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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버라이어티

김제동은 왜 유재석이 될 수 없을까

김제동은 몇 개월 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제 사회에 참여해 연예인 생명을 내걸고 웃음을 줘야 할 예능인으로서 쉽지 않은 정치적 성향을 드러냈으나, 놀랍게도 비난은커녕 아무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넘치고 지적인 예술인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이에 그가 진행하고 있는 몇몇 프로그램과 그를 사랑하게 된 팬들은 김제동이라는 인물을 국민MC로 부르고 추대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고, 꼭 그를 그렇게 부르고 지칭하는 이가 아니더라도 거의 대다수 사람들은 어려움을 겪던 그가 다시금 화려하게 부활할 것을 확신했다.

그러나 이런 기대와는 달리 김제동은 부진했던 과거의 모습을 반복해 걸어가며 뚜렷한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다. 그의 생명줄이자 최후의 보루라 할 수 있는 스타골든벨은 여전히 경쟁자들의 지속적인 위협에 시달리는 상태로 사실상 아이돌의 가십과 말장난을 팔아치우는 3류 토크쇼로 전락해 버렸고, 장수 프로그램인 주말 오전 버라이어티 환상의 짝꿍은 동시간대 경쟁 예능의 재방송 실적에도 미치지 못하는 부끄러운 수치에 머무르고 있다. 거기에 야심찬 런칭과 더불어 사실상 유재석, 강호동과 맞서는 구원투수로 그가 전면에 등장한 일밤의 노다지는 최근 공중파 역대 예능 최저 시청률이라는 2%대의 이루 말하기도 어려운 처참한 실적을 남기고 있으며 김제동이라는 진행자의 이름 석 자와 신뢰도에 먹칠을 가하는 오명이 되고 있다.


도대체 김제동의 이런 거듭된 실패는 어디서부터 기인하는 아쉬움일까. 일단 겉으로 드러났던 용기와 변화의 의지와는 달리, 궁극적인 김제동의 스타일에 전혀 변화가 없었다는 사실이 패착의 원인으로 지적될 수 있다. 과거 김제동은 그의 전성시대를 열어준 윤도현의 러브레터나 야심만만과 같은 프로그램에서 가벼운 감초 진행자로서 1인자를 뒷받침하는 언어능력을 바탕으로 승승장구를 거듭했다. 하지만 그는 그에게 다소 과분한 짐이나 다름없던 KBS 연예대상을 수상한 직후 같은 상을 수상했던 이혁재가 그러했듯, 자신이 할 수 있는 능력의 범위를 지나치게 벗어나 무거운 중량감만 가진 상태로 앞장서 나아가길 원했고 과거에 일으키지 않았던 방식의 여러 잡음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격렬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휩싸이면서도 긍정적인 흐름 속에 자신을 맡기지 못하며 진행자로서 신뢰 있는 위치에도, 2인자로서도 매력 있는 위치에도 머무르지 못하는 신세에 스스로를 내던져 버리고 만 것이다.

이런 와중에 국민MC 반열에 올라섰다는 일부의 기대감과 부담감 넘치는 찬사까지 잇따랐고 이는 그에게 도리어 해가 되는 원인이 되었다. 차분히 나아가려는 과정이 필요했고 천천히 숨에 차지 않을 정도로 뛰어야 했을 김제동에게 KBS 연예대상이라는 커다란 상장이 가파른 질주만을 요구하는 원인이 되었듯, 전혀 수치를 가늠할 수 없는 무게의 국민MC라는 호칭에서 비롯되는 커다란 기대감이 천천히 진화해야 할 김제동의 발걸음을 더디게 막아서는 독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김제동은 부활할 수 없을까. 사실 위기에 빠진 상태지만 김제동은 지금도 여전한 모습의 엄청난 재능을 가지고 있고, 또 아직 자신의 능력을 여러 방법으로 표출해낼 수 있는 다재다능한 면모 또한 갖추고 있다. 그런 이유로 김제동은 부활할 수 있고 또 부활하게 될 확률이 아직 높은 편에 속한다. 하지만 과연 그가 그의 등에 업혀있는 무거운 부담감들을 지금 떨쳐내지 못한다면? 아마 성공적인 부활을 이뤄내지 못한 상태로 지금보다 더 아래로 내려가게 될 확률이 높다.


지금 김제동은 실력 문제가 아닌 자신에게 가해오는 전방위적인 여러 압박과 싸우며 이들 문제와 멀어지고 벗어나는 일이 필요하다. 자신을 과대평가하며 어려운 상황을 스스로 자초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대중에게 웃음을 줘야 할 예능인에게서 다른 이미지가 떠오르는 상황은 그리고 그것으로 찬사를 받는 경험은 한 번으로 족하다. 너무나 무겁고 부자연스러우며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고 뒤뚱거리고 있는 이미지를 계속 끌어안고 다니기는 어렵다. 그건 어떤 찬사가 뒤따르더라도 결코 예능인으로서 시청자들에게 옳은 예의 있는 태도라 보기 어렵다.

이제 김제동도 여전히 그를 둘러싸고 있는 서민적 이미지의 굴레와 컨셉 그리고 착한 이미지에만 갇혀 계속 같은 대답만 강요당하는 상황에 놓일 필요가 없다. 꼭 그런 압박감에 시달리지 않아도 김제동이라는 개그맨은 충분히 훌륭하기 때문에 그렇다. 그가 억지로 모든 부분에서 완벽해야 할 최고의 아이콘인 유재석이 되어야 할 필요는 없고, 그렇게 되어야 할 이유는 없다. 그는 그 점을 알아야만 한다.

김제동은 이제 외부적인 상황이 아닌 자기 스스로의 상황과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 최근 일밤에서 방영 중인 노다지 속의 그는 흐름과 트렌드를 읽지 못하면서도 너무나 성급한 모습으로 자기 발걸음만 옮기려는, 속된 말로 전성기가 지나도 한창 지나버린 MC의 모습을 절로 떠오르도록 만들고 있다. 지금 김제동에게 중요한 것은 남과 외부적인 상황이 아닌 오직 자신이고 이런 문제점들을 이겨내도록 부담감과 등에 달린 여러 꼬리표들을 떼어낼 준비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런 부담감을 버리고 스스로 진화할 수 있는 준비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순간, 그는 다시금 국민MC라 불리며 유재석에 버금갈 수 있는 기회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