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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버라이어티

김수로 이정진, 배우병에 걸린 예능인들

예능 프로그램의 역사는 오래되었지만, 예능이 그만한 가치를 인정받으며 널리 알려진 배우가 특정 프로그램의 고정적 핵심 역할을 맡아 출연하기 시작한지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리얼 버라이어티가 예능의 장르적 대세로 떠오르기 시작하며 트렌드는 변화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기 시작했고, 리얼이면서도 어떤 상황 안에 약간의 꽁트연기를 담을 수 있는 배우의 비중은 점점 예능 프로그램 내부에서 드넓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패밀리가 떴다의 이천희와 박예진은 이런 변화와 흐름이 만들어낸 대표적이고 직접적인 수혜자들이었다. 그들은 예능 프로그램 안에서 배우로서 자신만의 롤을 만들 줄 알았고, 배우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성공적인 행보를 보여줄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 그들의 성공은 자신의 기존 이미지를 버릴 줄 아는 영리함을 담보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박예진과 이천희의 큰 성공으로 뒤이어진 배우들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 러쉬가 늘 성공의 결과만 남긴 것은 아니었다. 박예진 이천희가 떠난 마당에도 여전히 꿋꿋하게 패떴 멤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김수로는, 패밀리가 떴다 시작 당시 유재석 이상의 관심을 끌며 회당 1천만원이 넘는 개런티를 받는다는 이야기도 있었으나 지금 현실은 대단히 어둡고 비참하기 그지없다. 또 남자의 자격 출연으로 큰 기대와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 주연급 배우 이정진 또한 남자격의 불편한 병풍, 건방진 배우님으로 불리는 신세로 전락하며 일부 예능 매니아들 사이에서 엄청난 비난까지 듣고 있는 실정에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이렇게 예능 프로그램에서 연달아 실패하는 결과만 남기고 있는 것일까.


김수로와 이정진이 실패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배우로서 자신들이 가진 권위의식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그들은 프로그램이 한창 진행되고 있음에도, 또 무언가 적극적인 상황극이 필요한 순간임에도 자신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으며 부진하다. 물론 그들이 전문적인 예능인들이 아니기에 프로그램 내부에서 맡아야 할 역할을 찾지 못하거나 다른 이들보다 유달리 감각이 뒤떨어지는 문제는 인정해야 하는 일이다. 그러나 그런 차원의 시각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태도가 용서되지 못하는 이유는, 그들은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지 아는 순간에도 적극적이지 못한 태도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무척 성공적인 결과를 남긴 이천희나 박예진의 태도와는 상반되는 것이다. 김수로는 배우로서 자신이 가진 유명세와 다른 출연진들보다 한 단계 위에 있다는 특유의 뻣뻣한 권위주위를 고집하며 상황극와 꽁트 놀음에 집중하고 있고, 이정진은 다른 멤버, 자신보다 연배가 많은 대선배들이 열심히 하는 순간에도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설렁설렁 한다든가 먼저 잠들어버리는 태도를 보여주기도 한다. 능력이 뒤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들은 예능이라는 장르적 특수성을 고려하지도 않고, 자신을 버리지도 않으며, 원초적으로 열심히 하지 않고 모든 문제를 대충대충 넘겨버리는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의 이런 부적절한 태도는 여러 부분에서 심각한 문제를 남기는 악습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변화되고 있는 트렌드와 배우에게 오픈되었던 몇몇 역할들을 한정적이게 만드는 문제 를 만들고 있다. 전문적인 예능인들이나 배우들이 할 수 없었던 차원의 역할을 맡으며 박예진과 이천희처럼 열심히 할 수 있는 배우들의 예능 입성을 좁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들의 이런 뻣뻣한 모습들은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필수적이라 할 수 있는 멤버들간의 호흡을 죽도록 만드는 전례가 되고 있기도 하다. 분위기를 타고 휘몰아쳐야하는 예능의 특수성을 배우병에 걸린 번지르르한 이들이 훼방꾼이 될 수 있다는 전례를 남긴다고 할 수 있다.

여러 차원에서 큰 가능성을 가졌던 이들의 부진한 모습은 대단히 아쉽고 또 슬픈 일이다. 하지만 꼭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역할이 아니더라도 기본적으로 열심히 하지 않고 또 모든 문제를 설렁설렁 넘기는 이들에 대해서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혹독한 비판과 엄한 회초리 세례가 가해지는 현상이 옳다. 무대 위에서 노래를 못하는 가수보다 노력하지 않는 가수가, 스크린과 브라운관 안에서 연기를 못하는 배우보다 자신의 모든 것을 담아 연기하지 못하는 배우들이 더 비판받는 것과 같다. 다른 분야에서 성공했더라도 또 다른 분야에 도전장을 내던졌다면 마땅히 신인의 자세로 되돌아가 밑바닥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교훈을 잊은 이들에겐 비판 받아야 할 문제나 여지가 많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김수로와 이정진은 즐기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노력하는 자가 어떤 분야에서든 존중받을 수 있다는 교훈을 절실히 남기고 있다. 부디 그들과 또한 훗날이라도 예능에 출연하게 될 많은 배우들이 이 사실을 간과하지 않기를 바란다. 아무리 천재라도 결코 노력하며 애쓰는 자를 이길 수는 없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