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뷰라의 연예스토리

백지영, 부적절한 변신의 길을 걷다

그동안 백지영은 아이돌이 지배하고 있던 가요시장의 트렌드를 극복해내고 또 변화시킬 수 있는 경쟁력 갖춘 발라드 가수로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그녀는 이번에 발표한 새로운 미니앨범을 통해 발라드 가수라는 이미지를 벗고 4년간 선보이지 않았던 댄스 가수의 모습으로 변신을 시도했다.

이는 놀랍거나 대단한 결정이라고 보긴 어렵다. 이미 그녀는 발라드 가수로 정착하기 이전에 댄스 가수로 자신의 가수 커리어를 시작했고, 이 장르로 활발히 활동하며 정상의 자리에 선 경험이 있었다. 그리고 주체할 수 없는 끼, 무대 위에서의 카리스마를 발현해내는 능력이나 삼키기보다는 지르는데 능한 목소리 또한 분명 발라드보다는 댄스장르 쪽에 더 가깝고 특화된 재능임이 분명했다. 그렇기에 그녀가 자신의 새로운 전공분야가 된 발라드를 뒤에 밀어 넣고 댄스 가수로 다시금 변신을 도모한 결정은 표면상으로는 잘못된 선택이라고 보기 어려운 것이었다.


하지만 곡이 공개되고 이후 발현되기 시작한 무대 위에서의 퍼포먼스에도 불구하고 백지영의 신곡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은 대체로 싸늘하다. 타이틀곡 내 귀의 캔디는 보편적인 댄스곡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데다가 여름이 끝나가는 지금 시점에서 과연 적절한지 의문이 들 정도로 밋밋하고, 짐승돌이라 불리며 인기 상한가를 달리는 2PM의 멤버 택연이 가세한 무대 위 퍼포먼스도 과감하고 도발적이며 섹시하다는 느낌보다는 지난해 빅뱅의 T.O.P과 엄정화가 보여준 디스코 무대의 마이너 버전처럼만 느껴진다. 애써 내린 선택이었는지는 몰라도 대중들을 사로잡기에는 부족하고 부적절한 한계를 노출하며 시작부터 어긋나고 있는 셈이다.

또한 백지영의 퍼포먼스에는 상황을 압도하는 화려함이 존재함에도 그것들이 전혀 보이지 않고 잡념들이나 여타 다른 이미지들이 겹쳐진다. 이는 대중들이 그동안 발라드 가수 백지영을 사랑해왔고, 발라드를 부르던 그녀에게 전폭적인 지지와 환호를 보내주었던 긍정적인 상황에 반사가 뒤따르는 딜레마라고 할 수 있다. 발라드 가수로서 굳건히 자리 잡은 백지영만의 이미지가 새로운 변신을 추구하는데 있어서 치명적인 방해요소가 된 것이다. 이는 평소 시원시원하고 거침없는 이미지를 반대 형태를 띤 애절한 발라드로 드러내며 역설적인 미학을 보여주던 새로운 백지영만의 이미지가 실종되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기도 하다. 실제 발라드를 부르면서도 무궁무진하게 드러나던 백지영의 다양한 매력과 힘은 댄스곡을 소화해내며 표현해내는 무대 위의 격렬한 춤사위에서는 전혀 느낄 수가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렇다.

물론 이와 같은 어려움들은 대중가수로서 살아남기 위해 끝없이 변화를 추구해야할 백지영의 입장에서 다음 단계로의 성장을 위해 언젠가는 필수적으로 맞부딪치고 직면해야 했을 문제들이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시기가 적절하지 않았다는 점이 아쉬운 부분이다. 앞서 말했듯 아이돌이 지배하고 있는 시장의 힘과 영향력은 이제 가요계를 사실상 몇몇 소수의 힘이 쥐고 흔드는 단계에까지 다다르고 있다. 하지만 백지영은 이런 불안정한 시기에 급격한 변화로 강력한 힘에 힘으로 맞섰다. 앞서 등장했던 대형 가수들의 연이은 실패를 보았음에도 변화의 쪽에 추를 올려놓으며 다소 만용에 가까운 실책을 저지른 것이다.


한때 백지영보다 훨씬 더한 클래스의 가수로 인정받으며 대중들을 포로로 삼았던 이정현이 이렇게 자신을 단 한 번도 제대로 어필해내지 못하고 쓸쓸히 무너지게 될 것을 예측했던 사람이 과연 있었을까. 한때 300만장 이상의 음반을 팔아치우겠다며 호기를 부렸던 조성모가 이제는 음반 2만장도 제대로 팔아치우지 못하며 뒤안길로 향하게 될 것을 예측했던 사람이 과연 있었을까. 아마 없었을 것이다. 그만큼 지금의 가요계는 어렵고 또 힘들다. 그러나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백지영은 확고한 자기 색깔을 가진 상태로 분명 안정적인 위치에 있는 흔치 않은 솔로 가수였다. 하지만 그녀는 무리한 변화와 욕심으로 자칫 그 위치를 잃을 위기에 내몰리고 말았다.

백지영으로서는 개인적인 어려움과 급격히 변화하는 시장의 어려움을 딛고 자신만의 이미지를 구축해내며 발라드의 여왕으로 거듭난 상황이었기에 스텝 바이 스텝의 길을 밟으며 차분하게 변화를 도모할 필요가 있었다. 만약 그런 현실에 만족하지 못했고 정말 달라진 모습을 드러내길 원했다면, 대중이 환호성을 보낼 수 있도록 새롭고 신선한 모습이라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 앨범을 통해 그녀는 그 어느 쪽에도 시원하게 발을 올려놓지 못했고, 여러모로 급격한 변화가 남기는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똑똑히 남겼다. 변신했지만 그 변신이 부적절하고 잘못된 변신이 되어버렸다는 의미 이상의 현상은 남기지 못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