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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연예스토리

티아라의 립싱크가 남긴 불편한 딜레마

지난해 이효리가 정규 3집 앨범 유고걸로 활동했을 당시, 그녀가 보여준 모습에 대해 많은 논란이 일어났었다. 이유는 이효리가 무대 위에서 기대 이상의 대단히 안정적이고 훌륭한 노래 실력을 선보인 모습 때문이었다. 유고걸은 격렬한 수준으로만 따지면 이효리의 이전 앨범에 속했던 여러 곡들을 능가하는 안무와 퍼포먼스가 실행되는 그런 곡이었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고걸을 부르는 내내 이효리의 라이브에서는 한치 흐트러짐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만큼 무대 위 그녀의 퍼포먼스와 가창력은 완벽했고, 또 훌륭했다.

물론 가수가 노래를 잘 부른다고 비난이나 논란에 휩싸여야 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그 노래가 과연 진짜 무대 위 가수의 목에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사전에 녹음된 형태의 거짓된 것이 흘러나오는지 의구심이 생긴다면, 논란은 충분히 정당한 형태의 토론을 제시할 수 있다. 이효리는 분명 대한민국 최고의 여성 솔로가수이고, 엄청난 영향력과 파급력을 지닌 트렌드세터지만, 그녀는 핑클에 소속되었던 시절부터 가창력이 그다지 뛰어난 가수는 아니었다. 이러한 사실을 놓고 판단해볼 때, 유고걸 퍼포먼스에서 보여준 이효리의 완벽한 라이브 에 관한 논란은 유효한 것이 될 여지가 다분했다.


그러나 당시 논란이 제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결론은 나오질 못했다. 몇몇 네티즌들의 MR 제거 방식으로 대강 전체적인 밑그림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하긴 했지만, 완벽하게 가수가 노래를 부르는지 아닌지를 밝혀낼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 이유 때문이다. 직접 자신의 입으로 밝히지 않는 이상, 가수가 진짜 무대 위에서 라이브를 하는지 아니면 사전에 녹음된 음악에 입만 뻥긋거리는지 대중이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이는 이효리 뿐만 아니라 다른 여타 가수들에게도 모두 똑같이 적용된 사항이었다. 결국 대중은 TV 화면으로 가수가 직접 노래를 부르고 있다는 사실을 제공받지만, 이에 의구심이 생기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답을 확인할 수 있는 루트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다. 문제를 제기하고 싶어도 확인할 방법이 없기에 이를 흐지부지 그냥 넘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최근 과거 이효리 논쟁 당시 일어났던 부분 립싱크에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효리의 소속사에서 내놓은 아이돌 그룹 티아라가 과거 이효리가 그랬던 것과 아주 흡사한 모습을 음악 프로그램에서 그대로 재현해내고 있는 이유 때문이다. 티아라는 첫 데뷔 무대를 포함한 이후 몇 번의 무대에서, 기대 이상의 노래 솜씨와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신인답지 않은, 합격점을 받을 수 있을만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런 티아라의 무대를 지켜본 일각에서는 그녀들이 직접 라이브로 노래를 부른 것이 아니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미리 녹음된 노래에 대부분의 멤버들이 입만 뻥긋거렸고, 리드 보컬이 몇 마디 제대로 부르는 부분을 제외한 실제 노래는 립싱크에 가깝다는 주장이다.

실제 음악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티아라의 무대를 유심히 지켜보면, 이런 의견의 타당함을 검토하게 되고 그녀들의 거짓된 라이브에 대해 의혹을 가질 여지가 다분하다. 굉장히 빠른 랩을 구사하고 있음에도 전혀 들어맞지 않는 입모양부터, 큰 동작의 퍼포먼스 이후 연이어진 노래에도 불구하고 전혀 숨을 쉬지 않는, 노래에 호흡을 느낄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하는 것처럼 들리는 음절도 있었다. 이런 몇몇 멤버들의 노래에서는 정말 마이크에서 나오는 것인지 아니면 기계에서 그냥 녹음된 것이 나오는 것인지 전혀 차이를 느낄 수 없는 부분들도 있었다. 이런 정황상 사실상 티아라 멤버 대부분은 립싱크를 하고 있는 것이 맞았다.

물론 이제 신인인 티아라가 자신들의 실력에 부담을 느껴 립싱크를 했다면 이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실제 아직 설익은 그룹들이 데뷔 무대에서만큼은 립싱크를 선택하며 순차적인 발전을 도모하는 경우가 적지 않고, 첫 무대에서 립싱크를 했다고 이를 비난하는 대중들도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문제는 그녀들이 방송을 통해 미리 자신들이 라이브를 하고 있다고 자막을 통해 이를 대중들에게 공지한 사실에 있다. 대중들은 몇몇 부분을 제외하고 거의 대부분의 노래를 립싱크하는 그녀들의 모습을 분명 지켜보고 있음에도, 라이브라고 주장하는 사실상의 거짓말에 의해 혼동할만한 정보를 받아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오해가 생긴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대한민국 대중 가요계에서 화두나 다름없던 립싱크와 라이브를 구분 짓는 역사와 최근의 대중적 트렌드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대한민국 가요계는 립싱크와 라이브에 대해 철저한 기준과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이 정착 된지 얼마 되지 않았다. 90년대만 해도 거의 대부분의 댄스 그룹 또 심지어 발라드를 부르는 가수까지 무대 위에서 립싱크를 선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았고, 진통과정을 거쳐 대부분 라이브 무대를 선보이기 시작한지 10년이 되질 않았다. 그런데 최근 가요계는 또 이런 과거 립싱크 문화를 사실상 끄집어오며 시계추를 거꾸로 되돌리고 있다. 라이브라고 강조하지만 후렴부 90%와 몇몇 중요 부분을 포함한 곡의 전체가 녹음된 기계음에 의존하고 있는 부분 립싱크 노래들이 거짓된 겉만 번지르르한 라이브라는 미명을 타고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티아라가 립싱크를 하면서도 당당히 거짓말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이전의 이효리 논란을 흐지부지 넘겨버렸던 전례와 사실상 립싱크를 라이브로 취급하는 부분 립싱크에 열광하는 가요계와 대중들의 잘못된 트렌드를 믿었기 때문일 확률이 높다. 하지만 귀로 들을 수 있는 대중들이 과연 그렇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거짓말에 계속 속아줘야 할까. 만약 그들이 그런 생각을 가졌다면 이는 명백한 오판이고 실수다. 또 괜히 되도 않는, 하지 않아도 될 거짓말로 신뢰를 잃은 행동이기도 하다.

이번 논란에 티아라와 그 소속사만 가해자 입장에 서 있는 것이 아니다. 마땅히 대중들이 배워야 할 점들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바로잡아야 할 것은 술이면 술탄 듯 물이면 물탄 듯 논쟁이나 논란을 좋은게 좋다는 식으로 사고하고 단순한 방식으로 넘겨짚는 잘못된 전례다. 사실 이번 티아라 논쟁은 과거 이효리에게서 동일한 논란이 일어났을 당시 대중들이 더 강하게 문제제기를 하고 생각하며 비판할 수 있는 사고능력을 보여주었다면 일어나지 않을 비극이 되었을 확률이 높다. 하지만 당시 대중들은 전혀 그러질 못했고, 손을 놓으며 지금의 겉만 번지르르한 립싱크 쇼가 반복되도록 만들었다. 티아라의 거짓말과 라이브 쇼가 대중이 용인한 시각하에 이루어진 사기극으로 판단되는 이유다.

대중들이 좀 더 신뢰할 수 있는 또 믿을 수 있는 가수를 바라볼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한 시기다. 단순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편하겠지만 이는 바보가 되는 지름길이고 인간이 인간답지 못하는 계기로 작용하는 비극이 될지 모른다. 이번 티아라의 립싱크 파문에서 보여준 문화 전체를 바라보는 대중들의 단순한 시각적인 불편한 딜레마를 잊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