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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연예스토리

인순이의 권위주의에도 예의는 없었다

최근 대중들은 유독 가수 인순이와 연관되어 있는 여러 굵직한 소식들을, 그녀의 공연장이나 무대 위에서의 노래가 아닌 일반적인 뉴스를 통해 접하고 들어왔다. 혼혈로 살아온 과거사에 대한 구절절한 고백, 자신이 리메이크 해 빌린 노래를 원작자 허락도 없이 특정 정당에 사용을 허락한 태도, 피처링에 참여한 노래를 랩퍼를 대동해 자신의 노래로 둔갑시켜 행사에서 부르고 다닌 사건, 대중 가수가 무시당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며 예술계 전체를 곤란 속에 밀어 넣은 공연장 허용 논란까지. 최근의 인순이는 이러한 여러 이슈를 몰고 다니는 중심에 있는 그런 인물이었다.

물론 이번에 터진 미미시스터즈와의 인사 논란은 이전에 일어났던 그런 부류의 논란들과는 다른 부분들도 있다. 분명 이 사건은 미미시스터즈가 먼저 잘못한 일이고, 그녀들이 인순이에게 예의를 지키지 않은 것이 모든 문제의 시발점인 것이 맞다. 선배의 정중한 인사에 컨셉이라는 이유로 고개만 살짝 끄덕거리는 후배를 바라보며 이를 유쾌하게 느낄 선배는 없을 것이고, 가요계에서 인순이 정도의 위치를 가진 사람이 그런 대우를 받았다면 불같이 화를 내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반응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가 후배의 인사하지 않는 태도에 그렇게 분노를 느낄 정도의 위치를 지닌 사람이라면, 마땅히 이를 또 갈무리 할 수 있는 인격적으로 성숙한 태도를 보여줘야 함이 옳지 않았을까. 꼭 그렇게 대중들을 향해 부적절한 방법으로 대놓고 문제를 제기하며 이를 공개적으로 성토해야 했느냐는 의문이다. 이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일이다.


특히 인순이가 이와 비슷한 태도를 보여준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는 더 깊게 생각 해 볼만한 문제다. 지금으로부터 몇 개월 전, 인순이는 자신이 예술의 전당 오페라관을 대관할 수 없고, 그곳이 대중 가수들에게 오픈되지 않는 현실이 예술계 전체가 가요계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이를 공개적인 문제로 제기했다. 다소 과장되고 비약된 무리수를 가진 논리이긴 했지만, 분명 이는 어떤 의미에서는 납득할 수 있는 정당한 문제제기였고, 또 충분히 냉정한 판단하에 토론을 해볼 가치가 있는 사안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제기 당사자인 인순이가, 기자와 TV 카메라들이 벌떼같이 모인 앞에서 눈물만 뚝뚝 흘리며 자신의 인생사를 읊어나가는 순간, 토론이 필요할만한 쟁점 사안에서 벗어나버리고 말았다. 그저 껍데기만 남고, 이성은 사라진 상태에서 감성만 남은 하찮은 문제로 전락한 것이다.

이번 문제의 핵심은 당시 인순이가 보여준 그런 태도가 반복되고 있는 현상에 대한 고찰이다. 인순이는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팩트라 할 수 있는 선후배간 예의에 대한 문제를, 감성과 감상에만 호소하는 문제로 이끌어가며 방송국을 박차고 나갔고, 이 와중에 잘못은 했지만 용서를 구할 기회를 받아야 했을 후배에 대해서는 전혀 예의를 갖추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는 TV 카메라 앞에서 자기 입장을 죽어라 내놓으면서 상대방 입장은 듣지 않았던 과거 태도와 같다. 본인이 존중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분노했다고 말하면서, 정작 그런 본인은 상대의 입장이나 태도를 존중하고 고려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후배가 선배를 존경하고, 선배가 후배를 아끼는 일은 분명 좋은 미덕이고 긍정적인 일이다. 그러나 과거와 지금은 확실하게 다르고, 지금 시대에서의 선후배간 교류는 후배의 무조건적인 양보와 굴욕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는 이해가 필요하다. 선배라는 이유로 으스대고, 무조건 후배라는 이유로 고개를 숙여야 하는 시대가 아닌 것이다. 만약 실제 그런 관계로만 이어지는 선후배 관계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인위적인 가식으로 맺어진 곧 무너질 모래탑 위의 성벽과도 같은 관계에 불과하다. 진짜가 아닌 거짓에 불과한 것이다.

인순이는 분명 훌륭한 퍼포먼스 능력을 지닌 디바이고, 또 훌륭한 가창력을 지닌 가수인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한 인간으로서 대중을 상대하는 인순이는, 인격적으로 조금 더 성숙한 마음가짐을 가지고 정당함과 보편적인 것의 구분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볼 시간이 필요하다. 예의 없는 모습을 보여준 후배의 태도에 격분하면서도, 정작 여러 구설수들을 몰고 다니며 예의를 갖추지 못한 이의 행동을 보여주었던 그녀의 그런 모습과 잘못된 태도가 반복된 경우가 그동안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선배에게 인사를 하지 않은 것보다, 인사하지 않은 후배의 태도에 화가 났다는 이유로 방송국을 뛰쳐나가고 이를 거론해 문제를 키운 이의 행동이 어떤 의미에서는 사실 더 큰 잘못이고 업보라 할 수 있다. 인사하지 않는 후배의 예의 없는 태도가 본인의 스케쥴을 펑크내버리고 싶을 정도의 일인 것도 의문이지만, 이를 사건의 본질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비인격적인 방법으로 상대를 공격하는 수단으로 이용되는 태도는 더욱 옳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문제의 핵심이자 정답은 두 가지 길의 갈래에서 찾아볼 수 있다. 과연 후배가 선배에게 보여주는 무관심이 문제인지 아니면 선배가 후배에게 보여주는 윗사람의 입장에서 자신이 무조건 존경 받아야 한다는 그 마인드가 문제인지에 대한 선택이다. 아마 명쾌한 해답은 나오지 않겠지만, 그동안 몇 차례 있었던 이러한 경우나 지금 보이고 있는 상황으로만 판단하면 어떤 것이 더욱 정답에 근접해 거론되어야 할 문제인지는 뻔하다.

미미시스터즈가 분명 예의가 없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대중들을 향해 예의가 없었던 것은 인순이 또한 매한가지였다. 그리고 이 문제에서 어쩌면 가장 존중받지 못한 이는 대중인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대중들은 이 싸움에서 유쾌하지 않은 형태로 표출되어 살아 숨쉬는 권위주위의 망령을 씁쓸하게도 이번 경우에도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