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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연예스토리

우결, SG 워너비를 추락시켰다

2000년대 초 데뷔한 그룹 SG 워너비는 전형적인 형태로 기획된 소속사 대표 김광수의 아이들이었다. 김광수가 기획한 소속사 선배 조성모가 그러했듯, 그들은 초호화 물량과 스타들이 대거 투입된 뮤직비디오를 통해 대중의 큰 이목을 끌었고 또 이를 밑바탕으로 삼아 인기 스타로 도약할 수 있었다. 그들은 한 해 가장 많은 음반을 판매한 가수에게 수여되는 골든 디스크 대상을 2번이나 가져갔고, 연말 가요 시상식에서도 상을 휩쓸며 그들의 시대, 즉 SG 워너비의 시대를 열어갔다.

하지만 대단한 성공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과연 그들이 정말 팀명처럼 사이먼 & 가펑클을 궁극적으로 닮아야 할 뮤지션으로 추구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많았다. 그들은 데뷔 당시 한국 가요계에서 주목받지 못한 미디어 템포의 팝 발라드를 맛깔스럽게 구사하는 솜씨를 보여주었지만, 한 편에서는 전혀 뮤지션으로서의 고뇌나 변화도 없이 대형 기획사의 지루한 음악적 반복 패턴의 도구라는 혹평이 잇따랐다. 특히 개그콘서트 왕비호조차 비웃음의 소재로 사용한 그들의 ‘소몰이 창법’은, 그동안 가지고 보여주었던 SG 워너비의 음악적인 모든 성과와 가치관을 무너뜨리는 결정적인 치명타가 되고 말았다. 그렇게 그동안 그들이 보여주었던 음악적인 면모와 장점들은 서서히 소리 소문 없이 붕괴되어 가기 시작했다.


이에 그들은 아주 자연스럽게 자신들만의 음악적 색깔의 확장이자, 또 한편으로는 변화로 비춰질 부분들에 그룹의 명운을 내걸 수밖에 없었다. 리더였던 채동하의 탈퇴, 아이돌이 점령해버린 가요 시장의 환경, 또 그들에게 추가된 소몰이 이미지는 그들의 발전을 저해하고 틀어잡는 굴레가 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대체로 신비주의를 추구해왔던 그들이 적극적으로 방송 출연을 마다하지 않은 것도 결국 이러한 상황을 극복해보려는 전략 전술의 일환이었다고 할 수 있다. 멤버 김용준이 실제 커플 관계에 있는 황정음과 함께 우결에 출연하는 결단을 내린 것은, 사실상 SG 워너비라는 그룹을 내걸고 실행한 결정적인 패이자 도박이었던 셈이다.

그리고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했다. 우결은 신선하고 파격적인 형식의 예능이라 평가받는 프로그램이었고, 비판도 있었지만 독특한 캐릭터를 드러내며 개인의 존재감을 상승시키는데 있어서 가장 적합한 프로그램이었다. 서인영과 손담비는 우결 출연을 밑바탕으로 시대의 트렌드세터이자 핫이슈 아이콘이 될 수 있었고, 알렉스는 부드러운 남자로, 또 크라운 J는 순정남으로 변신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김용준과 SG 워너비에게 우결은 고립되던 상황의 새로운 돌파구나 지향점을 제공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프로그램이었다. 분명 출연을 확정짓기 전까지는 그랬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현재 SG 워너비는 현재 우결을 통해 더 우스꽝스러운 그룹으로 전락하고 있다. 문제의 시발점은 현재 우결이 처한 현실과 김용준의 상황 그리고 SG 워너비의 입장차이가 미묘하게 엇갈렸다는 점이다. 1,2기 가상커플의 한계를 느낀 우결은 보여지는 모든 부분들을 진실로 드러내며 시청자 앞에 오픈하길 원했고, 이는 실제 커플이라는 리얼리티가 더해져 김용준에게 알렉스나 크라운 J가 보여준 맛깔스러운 거짓을 허용하지 않았다. 틈만 나면 징징대는 황정음과 징그럽고 닭살스러운 짓을 해대는 김용준의 모습, 통장에 찍힌 숫자 0의 갯수에 행복해하는 징글징글한 커플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고, 심지어 양가 부모와 할머니까지 촌극에 총동원 되었다. 이런 일련의 상황들은 우결이라는 프로그램에 바라던 시청자들의 환상을 빼앗아갔고, SG 워너비를 음악적으로 높게 평가하던 팬들의 말수까지 줄어들게 만들었다. 완벽하게 현실도 아니면서, 그렇다고 재미있는 환상도 아닌 상황이 잡탕밥처럼 뒤섞여 양쪽 진영 모두를 불편하게 만들어버리고 만 것이다.

우결이 유이와 박재정의 가상 커플을 전격적으로 우결에 투입시키는 것은 결국 이와 같은 실제상황이 보여주는 한계를 절실하게 느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김용준 황정음 커플의 우결은 현재 시청률 5%에도 미치지 못하는 극도의 부진을 이어나가고 있고, 우결 골수팬들이나 대중들의 평가도 대부분이 부정적인 추이의 목소리로 기울어져 있다. 김용준이 SG 워너비를 위해 과감히 내던진 결정적인 승부수와 패는 반대로 중견가수 SG 워너비의 이미지를 짓밟고 추락시키는 사실상의 실패로 귀결되고 만 것이다.

사실 아주 예전에 단물 빠진 우결의 실패는 어느 정도 예상되었고, 앞으로도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기에 별로 감흥이 오가는 문제가 아니다. 다만 진짜 아쉬운 것은, SG 워너비라는 그룹의 가치다. 그들의 이번 6집 앨범은 상당히 훌륭하다. 이번 앨범에서 그들은 팀명처럼 정말 사이먼 & 가펑클의 완숙한 음악 스타일을 뒤따라가고 있고, 판에 박힌듯했던 음악도 한 단계 성숙한 발전과 성취를 이룬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우결은 SG 워너비의 이런 업그레이드와 성취를 짓밟고 있다. 도와주기는커녕, 반대로 정당한 평가조차 받을 수 없도록 가로막는 최악의 장애물이 되고 있는 것이다.

SG 워너비가 좋은 가수인지, 아닌지는 개인의 가치관과 생각에 따라 평가할 수 있는 지점이 다르다. 하지만 SG 워너비가 한때 대한민국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가수였고, 앞으로도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그룹이라는 팩트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진실이다. 부디 앞으로 그들이 우결이라는 상처뿐인 딜레마를 벗어나 지금보다 더 좋은 음악으로 팬들과 대중을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굳이 우결이라는 난파선에 몸을 기대어 그들까지 아래로 동반 추락해야 할 이유는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