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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연예스토리

포미닛은 어떻게 전쟁에서 살아남았나

그녀들이 데뷔하던 당시 워낙 유명하고 잘 나가는 걸 그룹들이 많았다. 갓 데뷔했을 당시 들었던 그녀들의 첫 평가는 멤버들의 미모나 비쥬얼이 뛰어난 편이 아니었기에 어정쩡하고 매력이 없어 보인다는 비난이었다. 그리고 이어진 평가는 동종 그룹군으로 분류되었던 2NE1, 애프터 스쿨과 비교되어 이들에 비해 포스가 뒤떨어진다는 지적이었다. 원래 유명 그룹 아니 최고의 걸 그룹 원더걸스의 기존 멤버였던 현아가 있었기에 그녀를 데뷔시키기 위해 급조된 원맨 그룹이라는 조롱도 잇따랐다. 하지만 그런 비난과 조롱들을 모두 이겨내고 뜨고 있다. 무간지옥보다 밥그릇 싸움이 더 심해보이는 현재 가요계에서 포미닛은 확실히 살아남았다. 거기에 자기 색깔까지 더한 상태로 충분히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그녀들에게는 뜰 요소보다는 뜨지 못할 요소들이 더 많았다. 첫 인상은 완성되지 않은 어설퍼 보이는 모습으로 어떻게든 걸 그룹의 막차를 타보려는 꼬맹이들에 가깝다는 평가가 현실적이다 싶을 정도로 불안정해 보였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녀들은 처음부터 자신들의 그런 약점을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랬기에 자기 자신의 완성도보단 확실하게 대중적인 색깔을 찾는 좀 더 친화적인 방법을 선택했고, 이를 자신들의 매력이자 장점으로 더하는데 성공했다.


포미닛의 신곡 Muzik은 그녀들이 어떤 음악을 추구하고 어떤 방법으로 대중들을 향해 손을 내밀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제시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오토튠이 만들어낸 기계음의 떡칠로만 가득한 이 노래에서 음악적인 성취를 찾고 논하기는 분명 어렵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고차원적인 실력파 힙합 음악을 한다며 아티스트라고 본인을 불러주기를 기꺼이 원하는 빅뱅 지드래곤의 heartbraker에서 더욱 미친 듯 흘러나오는 현상이고, 한때 마이너 R&B 음악을 자신들의 기본적인 모토로 삼는다던 브아걸의 최근 히트곡 Abracadabra에서도 두드러지고 있는 현상이다.

Jay-Z의 오토튠은 가짜음악에 불과하니 퇴출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분명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최소한 현재 대한민국 대중 가요계에서 그런 주장은 쉽게 통할 수 있을 법한 이야기가 못된다. 결국 대중적인 방법으로 접근하면 포미닛의 Muzik은 들어볼만한 가치가 있는 노래이며, 충분히 선택받을 만한 요소와 완성도를 갖춘 노래로 평가할 수 있다. 이 곡은 어렵지 않고 단순하고 신나며 멜로디에 강한 중독성까지 갖추고 있다.

물론 기계음 떡칠로만 가득한 곡을 내세우는 포미닛을 어떻게 진짜 가수라 부를 수 있겠냐며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기계음 떡칠로 가득한 노래를 부르면서도 아티스트 아이돌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그룹도 있는 반면, 포미닛에게는 그만한 무리수를 두는 자기 포장이 없다. 이 부분은 대중들이 기꺼이 포미닛이라는 그룹을 선택하고 지지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친화적인 요소다. 최소한 그녀들은 표절로 들리는 힙합 샘플링 곡에 역시나 오토튠이 가득한 노래를 부르며 아티스트 실력파라는 호칭을 주렁주렁 달고 집단 팬덤에 엮인 반사이익으로 정상 자리에 올라 패밀리 놀음을 찾지는 않는다. 그래봤자 오십보백보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말이 통용되는 대중 가요계에서 솔직하게 자리 자리를 찾는 방법을 알고 있다. 그녀들의 실력이 다른 그룹보다 뒤떨어져서 그렇게 마이너적 성향으로만 자신을 드러내는 것 아니냐는 물음도 가능하겠지만, 실력파라고 불리길 원하는 그룹들도 결국 오토튠으로 자기 음정과 성량을 떡칠해놓는 현상은 매한가지다. 

분명 기존 가수들의 부족하고 실망스러운 부분이나 잘못된 환경을 비판하고 비교해가며 현재 포미닛의 모습을 뛰어나고 추켜세우는 태도는 무리다. 어설퍼 보이는 포미닛이 배우고 성장해야 할 부분들은 아직 적지 않고, 그녀들도 그런 잘못된 환경이나 문제점에서 벗어나야 할 부분들이 적지 않게 두드러져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차라리 똑같은 길을 향해가고 있다면 솔직한 모습이라도 보여주는 것이 집단을 상대하는 대중가수로서 보여줘야 할 당연한 태도가 아닐까.

부족하다고 불리는 포미닛이 계속되는 전쟁에서 살아남고 있는 비결은 다른 것이 아닌 대중들을 향해 자기 한계를 드러내며 솔직할 줄 아는 담백함이 있기에 가능한 일인지 모른다. 그리고 이는 기계음 가득한 포미닛의 Muzik을 들으면서도 그녀들이 신나고 귀엽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포미닛의 노래는 신나고 신나는 방법으로 자신을 드러낼 줄 아는 한계와 현상에서 머무르기에 부담스럽지도 않다. 그리고 그것이 대중들이 포미닛의 노래를 즐겁게 선택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