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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연예스토리

낯 뜨거운 낙하산을 탄 정윤호와 아라

20부작 드라마의 가능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작품이 어떻게 흘러가게 될지 최소한 4회에서 5회 정도 지켜보는 판단의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단 1회 그리고 2회만 대충 훑어봐도 어느 수준의 작품이 최종적으로 완성될지 전망하기 어렵지 않은 드라마도 가끔씩 존재한다. 그리고 이제 갓 2회를 끝마친 드라마 맨땅에 헤딩은 후자 쪽에 저울추가 기우는 작품이다. 노력하고 있는 스태프들과 배우들에게는 미안한 표현인지 몰라도 이 드라마는 그만큼 전혀 가망이 보이지 않는 작품이고, 행여나 앞으로 티끌만한 가능성을 보여주더라도 그것들을 차마 찾기도 전에 침몰하며 잊혀 지게 될 확률이 유력한 드라마다. 그 정도로 이 드라마는 지금껏 단순히 감상하며 지켜보기도 어려울 정도의 극한 인내력과 시험을 시청자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하나의 드라마가 완성의 길에 이르기 위해서는 여러 중요한 요소들이 필요하다. 그러나 스케일보다는 전체적인 이야기의 틀과 대중에 대한 친화력 그리고 접근력으로 승부를 거는 대한민국 드라마 시장에선 주연 배우의 중량감과 연기력이 작품의 성패를 가르는 요소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런데 이 작품에는 그게 없다. 쉽게 말해 가장 기본적이면서 또 가장 중요한 부분이 부재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시나리오, 연출, 화면등 여러 부분들이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주인공이 드라마 속에서 자신의 맡은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면? 대한민국 드라마 시장에서 그 작품은 필히 실패의 길로 향할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맨땅에 헤딩의 두 주역 정윤호 고아라는 명백하게 실패의 상징이자 아이콘이 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이들은 단순하게 연기를 못한다는 표현으로는 불가능할 정도의 기괴함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고 있고 드라마를 지켜볼수록 화나고 짜증스럽다는 생각보단 민망하고 낯 뜨겁다는 생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냥 드라마 자체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지 못하고 현실을 보는지 드라마를 보는지 사실 자체를 의심케 만든다. 그리고 최근 방영되었던 여느 드라마의 남녀주연 배우들을 모두 가져와 비교해도 감히 대적하기 어려운 수준의 최악의 마이너스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놀라운 것은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발음이나 캐릭터에 대한 이해능력이 그다지 나쁘지 않다는 사실이다. 정윤호는 동방신기 리더 유노윤호로 활동한 오랜 경험 덕분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흔히 정극 배우들이 연기력 논란에 시달리며 비판받는 우선적 요소인 발음과 발성 부분에서 의외로 꽤나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그는 드라마 연출자인 박성수 PD가 자신한 것처럼 최고의 한류 아이돌 그룹 리더라는 중량감이나 위치를 지워낸 상태에서 괜찮은 이해능력을 기반으로 자기 캐릭터에 십분 동화된 모습을 선사하고 있기도 하다. 이는 아라 또한 마찬가지다. 그녀는 단순히 설명하면 같은 소속사 이연희보다 안정적인 발음을 구사하고 그녀보다 더 다양한 방법으로 자기 캐릭터에 동화된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이는 상대적인 비교의 잣대에서 나오는 결과물이겠지만 그만큼 배우 아라 자체가 가지고 있는 연기력이나 캐릭터 이해 능력이 형편 없다고 보긴 힘들다는 증거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최악이며 또 드라마 속에서 어색하기 짝이 없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왜 정윤호와 아라는 못하지 않을 것 같고 또 실제로 괜찮은 자질을 가졌으면서도 이렇듯 현저하게 밑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 맞부딪쳐 있는 것일까. 이는 전혀 매력을 찾아볼 수 없는 인공적인 느낌이 만드는 어색한 결과물이다. 정윤호와 아라는 마네킹처럼 딱딱해 보인다. 자신이 연기하는 캐릭터를 이해하고 그 캐릭터를 열심히 표현해내려 노력은 하고 있지만, 캐릭터에 품은 감정을 연기력으로 분출해내지는 못하고 있다. 마치 사이코패스가 눈물을 짜내려고 노력하는 것만 같은 억지스러움으로 일관한다. 그리고 이는 절대적인 경험 부족이 만들어내고 있는 현상이다.

정윤호는 이번 작품이 몇몇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여주었던 꽁트 연기를 제외하고는 배우로서 데뷔작이고, 꾸준히 연기를 해오긴 했지만 폭넓고 다양한 캐릭터를 경험해보지는 못한 아라도 사실상 경력 없기는 정윤호와 매한가지 상황에 있었다. 하지만 드라마의 공동 제작사가 그들의 소속사 SM이라는 것부터 시작해 여러 이해관계와 더불어 패키지로 얽혀있는 상업적인 상황에 드라마에 가장 중요요소인 주연 배우들의 경험과 연기력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자질은 있지만 차분하게 단계를 밟아 성장하고 다양한 색깔을 더하며 꾸준히 발전해야 했을 아직 어린 배우들이 어처구니없게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낭떠러지 위 백척간두 벼랑 끝에 내몰렸던 셈이다.

정윤호와 아라 두 배우는 주연을 맡아 연기하기에는 감정을 제외하고도 자질과 반비례하는 부족한 단점들이 많았다. 그러나 그들의 소속사인 SM은 이러한 현실을 외면하고 그들을 하늘 위에서 떨어뜨리며 낯 뜨겁게 생긴 구멍 뚫린 대형 낙하산만 지급하고 자급자족의 기적이 일어나기를 원했다. 그들이 가지고 있고 더 가질 수 있는 미래까지도 망치고 추락시킬 수 있는 상황에 그들을 강제로 밀어 넣은 것이다.

맨땅에 헤딩의 주인공 정윤호는 드라마 시작 전 자신이 주연 배우로 연기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상황 자체가 드라마 제목처럼 맨땅에 헤딩하는 것만 같아 감회가 새롭고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냉정히 말해 그의 뒤를 봐주는 소속사의 거대한 힘이 없었다면 과연 그가 자신의 표현대로 맨땅에 헤딩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었을까. 어쩌면 실제 맨땅에 헤딩하고 있는 이들은 언제나 이외의 상업적인 논리와 흐름에 드라마의 캐스팅 보드까지 씁쓸히 점령당해버린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일반 시청자들이 아닌지 아리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