 분단국이라는 현실과 대뇌외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한국에 대한 부정적이고 낮은 인지도가 그가 한국과 서울을 두려워하는 부분이 된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입국 이후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한국 땅에서 지내며 자신의 그런 생각들이 굉장히 잘못된 것이었음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바쁜 일이 있어도 먼저 친절한 태도를 보여주며 이타적인 모습으로 먼저 손을 내밀어주는 한국인들의 친절한 특성이나 맛있는 음식 그리고 훌륭한 마인드에 대해 직접 몸으로 체험하며 알게 되었고 자신이 가진 오해 또한 자연스럽게 풀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래서 인생이란 정말 재미있는 것이고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유익한 경험이라고 하는 것일까. 아마 콜씨가 한국 땅을 밟지 않았더라면 그는 일평생 한국이라는 국가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쉽사리 떨쳐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는 나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만약에 내가 두렵고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아일랜드로 가지 않고 실제 그 곳 사람들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과연 한때 아일랜드에 대해 가졌던 부정적이고 나쁜 생각들을 지금의 긍정적인 반응으로 연결지을 수 있었을까? 아마 그러지 못했을 확률이 높다.

나는 아일랜드 땅을 밟으며 이곳이 참 멋진 나라라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이들에겐 기네스라는 멋진 브랜드와 축제가 있고 술도 있지만, 꼭 그것만이 전부는 아닌 듯 보인다. 한국을 이해하고 사랑하며 소통할 수 있는 멋진 사람들 또한 보유하고 있고 나는 그들에게서 정말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다. 그리고 나도 아일랜드 땅에서 한국에 긍정적이었던 콜씨가 보여준 모습처럼 한국 땅을 밟으며 자연스럽게 한국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게 되었다. 사람을 만나며 그 사람을 이해하고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배웠으니 앞으로도 더 이를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