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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버라이어티

추석특집방송, 오직 아이돌만 봐야 하나

이번 추석특집 버라이어티 중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프로그램인 MBC 아이돌빅쇼 달콤한 걸이 전형적인 용두사미 쇼로 끝을 맺고 말았다. 이 프로그램은 당초 이름난 걸그룹들을 모두 모아 시청자들에게 최고의 쇼를 보여주겠다는 의도로 기획되었으나 방송 초장부터 기대치에 전혀 미치지 못하는 엇박자만 계속되었고 약속했던 모습들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그만큼 식상한 아이돌들의 개인기로만 가득한 이 쇼에서 건져낼 부분은 단 하나도 없었다.

물론 가요계뿐만 아니라 버라이어티를 포함한 여타의 방송 프로그램들 모두 아이돌이 점령한 상태라는 점을 감안하면 추석 때 어떤 방식으로든 이런 프로그램이 하나 등장한 상황을 이상하거나 나쁜 방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 프로그램이 앞으로 추석연휴동안 줄기차게 이어질 아이돌특집 프로그램의 시작에 불과했다는 사실이다. 시청자들로서는 한 번이라면 참겠지만 전혀 해결되지 않을 지속적인 골칫덩어리의 시작인 셈이다.


추석은 온 일가친척 가족들이 모두 모이는 명절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방송국에서는 추석에 맞는 내용의 방송을 내보내야 할 필요가 있다. 물론 꼭 그렇다고 해서 스타들이 모여 연날리기 제기차기하고 한복 입고 노래 부르며 부부동반으로 장기자랑하며 떡을 치는 식상한 장면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추석 때 TV 앞에 앉은 시청자들 모두 최소한이라도 공감하고 이해하며 함께 시청할 수 있는 방송을 원하는 것뿐이다. 그런데 아이돌이 떼거지로 줄지어 등장하는 방송들은 일단 이게 되지 않는다. 전혀 명절에 맞는 방송의 본질을 지켜내지 못하는 것이다.

달콤한 걸은 딱 그런 방송이었다. 추석에 함께 모인 가족들을 외면하는 내용으로만 가득한 떼거지가 된 아이돌들이 유발하는 어지러움으로만 가득한 방송이었다. 스타 골든벨이나 여타 아이돌 전용 프로그램에서나 궁금할 개인 인터뷰 시간, 사전에 계획된 대본을 읊어대는 아이돌의 이미지 관리, 자극적이고 아스트랄한 상황극들을 연달아 보여주며 방영분을 채워나가는 모습들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가 최악으로만 가득했다. 짧은 옷차림을 입은 여가수들이 나와 몸을 흔들어대다가 게임을 빙자해 서로의 몸을 더듬고 심지어 진행자인 노홍철이 출연자가 씹다 버린 껌을 주머니에 넣는 모습은 이런 악평을 더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는 보너스 컷이었다. 그야말로 막장. 막장 그 자체였다.

아마 이 프로그램을 만들고 편성해 시청자들에게 내놓은 제작진은 현대적 트렌드에 최대한 맞춘 모습과 다수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을 수 있는 수단을 프로그램이 추구하는 최우선 순위에 놓았을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런 방향점만 염두에 두고 계산한다면 실제 이 방송은 최근 방영되었던 프로그램 중 가장 사랑받을만한 내용을 가졌으며 또한 실패할 확률이 극히 적은 내용을 가졌다고 평가받을 수 있는 방송이기도 했다. 그러나 오직 재미만 추구하며 트렌드만 뒤쫓아 가는 방송을 만들기에는 온 가족이 함께 TV를 시청할 확률이 높은 추석이라는 시기가 너무나 부적절하지는 않았는지, 또 공중파 방송이 가진 위치가 결코 가벼운 것은 아니었는지에 대해 제작진은 깊게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런 점들을 그들이 사전에 염두에 두지 못했다는 사실은 굉장히 아쉬운 부분이다.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이 아쉬움은 마땅히 대중들 또한 느끼고 공감해야 하는 부분이라는 점이다. 대중들 스스로 상황을 되돌아보는 반성도 필요하다는 뜻이다. 과연 지금 일고 있는 아이돌 광풍이 대중들의 올바르고 균형 잡힌 전체적인 시각을 담고 대변하고 있는지. 또 이런 현상들이 과연 옳은지에 대해서도 정말 전체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예능 프로그램을 만드는 제작자들이 서로 몸을 더듬고 의미 없는 장난만 나열하는 방송을 떳떳하게 편성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과연 어디에서 나왔던 것일까. 바로 이런 방송을 소비하고 더 자극적인 방법을 원하는 대중에게서 기인한 문제일 확률이 높다. 아이돌들이 한심한 방법으로 살랑대는 추석 특집극 내용에 시청자들 또한 결코 피해자 입장과 방관자 입장에만 설 수 없는 이유다.

추석특집방송에 주구장창 등장하는 아이돌 방송과 그들이 나와야 할 방송이 아님에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아이돌을 바라보면서 어쩌면 소수 대중이 잘못된 방법으로 아이돌 문화와 팬덤들을 바라보며 지나치게 우스운 종류의 열광을 하고 있지 않는지 진심어린 고민이 필요한 때다. 만약 이러한 사실들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없다면 곧 다가올 설날에도 또 다가올 다른 명절 특집 방송에도 우리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아이돌들의 모습만 주구장창 지켜봐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