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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연예스토리

유노윤호, 동방신기의 명운을 걸다

동방신기의 멤버 유노윤호가 전격적으로 정극 연기자로 데뷔하게 되었다. 그는 올 9월에 방영될 MBC 수목드라마 ‘맨땅에 헤딩’ 에, 당초 주인공으로 내정되었던 김래원의 군입대 공백을 메울 남자주인공 차봉군 역으로 최종 캐스팅되었다. 그는 한류 열풍의 중심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리며 두툼한 팬덤층을 거느리고 있는 대표적인 아이돌 동방신기에서도 높은 인기를 구가하는 멤버이고, 그동안 동방신기의 팬들 사이에서 꾸준히 입소문을 타며 배우 데뷔설이 루머로 나돌던 인물이었다. 실제 그는 ‘맨땅에 헤딩’ 이전에도 환상의 커플을 집필한 홍자매의 차기작, ‘미남이시네요’ 에 남자 주인공으로 출연이 확정적이라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그만큼 ‘꽃보다 남자’ 이후로 꾸준히 제작되는 여성 취향의 로코 드라마 캐스팅 순위에서, 그는 언제나 손꼽히고 거론되며 주목받는 스타 중 하나였다.

그러나 이렇게 각종 드라마의 러브콜을 받았고, 결국 캐스팅까지 된 유노윤호에게는 단 하나의 제대로 된 작품도, 연기자로서의 필모그래피도 없다. 그는 몇 년 전 SBS을 통해 방영되었던 반전드라마를 비롯한 몇 작품에서의 보여준 짧은 연기 경험이 있으나, 정통 정극을 비롯한 어떤 장르에서든 제대로 된 연기를 결과로서 보여준 경험은 없다. 이와 같은 근거를 놓고 볼 때, 그가 이번 드라마에 캐스팅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명백하다. 그는 동방신기로서 보여준 활동과 명성을 토대로 주인공을, 그것도 절대적인 비중을 지닌 원톱 주연의 자리를 거머쥔 것이라 할 수 있다. 동방신기 팬들 입장에서는 불쾌할 수 있는 표현이겠지만, 속된 말로 낙하산을 타는 불명예스러운 방법으로 연기자로서 첫 발걸음을 뗀 셈이다.


물론 이와 같은 현상이 무조건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아이돌 베이비복스의 멤버이자 그 중에서도 가장 뒤떨어진다는 혹평을 받던 윤은혜는, 대중들의 극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형 낙하산을 타며 ‘궁’ 의 여주인공 신채경 역으로 캐스팅되었고, 이후 비난을 잠재우며 연기자로서 성공적인 발걸음을 떼어나갔다. 그리고 그 결과, 지금 그녀는 현재 대한민국 드라마 시장에서 캐스팅 0순위로 손꼽히는 가장 성공적인 여배우 중 한 명으로 거듭났다. 이는 동방신기와 유노윤호의 소속사 선배였던 신화의 멤버 에릭이 보여준 결과와 같다. 에릭 또한 일부 여론의 극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드라마 ‘나는 달린다’ 에 매우 비중 있는 주조연급으로 캐스팅 되었고, 좋은 연기로 비난을 극복하며 이후 배우로 착실하게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덕분에 그는 곧 문정혁이라는 자신의 본명을 대중들의 가슴 깊숙한 곳에 배우라는 존재감으로 새길 수 있었고, 이내 성공의 길을 열어갔다.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 아이돌 출신 배우들이었지만, 이들은 자신들의 준비된 땀과 과정을 결과로 도출시키며 제기되었던 우려를 대중들의 찬사와 반전으로 유도시킨 셈이다. 그러니 배우로서 시작점에 선 유노윤호에게도 이런 긍정적인 결과가 도출되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윤은혜와 에릭도 해냈으니 그가 해내지 못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달콤한 예측만큼이나 커다란 불안함 또한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당시 윤은혜와 에릭 그리고 지금의 유노윤호의 다소 다른 입장의 차이에서 근거하는 불안함이다. 배우로서 데뷔했을 당시 윤은혜와 에릭은 실패하더라도 더 잃을 것이 없었고, 실패의 부담이 있더라도 자신들의 연예계 활동에 있어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입장에 있었다. 소녀 장사, 무식, 김종국의 예능 연인 이미지였던 윤은혜나 곧 해체할지도 모르는 아이돌 그룹의 랩퍼, 무색무취, 매력 없음으로 대변되던 에릭에게 있어서 배우로서의 도전은 사실상 회피할 수 없는 마지막 출구나 다름없었다. 그만큼 그들은 자신이 나서게 될 출구가 화려한 꽃밭이 될지 낭떠러지가 될지 구분이 안 된 상태에서도 달릴 수밖에 없을 정도로 급했고, 변화가 필요한 입장에 있었다.

하지만 유노윤호는 이들과 다르다. 현재 그는 아시아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대형 아이돌이자,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 또한 무궁무진한 그룹 동방신기의 멤버다. 그런데 그는 단계적으로 과정을 밟아나갈 시간이 충분함에도, 출구의 끝이 천국인지 지옥인지 구분되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나도 급하게 낙하산을 타려고 시도하고 있다. 어떤 의미로 해석하면 천길 절벽으로 떨어질 수도 있는 위험을 자초하지 않아도 되는데, 괜히 스스로 이를 앞장서 감수하고 있는 것이다.

유노윤호의 이번 도전으로 동방신기라는 그룹은 사실상 그룹의 명운을 걸고 도박을 시도하는 입장에 서게 되었다. 만약 유노윤호가 아이돌의 한계를 극복해내지 못하고, 마치 이효리가 그랬듯 배우로서 극한 실패의 결과를 보여준다면, 이는 부적절한 방법으로 드라마의 주인공 자리를 꿰찬 유노윤호와 또 그가 소속된 그룹 동방신기의 브랜드에 먹칠을 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또한, 유노윤호의 드라마 속에서의 모습은 그 뿐만이 아닌 다른 동방신기 멤버들의 미래를 평가하는데 있어서도 중요한 체크 포인트가 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동방신기가 과연 활발하게 개인 활동을 이어나가면서도 존속된 신화처럼 될지, 아니면 그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며 결국 해체된 H.O.T처럼 될지 전체적인 밑그림이 이번 유노윤호의 연기와 개인 활동으로 제시될 수 있는 것이다.

유노윤호는 여러 의미에서 이번 연기자 변신에 자신뿐만 아니라 그룹과 다른 멤버들의 미래라는 무거운 짐을 어깨 위에 올려놓았다고 할 수 있다. 과연 그가 우려를 불식시키는 훌륭한 연기로 예측되는 어려움과 더불어진 동방신기의 미래를 화창하고 찬란한 것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까. 유노윤호가 뛰쳐나가게 될 출구가 꽃밭이 될지 낭떠러지가 될지는 곧 다가올 9월에 그의 모습을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며 알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