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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버라이어티

노홍철 장윤정, 골미다를 떠나라

SBS는 애당초 골미다라는 프로그램에 큰 기대를 걸지는 않았다. 바로 전 시간대에 이미 패떴이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고 있기에, 평타 이상의 성적만 기록해주며 강세를 보이는 1박 2일을 상대로 틈새시장에서 미약하게나마 존재감을 드러낼 프로그램이 필요했을 뿐이다. 그런 이유로 골미다는 시작부터 목표로 둔 타켓이 1박 2일이 아닌 우결이었다. 패떴과 1박 2일 사이에서도 다수의 여성 시청자들과 굳건한 매니아들을 모으며 인기 프로그램으로 군림한 우결은, 그만큼 골미다의 벤치마킹 대상이자 롤모델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골미다는 그동안 우결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과 수치만 계속 기록해왔다. 프로그램의 메인 설정인 일반인과 스타의 맞선이라는 상황 자체가, 이미 여타 버라이어티에서 흔히 써먹은 닳디닳은 소재였기에 시청자들의 구미를 끌만한 부분이 없었던 것이 가장 큰 이유였고, 골미다만의 특별한 포인트나 재미요소가 없었다는 점도 문제였다. 우결이 자극적인 각본 논란이나 여러 구설수에 휩쓸렸음에도, 연예인의 만남과 가상결혼에서 이루어지는 각종 상황들을 맛깔스럽게 표현해내며 한 걸음 앞서나간 반면, 골미다는 일반인과 스타의 뻣뻣하고 작위적인 만남만 보여주는데 그친 것도 이유였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예능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재미와 발전이 없는 모습은, 골미다라는 프로그램을 매너리즘에 빠뜨린채 제자리걸음만 반복하게 하는 악수가 되었다.


실제 골미다는 그동안 프로그램 그 자체의 완성도나 소재의 특별함으로 대중들의 관심을 이끌어낸 횟수가 극히 적었다. 최강희, 빅뱅, 김민종부터 심지어 할리우드 스타 휴 잭맨까지 오직 스타들의 깜짝 게스트 합류로만 반짝 화제를 이끄는데 그쳤다. 그럼에도 골미다가 존속되며 우결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오직 진실의 힘 덕분이었다. 리얼과 재미의 경계를 넘나들면서도 유지되는 진실이 바로 골미다가 추구하는 핵심 포인트이자 주제인 것이다.

과연 신봉선이 한의사와 실제로 맺어질 수 있을지. 예지원이 뮤지컬 배우와 실제로 맺어질 수 있을지. 진재영이 훈남 아나운서와 실제로 맺어질 수 있을지. 그런 가능성과 진실을 전달하는 모습이 골미다라는 프로그램에게 남은 최후의 보루이자 마지막 남은 우결과의 차별점이었다. 그러나 갑작스레 터진 MC 노홍철과 출연자 장윤정의 열애소식은, 더는 골미다를 진실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에도, 재미있는 예능 프로그램에도 머무를 수 없도록 만들고 있다. 사실상 골미다를 우결의 카피 프로그램으로 전락시키는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골미다 제작진으로서는 노홍철 장윤정이라는 흥행카드를 버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앞서 말했듯 골미다가 가진 한계가 명백하게 보이는 시점에서, 이들의 열애만큼 표면상의 큰 호재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시점에서 이들의 열애는 연예계 가장 큰 이슈이며, 시청률과 연관되어 있는 이슈를 제작진이 버리는 결정이 간단할리 없다. 실제 이들의 열애설과 관련한 골미다 특별 방송은 놀랍게도 1박 2일의 굳건한 아성에 맞서서도 20% 가까운 시청률을 기록하며 프로그램에 엄청난 호재를 제공하기도 했다. 새로운 멤버의 합류와 저택으로의 입주가 방영된 지난 첫 방송에서도, 프로그램의 초점이 새로운 멤버가 아닌 노장 커플의 닭살 행각에 맞춰진 이유도 바로 이런 시청률의 호재를 이어나가려는 제작진의 계획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제작진은 역설적으로 이런 호재에 더욱 위기감을 느껴야 한다. 이슈는 결코 지속성을 가질 수 없고, 프로그램이 가진 색깔과 들어맞는 질적인 부분을 담보해줄 수 없기 때문이다. 골미다의 진실성은 결코 노홍철 장윤정 두 사람이 커플 양말을 신고, 노홍철이 천장에 장윤정 사진을 붙이며 노래를 부르고, 서로 휘파람을 주고받는 장면으로 표현될 수 없다. 이들의 이런 모습은 연예인과 일반인의 진실하고 진지한 만남을 원하던 골미다 팬들의 시청 몰입을 짓밟는 요소가 될 뿐이다. 이들 커플의 행동은 골미다가 가지고 있던 기존의 색깔이자 유일한 장점마저 흐릿하게 만드는 악수가 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노홍철 장윤정 두 당사자도 고민이 필요하다. 그들도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는 것이 자신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결정이라는 사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벌써부터 그들이 함께 방송에 출연한다는 이유로 전에 거론되었던 과거의 루머와 얽힌 비난들이 쏟아지고 있고, 그들의 방송 출연을 반대하는 안티들 또한 급증하고 있다. 이제 갓 만남을 시작한 새내기 커플인 그들에게, 골미다는 자신들의 사랑을 담보로 한 부담이자 위험이 되고 있는 것이다.

우결은 현재 진짜 커플인 김용준 황정음 커플로 시청률 반등을 노리고 있으나, 실제 커플이 방송에서 함께 한다는 메리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프로그램은 답보 상태만 거듭하고 있다. 거기에 일부 장점도 있으나 김용준은 SG 워너비 활동으로 얻었던 톱가수 이미지가 순식간에 쪼잔스럽고 얄팍한 이미지로 바뀌었고, 어렵게 연기자로 데뷔한 이후 폭넓은 연기를 해오던 황정음 또한 연기자로서의 이미지와 실제의 이미지 사이의 괴리 덕분에 배우로서 더 발전이 어려울 것이라는 혹평에 시달리고 있다. 이토록 실제 커플의 열애 과정이 방송을 통해 공개되는 것은 방송사와 이를 단편적으로 소비하는 대중의 이익으로만 이어진다. 그리고 이는 노홍철 장윤정 커플 또한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골미다에서 애써 우결을 찍어봤자 자신들에게 득 될 것은 아무 것도 없는 것이다.

노홍철 장윤정 커플이 계속 골미다에서 우결을 찍으며 자리를 지킬수록, 골미다가 보여주려고 했던 스타와 일반인의 진실한 만남을 담보로 한 리얼리티는 붕괴될 것이다. 또한 열애 당사자인 노홍철 장윤정 두 사람도, 대중을 속였다는 루머와 결합된 부정적인 이미지가 거듭 쌓이며 피해만 지속될 것이 분명하다. 시청자들의 입장을 고려하고 본인들의 입장을 위해 이제는 떠나는 결단과 쿨한 헤어짐이 필요한 이유다. 이어지는 골미다와 노장 커플의 만남은 계속 모두에게 불편함만 제공하는 독수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