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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연예스토리

비키니 입은 제시카 고메즈가 남긴 교훈

도통 부진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일밤이, 총체적인 난국에 빠진 상태로 서서히 죽음을 맞이하고 있는 현실은 이제는 굳이 예능을 즐겨보지 않는 시청자들도 쉽게 알 수 있을만한 사실이다. 그만큼 일밤의 경쟁 프로그램들은 날이 갈수록 여론의 호평을 등에 업고 기세등등한 상승곡선을 향해가고 있는데 반해, 일밤은 전혀 역전의 빌미를 만들어내지 못하며 서서히 꼬꾸라지고 있다.

그리고 이런 일밤의 지속되는 위기는 정착되지도 않은 파일럿 프로그램들이 반짝 등장하고 순식간에 폐지되는 일련의 과정들조차 어색하지 않게 만들고 있다. 거기에 일밤의 상징이자 아이콘이나 다름없던 이경규는 프로그램을 떠나 경쟁 프로그램인 해피선데이에 입성했고, 미미한 시작을 딛고 일어나 강호동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이제는 일밤을 공격하는 가장 위협적인 적중에 한 명이 되어있다. 그만큼 지금의 일밤은 내우외환이 거듭되는 최악의 상황에 빠져있고, 부진하다는 표현으로도 해결이 안 되는 지경에 놓인 상태다.


일밤 제작진이 파일럿 프로그램 몸몸몸을 통해 제시카 고메즈 특집을 보여준 것은, 이러한 위기를 사실상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벗어나겠다는 선전포고를 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제시카 고메즈가 누구인가. 그녀는 최소한 한국 내에서는 모델로서의 명성이나 인지도보다는 훌륭한 몸매 혹은 비키니 입은 사진이나 누드집으로 더 유명세를 탄 인물이고, 과거 90년대 후반 이승희가 그랬듯 섹스어필을 전면에 앞세우며 한국에서 스타가 된 시대의 트렌드세터다. 그런 그녀의 특집방송이 기획되었다면 그 방송이 어떤 의도와 목적을 가지고 있는지 예측하는 것은 너무나도 예상하기 쉽고 뻔한 것이다. 

실제 그녀는 예상했던 그대로 2주 연속 주말 황금 시간대에 착 달라붙는 수영복을 착용한 상태로 프로그램에 등장했고, 전혀 프로그램이 가진 취지나 의도와는 어울리지 않는 섹시포즈와 운동복을 착용한 상태로 다리를 이리저리 들어 올리는 모습을 연속해 보여줬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지켜보던 MC 김용만은 섹시, 베리 핫이라는 낯 뜨거운 단어들과 함께 연달아 그녀의 장단에 비위를 맞추는 감탄사를 내뱉었고, 몸이 아프다던 박명수 또한 휠체어에서 벌떡 일어나 춤을 추며 촌극의 가해자 중 한 명이 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벗어서 민망하고, 장단 맞추다 낯 뜨거운 장면들을 오직 자신들만의 목적을 위해 보여주며 웃음을 찾아 브라운관 앞에 앉은 시청자들을 배반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일련의 모습들은 모두 일밤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결과가 되고 말았다. 그동안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와 국민예능으로 자리 잡은 무한도전이 일밤을 누르고 MBC의 간판 예능 프로그램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일밤의 브랜드적 가치와 역사가 무한도전보다 앞서고 또 유용한 쓰임새를 지니고 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일밤 제작진은 이번 조치로 시청률 부진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일밤을 버리지 못했던 궁극적인 이유를 내팽개치는 실수를 저질렀다.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라 할 수 있는 역사적 또 브랜드적 가치조차 제시카 고메즈의 비키니와 섹시 포즈 그리고 낯 뜨거운 선정성과 함께 동반 추락시켜버리는 악수를 내던진 것이다.

물론 일밤은 심심한 형식의 교양 프로그램이 아니고, 이경규가 간다 혹은 러브 하우스와 같은 코너만 내놓았던 프로그램도 아니다. 그리고 자극적이고 말초적인 것과 반대되는 감동적이고 교양 있는 코너들이 프로그램의 성공을 보장해줄 것이라고 예견하는 것도 오버다. 실제 최근의 일밤은 도리어 우결과 같은 젊은이들에게 통할 법한 프로그램 혹은 대망과 같이 실험적인 프로그램들을 편성해 오래 지속되고 이어온 낡은 이미지를 벗어던지기 위해 애써왔고,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도전들을 여성 스타가 비키니를 착용한 모습이나 낯 뜨거운 포즈를 취하는 장면과 연관시킬 수 있을까. 그것이 과연 그동안 그들이 추구해왔던 프로그램의 혁신과 변화의 일부분으로 해석될 여지를 가질 수 있느냐는 물음이다. 이는 일밤이 지닌 역사적 가치를 되돌아봐도, 또 현재 인기 있는 정상급 예능프로그램들의 트렌드와 상식에 기준을 맞춰 봐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일밤 제작진은 어떻게든 지금의 이 침체기에서 벗어나 경쟁 프로그램에 맞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고 있을 확률이 높다. 제시카 고메즈를 이용한 비키니 쇼로 자신들도 알법한 민망한 장면들을 2주 연달아 보여주는 패를 꺼내든 것도, 궁극적으로는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방법으로 위기를 극복하더라도, 그것이 장기적 차원에서 일밤을 살릴 묘책으로 귀결될 수는 없다는 사실을 그들은 먼저 깨달아야만 했다. 이는 도리어 그들이 가진 마지막 가치마저 훼손시키는 결과가 될 위험을 안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단물이 빠질대로 빠진 우결에 실제 커플을 투입한 무리수부터 제시카 고메즈의 비키니 쇼까지. 일밤 제작진은 아쉽게도 최근 제대로 된 길로 가기 위한 정확한 판단은 하나도 내리질 못했다. 이런 모습들은 일밤 제작진이 진심 담긴 웃음으로 시청자들을 맞이하겠다는 정정당당함이 없음을 드러내는 결과가 되었고, 또 거듭되는 그들의 실패의 근거가 되었다. 그러나 또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이번  제시카 고메즈의 비키니 쇼 실패는 일밤이 다시 부활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언지를 보여주는 결과가 되기도 했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어떻게든 요행을 벗어나 정정당당하게 다른 프로그램들과 승부하겠다는 초심. 그것만이 오직 일밤을 살릴 수 있는 마지막 패가 된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다.

일밤이 다시 부활할 수 있는 힘의 원동력을 되찾는 일은, 이번 실패를 쓰디쓴 약이자 밑거름으로 삼는 긍정적인 마인드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부디 앞으로 일밤 제작진이 자신들의 브랜드적 가치를 공고히 지키며 정정당당한 진심으로 시청자들을 만나겠다는 새로운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