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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연예스토리

고현정, 이요원의 디테일을 배워라

처음 이요원이 드라마 선덕여왕의 타이틀롤이자 주인공인 덕만역으로 최종 캐스팅 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당시, 대중들 거의 대부분이 비관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그도 그럴것이 사실상의 서브 조연인 미실 역으로 톱스타 고현정이 확정된 상태였고, 다른 조연진의 캐스팅 또한 화려했기에 더욱 비중 있으며 검증된 스타가 합류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졌으나 이와 같은 현실이 배반되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요원 또한 분명 톱스타지만, 주연으로서 존재감 있는 히트작이 없는 그녀가 50부작 넘는 대작 사극의 타이틀롤로 검증된 인물인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이는 자명고의 여주인공이 톱스타지만, 자신의 힘으로 창조해낸 흥행에 있어서 검증되지 않은 려원인 것과 같았다.

또한 몇몇 대중들은 그동안 이요원이 여러 작품에서 보여준 극히 불안했던 연기력을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 그녀는 표민수 PD가 연출했으며 그나마 최근작도 아닌 ‘푸른 안개’를 제외하고 연기로 괜찮다는 평가를 받아본 경험이 없었다. 최근작이었던 ‘못된 사랑’에서는 도리어 권상우와 우습지도 않은 신파의 합주극을 보여주며 배우로서의 커리어에 흠만 남기기도 했다. 그렇기에 그녀의 선덕여왕 캐스팅 소식에 대중들은 여러모로 비판과 비난 섞인 우려를 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요원은 선덕여왕에서 생각했던 것 이상, 아니 생각했던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캐릭터 그 자체에 깊이 동화된 모습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남장 여자라는 극한의 상황을 표현해야 하는 초반의 어려운 장면들을 재치 있는 연기력으로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특히 가장 눈에 두드러지는 부분이 바로 감정적인 디테일이다. 이는 지난해 ‘바람의 화원’에서 문근영이 남장 여자 캐릭터였던 신윤복역을 맡아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은 것과 마찬가지의 모습이다. 어설프게 남성처럼 보이기보단 캐릭터 그 자체에서 보여주는 디테일에 더 신경 쓰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지난 선덕여왕 11회에서 덕만(이요원)이 빗속에서 연이어 절규하는 모습들은 이요원의 감정적인 연기의 디테일이 단연 돋보이는 장면들이었다. 사실 이요원은 실제 남성이 아니기에 자연스럽게 여성스러운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고, 여러 캐릭터를 표현해내는 부분에서 진짜 남성과 같은 부분들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녀는 마치 문근영이 그러했듯 과감한 약점들은 버리고 여성적인 모습 속에서 최대한 덕만이 표현할 수 있는 감정적인 모습들을 디테일하게 풀어내고 있다. 이것저것 많은 것을 고려하기보다는 드라마 그 자체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는 감정을 시청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미실 역의 고현정이 보여주고 있는 연기와 대비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모든 기존 언론들은 한 목소리로 고현정의 연기에 찬사를 보내고 있지만, 솔직하게 말해 고현정의 연기에는 감정적인 디테일이 없다. 그런 이유로 시청자들이 집중할 수 있는 여건 또한 부족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고현정은 미실이라는 캐릭터가 보여줄 수 있는 요부와 악녀의 이미지 메이킹에 지나치게 집중하고 있으며, 너무 완벽하게 표현하려는 과한 욕심을 부리고 있다. 첫 회에서 보여준 시청자들이 악녀에게 귀여움을 느꼈다고 한 입을 모은 입을 찡그리는 장면이나, 지나친 하이톤으로 극의 흐름을 잘라먹는 몇몇 장면들은 자연스럽게 느껴지지 않았던 부분들로 지적된 사항이기도 하다. 그녀는 자기 캐릭터의 모습에 너무 깊이 함몰되었는지 스스로 보여줄 수 있는 스펙트럼을 몇몇 장면에서는 지나치게 뛰어넘으려는 욕심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물론 고현정의 연기가 지금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그녀는 분명 기대 이상의 연기를 선보이고 있고, 능글능글하면서도 악독한 미실의 캐릭터를 확실하게 자신만의 색깔로 풀어내고 있다. 그러나 가끔 너무나 완벽한 방법으로 미실의 캐릭터를 표현해내려는 욕심과 오버 때문에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

이 세상에 완벽한 배우는 없고, 완벽한 드라마 또한 없다. 버려야 할 것은 과감하게 버리고, 자신이 취할 것은 취하는 것이 연기자로서도 자신의 캐릭터를 받아들이는 태도로도 가장 적절한 자세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부분에서 덕만을 연기하고 있는 이요원은 도리어 고현정을 잡아먹는 능수능란한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지금껏 연기로 비판받았던 배우였다는 사실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훌륭한 모습으로 감정적이고 집중력 있는 디테일을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선덕여왕이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화제와 시청률을 유지하면서 재미와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고현정이 조금 더 분발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 드라마는 사실상 미실과 덕만(선덕여왕)이 엇비슷한 비중 속에서 극을 이끌어나가는 작품이다. 그런데 앞으로 여러 극적인 스토리의 반전이 전개되며 덕만이 여왕이 되는 과정이 본격적으로 그려져야 할 시기에, 미실의 카리스마가 지금처럼 쓸데없는 디테일 때문에 약해진다면 드라마의 힘이 빠질 가능성이 다분하다.

그렇기에 지금보다 더 악독한 모습으로 미실의 카리스마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고현정이 이요원처럼 뼈를 주고 살을 취하는 디테일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두 배우의 적절한 시너지 효과 없이 결코 선덕여왕이라는 드라마는 지금의 성공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수 없다. 더욱 무궁무진한 성공을 위해 고현정이 이요원의 감정적인 디테일을 마땅히 배워 드라마에 접목시켜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