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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연예스토리

재범이 보여준 삐뚤어진 아이돌의 인성

대한민국이 싫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한국에서 태어나 군대를 다녀왔고 30년을 이 땅에서 살아왔으며 국가대표 스포츠 경기를 지켜보며 늘 사자후를 토해내는 나도 오래 전도 아닌 바로 며칠 전에도 한국이 싫고 다니는 직장이 싫고 사는 것이 지겨워 다른 나라로 이민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물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런 생각을 했다는 사실 자체가 바보스러운 것임을 깨닫고 이를 후회했지만, 이런 생각은 실제 누구나 문득 가끔이라도 상상할 수 있는 일이다. 깊게는 아니더라도 스쳐 지나가는 생각으로라도 내가 살고 있는 나라가 싫어 다른 나라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지 않은 사람이 과연 이 세상에 존재할까? 아마 그런 사람은 전세계에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타국의 문화에 극히 이질감을 느끼고 자신이 살아왔던 나라의 환경에 이미 젖어들었던 교포 2세가 느끼는 모국에 대한 감정이라면 이보다 더한 방법으로 삐뚤어질 가능성이 있고, 그런 삐뚤어진 생각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확률도 높다. 최근 큰 이슈로 떠오른 2PM 리더 재범이 과거 인터넷에 남긴 여러 문제의 글들은 그런 측면에서 접근한다면 사실 큰 문제라 보기도 어려운 글이다. 그것도 그가 쓴 글이 지금의 스타가 되기 한참 전 철없던 시절에 남긴 글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삐뚤어진 시선보다는 관대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봐야 할 필요가 있다. 물론 그 문제에서만 그칠 수 있는 일이라면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


하지만 스타가 되기 전 한국이 싫다는 몇 글귀를 남긴 행동을 철없던 시절의 얕은 생각으로 치부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글귀에 스며들어 있는 재범의 태도를 바라보면 그 문제에서 그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용서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가도 곧 사그라든다. 그가 자신의 마이스페이스에 남긴 글귀처럼 정말 한국을 좋게 생각하지 않으며 피부 색깔만 우리와 같은 미국인이더라도, 스무 살 가까이 되어가는 청년이 문화적인 상대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다른 나라 문화를 깔보고 비웃는 태도를 보였다면 무조건 이에 관대한 시선만 가진 채 그를 바라봐야 할까. 그건 정말이지 웃기는 짓이다.

예를 들어 시애틀에 사는 마이크가 대한민국이 싫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 자유의지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그가 비난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그가 싫다고 말하는 태도 자체가 그런 말 이상의 의미로 불량하게 썩어있다면, 이는 싫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가 되는 일이 아니다. 그 순간부터 문제는 그 인간의 인성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가 주제가 되어 돌변하기 때문에 마당히 비난받아야 할 이야기가 된다.

몇몇 대중들은 이번 사건이 집단이 가진 저주의 힘과 연예인의 과거 미약했던 시절 모습들을 무작정 들춰내 현재에 대입시키려는 문화적 저질스러움의 단면이 드러난 것이라며 개탄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그런 주장들 또한 어느 부분에서는 받아들일 필요가 있는 옳은 의견이다. 하지만 단순한 실수라고 보기 어려운 인성적 차원의 문제를 감싸고돌며 그럴 수 있다고 억지로 고개를 끄덕거리고 잘했다며 손가락을 들어주고, 억지로 문제를 묻으려는 태도는 과연 옳은 것일까. 특히 재범이 청소년들에게 큰 영향력을 끼치는 인기 아이돌의 입장에 있음을 새삼 상기하면 이와 같은 방관이 과연 옳은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지 깊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실제 그동안 인기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보여주었던 인성적인 부분의 부적절한 모습들이 문제의 도마 위에 오른 적은 수도 없이 많았다. 그렇기에 인기아이돌 재범이 보여준 이번 파문과 일련의 행동들은 개인적인 그의 행동과 잘못으로만 국한해 처리할 일이 아니다. 최근 인기 있는 아이돌 그룹에서 지금 재범의 경우처럼 구설수를 일으키지 않은 그룹이 단 하나라도 존재했는지, 과연 그 인기그룹 멤버들은 구설수를 일으킨 뒤에 과연 어떤 태도를 보여주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면 더욱 그렇다.

청소년들이 보는 프로그램에 저질스러운 의상을 입고 나와 여론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남의 음악을 훔쳤다는 혐의를 받으면서도 도리어 당당하며 거만하고, 팬들을 앞에 두고 그들을 향해 욕설을 터트리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할 정도로 피곤하다면서 일으킨 음주운전 파문등 그동안 대중들 특히 청소년들에게 사랑받는 아이돌들이 일으킨 부적절한 사건과 사고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삐뚤어진 인성에서 비롯된 이들의 잘못된 행동에 대중이 얼마나 큰 방관자였는지 가늠이 불가능하다. 그런데 만약 이들이 마땅히 비판받아야 했었던 시점에서 대중들과 팬들이 그들에게 더 회초리를 들고 논리적인 방법으로 잘못된 행동을 비판할 수 있었다면 연달아 아이돌과 관련한 사건과 구설수들이 이어졌을까. 어쩌면 그들의 착한 인성조차 썩게 만들었던 것은 대중과 몇몇 소수가 보여준 대충대충 모든 현상을 눈감아 주려는 잘못된 태도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정치인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국민의 선택이며 투표라고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스타의 잘못된 태도를 변화로 이끌 수 있는 유일한 힘을 가진 집단 또한 바로 대중과 팬들이다. 소속사는 결국 상업주의적인 이익의 논리를 가장 우선시하며 이를 찾아가는 집단이고, 이들에게는 그 어떤 현상도 제대로 바로잡을 의지가 없다. 평소 세계를 노린다고 시끄럽게 떠들어대지만 내부를 뜯어보면 국수주의적인 마케팅을 깔아놓고 동정표를 구걸하는 박진영의 마케팅은, 이례적으로 이 사건이 구설수에 오른자 채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본인의 사과와 회사 차원의 사과까지 나오도록 만들었다. 그런데 만약 2PM의 앨범곡 절반이 표절 시비에 시달려 대중들에게 비난받고 있었더라면, 과연 박진영의 소속사는 이렇게 급히 사과문을 발표하며 대중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제스처를 취했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코 앞 이익에 미쳐있는 소속사의 논리와 그들의 태도는 결코 아이돌의 인성을 바른 방향으로 유도할 수 없다.

결국 역할을 다할 수 있는 이는 대중이고, 대중은 이에 마땅히 더욱 비판적인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리고 또 재범이 보여준 삐뚤어진 인성을 마땅히 정당한 방법으로 바로잡을 수 있도록 그의 잘못을 호되게 비판할 필요도 있다. 어떻게 봐도 재범이 보여준 삐뚤어진 인성은 대한민국이 싫다는 발언 이상으로 불쾌한 것이고 안타까운 것이기 때문에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