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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연예스토리

엄태웅 문소리의 연기가 비판받는 이유

MBC 월화드라마 선덕여왕이 시청률 30% 고지를 넘어섬과 동시에 이 수치를 꾸준히 유지하며 절정의 인기와 위력을 과시하고 있다. 최대 경쟁작으로 여겨졌던 이병헌, 김태희 주연의 200억대 첩보대작 아이리스도 치솟는 선덕여왕의 기세를 피하고자 수, 목극으로 편성을 옮겼고, 역시 경쟁작으로 예상되는 박용우 주연의 100억대 사극 제중원 또한 선덕여왕을 피하기 위해 변칙적인 편성 변경을 고려중에 있다고 한다. 그만큼 지금 선덕여왕이 월화극 시장에서 보여주고 있는 기세는 막강하고 또 위력적이다. 어떤 드라마를 가져다 놓아도 비교가 될 수 없을 정도의 힘을 과시하고 있고, 껍데기를 까보지도 않은 상대 드라마의 기를 펴지 못하게 만들 파괴력까지 갖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은 선덕여왕 열풍은 대박 사극의 공식을 차분히 따라잡은 각본과 연출 그리고 훌륭한 배우들의 시너지 효과가 만들어낸 부산물이라 할 수 있다. 드라마 시작 전 우려되었던 주인공 이요원의 연기는 생각했던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다 싶을 정도로 훌륭하고, 악역을 맡은 고현정의 연기도 완벽해 보이지는 않지만, 괜찮다는 평가가 가능한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선덕여왕은 전체적으로 드라마에 눈에 띄는 부분이나 두드러지는 장점이 있는 작품은 아니다. 그러나 대중들에게 역사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신라 시대를 그리면서도 놀라운 대중적인 성과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드라마로서 지닌 잔재미가 탄탄하다.


하지만 숱한 장점과 높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선덕여왕이라는 드라마에 대해 모든 대중들의 시선이 호의적인 것만은 아니다. 일부에서 역사와 시대적인 인물상을 너무 왜곡해서 그리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고, 인물의 근본적인 성격을 바꿔놓는 드라마 속 캐릭터의 행동들에 대해서도 반발이 거세다. 특히 연기하는 배우들의 나이가 실제 역사적 인물의 당시 나이와 맞지 않는다는 문제제기는, 선덕여왕의 드라마적 몰입을 방해하는 치명적인 불안요소가 되고 있다. 특히 이 중에서도 김유신 역을 맡은 엄태웅을 향한 예상할 수 없었던 몇몇 대중들의 강한 불만의 목소리는, 회가 꽤 거듭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제기되는 문제로 남아 계속 구설수로 오르내리고 있다.

모든 문제의 시발점은 30대 후반의 엄태웅이 극중 실제 10대 후반에 가까운 김유신 역을 맡은 무리수에서 비롯되었다. 이는 나이 든 배역을 그보다 어린 배우가 분장이나 적절한 효과로 처리해 소화해내는 경우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 반발이 더 강하게 일어날 문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10대 풋풋한 화랑 역을 맡기에 엄태웅은 부적절한 선택에 가까웠고, 애당초 드라마가 지닌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밖에 없었다. 엄태웅이 액면가로 나이 문제를 커버할 수 있을만한 스타가 아니라는 사실도, 나이 많은 김유신에 몰입하기 힘든 하나의 문제가 되었다.

거기에 엄태웅에 대한 몇몇 대중들의 불만은 나이가 많고, 이미지가 동떨어져 있다는 문제에서 끝나지 않았다. 쉽게 이해하기 어렵지만, 그들은 선덕여왕 안에서 엄태웅이 보여주고 있는 불안한 연기를 또 다른 문제로 삼아 그를 공격하고 있다. 이는 베테랑 경력에 뛰어난 연기력으로 오랜 무명 생활을 벗어나 ‘엄포스’ 라는 별명을 얻었던 그의 과거를 돌이켜보면 믿기지 않는 결과다. 그러나 실제 엄태웅은 선덕여왕에 출연하고 있는 배우들 중 가장 연기가 불안정하다. 그보다 훨씬 못한 비중을 지닌 알천랑 이승효에게 대부분 대중들의 시선이 쏠리는 상황은, 엄태웅이 표현해내는 김유신의 매력이 많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적절한 예시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왜 엄태웅은 기대했던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연기로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는 것일까. 이는 과거 큰 기대 속에 사극 태왕사신기에 출연했으나, 혹독한 비판을 받았던 문소리의 경우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유수 국내외 영화제의 상을 휩쓸며 대한민국 최고 여배우라는 극찬까지 받았던 문소리는, 정작 자신의 첫 드라마였던 태왕사신기에서는 수준 이하 연기로 대중들을 경악시키며 비판에 시달렸다. 그 이유의 이면에는 지금 엄태웅이 비판받고 있는 것처럼 캐릭터의 이미지가 맞지 않고, 여타 배우들과 연기 호흡이 맞지 않는다는 문제도 있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스타일이었다.

문소리는 드라마에서도 여타 전작들에서 보여준 것처럼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캐릭터를 표현해내길 원했다. 하지만 태왕사신기라는 드라마는 애당초 문소리의 자연스러움이 아닌 완성된 형태로 표현되는 좀 더 전형적으로 완성된 이미지를 원했다. 그러나 문소리는 완성된 이미지를 구현해내는 능력이 다른 여타 배우들에 비해 많이 뒤떨어졌다. 청순하고 차분한 이미지를 만들어내야 하는 순간이었음에도 그저 생활적이고 단편적인 문소리의 이미지에서 더 나아가질 못했다. 맛깔스러운 거짓으로 대중을 현혹시켜야 하는 연기자의 입장에 서야 했음에도, 딱딱하고 붕 떠오르는 비자연스러운 모습만 보여주며 도리어 대중의 실망을 산 것이다.

지금 엄태웅이 비판받고 있는 이유는 과거 문소리가 비판받았던 당시 이유와 흡사하고 동일하다. 그 또한 선덕여왕에서 과거 작품에서 보여주었던 깔끔하고 자연스러운 연기보다 좀 더 매력적인 섹시남의 모습을 표현해내야 함에도, 이와 같은 과제가 도통 풀리지 않은 상황이 문제라 할 수 있다. 즉 일부 대중들이 엄태웅이 연기하는 김유신을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완성된 모습을 원하지만 이에 미치지 못한 엄태웅의 동떨어진 스타일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긴 호흡을 더하며 지속되는 사극이 초반부 어떤 시기만 방영되고 끝나는 드라마가 아니라는 점에서, 지금보다 강한 김유신의 카리스마가 필요한 순간 엄태웅의 진짜 진면목이 빛나게 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극찬과 극단의 경계를 오가는 어색함이 지속되고 있는 이런 문제들은 꼭 지금이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배우 엄태웅이 떨쳐내야 할 과제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시청자 입장에서도 자연스럽고 매력적인 모습으로 누구의 비판도 없이 완벽하게 선덕여왕 속 김유신을 표현해내는 엄태웅을 만나고 싶은 꿈을 꾸는 것이 결코 욕심은 아닐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