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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버라이어티

김구라의 독설, 티아라를 흥하게 하다

신인 여성 아이돌 그룹 티아라가 황금어장 - 라디오 스타를 통해 처음 방송에 데뷔한다는 소식에, 다수 대중들은 한 치의 차이도 없이 모두가 비판 섞인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티아라는 명백히 그룹 홍보를 위해 등장하는 생짜 신인들이고 평소 연예인들을 상대로 공격적인 성향의 토크쇼로 유명한 라디오 스타를 즐겨보던 팬들 입장에서, 이야기 할 주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이들에게 호감을 느낄 요소가 전무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이와 같은 불쾌감은 티아라의 데뷔를 기다리던 팬들도 마찬가지로 느낀 사항이었을 것이다. 연예인들의 기피 프로그램, 막말이 가장 많이 오가는 프로그램으로 널리 알려진 라디오 스타는, 신인 그것도 여성 아이돌들이 프로그램의 첫 방송 데뷔 무대로 삼기에 불안하고 또 모험의 자충수가 될 확률이 높은 무대였다. 그러나 양쪽 모두가 예측했던 싸늘한 반응을 뒤로 한 채 방송이 끝난 지금, 쌍방 모두가 느꼈던 불쾌한 예상은 모두 빗나가고 말았다. 티아라가 출연한 라디오 스타는 그룹과 프로그램 모두를 흥하게 만든 최고의 결정이 된 것이다.


이는 정말 오래만에 자신의 본성과 야성을 되찾은 김구라가 보여줄 수 있는, 또 김구라만의 재능이 창조해낸 결과다. 그는 이번 라디오 스타 녹화에서 평소 재미있는 독설가로 불렸던 과거 재능을 한껏 발휘해내며, 훌륭한 애드립과 원초적인 공격적 멘트로 거의 모든 상황에서 웃음 터지는 폭소를 창조해냈다. 그리고 김구라의 그런 공격적인 멘트들은, 애당초 자신들의 홍보효과를 노리며 이름이 커다랗게 박힌 명함을 달고 등장한 티아라 멤버들에게 엄청난 이득을 제공했다. 실제 황금어장 방송이 끝난 직후 무릎팍 도사에 출연한 농구감독 허재의 이름은 포털 검색어 순위권에도 오르지 못하며 묻혀버린데 반해, 티아라와 티아라 멤버들의 이름은 실시간 검색어 순위권을 몇 시간이 넘도록 점령했다. 그녀들로서는 출연 목적을 100% 아니 120% 이상 달성해낸 것이다.

이번 방송은 김구라가 나아갈 방향점 그리고 티아라가 보여준 그녀들 입장에서 대단히 영리했던 홍보 방식과 방향점을 남겼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중대하다. 사실 이번 방송에서 제대로 터트리기 직전까지, 김구라는 정말이지 최악의 위기 상황에 몰려있었다. 본인은 늘 자신이 몰락하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고 싶은지 억지로 과거 마이너 시절 보여주었던 행동들을 연달아 반복하는 ‘척’ 하는 행동을 그치지 않았으나, 실상 이는 눈 가리고 아웅에 그친 쇼에 불과했다. 일밤에서 그는 연달아 3개의 코너를 실패로 이끈 주역이었고, 각종 프로그램에 간판급 MC로 나서면서도 최악의 모습만 보이며 언제나 구렁텅이에 빠지는 새로운 실패의 아이콘이 되어가고 있었다. 이와 같은 김구라의 위기는 야성적인 본능과 자신을 방송인으로서 필요로 했던 당시 목적을 잃은 패착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 방송을 통해 김구라는, 그만이 보여줄 수 있는 독설의 무궁무진한 가능성과 상황에 맞춰 확장될 수 있는 진면목, 또 폭소가 밑바탕에 깔린 언어유희의 가능성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독설이 곧 김구라이고, 김구라가 곧 독설의 아이콘임을 증명해낸 것이다. 그는 상호합의하에 맺어진 전략적인 형태의 독설이, 프로그램의 재미를 살리고 부진에 빠져 있었던 자신의 능력까지 끌어올리는 원초적인 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자신이 성공했고, 또 앞으로도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준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성공의 법칙은 티아라가 보여준 공격적인 홍보 방법과 그룹의 매력을 맛깔스럽게 표출해낸 전략적인 영리함에서도 동시에 찾을 수 있는 부분이다. 그녀들은 독설에 맛깔스럽게 그리고 영리하게 당하는 모습으로 자신들의 인지도를 훌륭히 끌어올리는 방법을 익혔고, 이는 전에 실패를 겪었던 같은 소속사의 여성 아이돌 블랙펄의 경우와 대비되는 것이었다.

사실 소녀시대와 원더걸스부터 카라, 2NE1, 애프터스쿨, 포미닛 거기에 최근 컴백한 브아걸까지 자리 잡은 여성 그룹 시장은 엄청난 과잉포화 상태에 있다. 물론 그룹 멤버들의 숫자가 많다는 이유로 티아라가 밀리고 실패할 것이라는 단정을 짓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신인인 그녀들이 기존의 인물들이 굳건히 자리 잡은 시장에서 초반부터 실력만으로 역량을 발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티아라는 신인의 자세로 가장 낮은 곳에서 여성 아이돌이 당하기 어려운 남자 친구에 관한 문제나 외모에 관한 지적을 받으며 아주 새롭고 독특한 방법으로 자신들의 호감을 쌓을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독설에 당하는 것이 꼭 불쾌한 것만은 아니고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있는 또 다른 가능성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예능 프로그램과 방송인들이 향후 어떤 방향을 잡고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여러 전망이나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김제동과 같이 차분하고 정적인 이미지의 방송인이 앞으로 대세로서 자리 잡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 또 다른 한 쪽에서는 김구라와 같이 즉흥적이고 다분한 모험적 기질을 지닌 방송인이 대세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이 물음에 대한 정답은 결국 하나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선택의 폭은 넓어야 하고 어떤 위치에서든 결국 그들이 다 필요하다는 결론이다.

김구라는 어찌되든 이 대한민국 예능계에서 독설개그를 제대로 소화해낼 수 있는 유일한 방송인이다. 그의 혀끝에서 창조되는 옳은 형태의 폭소를 담아낸 독설은 결국 예능 프로그램에 제공되는 다양한 형태의 신선한 원동력이 될 확률이 높다. 이번 방송에서 보여준 것처럼 그의 독설이 웃음과 생초짜 신인그룹까지 흥하게 만들 수 있는 윈윈전략으로 계속 이어질 수 있다면, 지금 어려움을 겪는 김구라 또한 부활할 수 있을 것이 분명하다. 방송인 김구라가 펼쳐나갈 모두를 흥하게 만들 독설의 새로운 지평과 가능성을 기대하고 기다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