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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연예스토리

섹스 거짓말 그리고 이윤정의 트리플

드라마 트리플의 공개 기자 간담회에서, 주인공 이정재는 이 작품의 시청률이 저조한 이유를 도무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이 출연중인 드라마 트리플이 재미있다고 말했다. 같은 작가와 PD의 전작이었던 커피프린스 1호점보다 더 나은 작품이고, 대중에게 사랑받을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트리플이 인기가 없는 이유로 방영 시간대와 날짜 문제를 근거로서 제시했다. 트리플은 재미있는데, 수, 목 심야 시간대 드라마를 대중들이 기피하기에 외면 받고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물론 그가 말하는 주장들은 맞다. 트리플은 재미있다. 지금까지는 같은 작가와 PD의 합작품이었던 커피프린스 1호점보다 확실히 나은 작품이며, 이야기도 풍부하고 추구하는 밝고 싱그러운 분위기와 스토리도 전체적으로 괜찮다. 화면이나 영상도 이윤정이라는 PD의 솜씨가 느껴지고, 우려가 많았던 배우들의 연기하는 모습도 봐줄만하다. 또 이정재가 트리플의 시청률 부진의 근거로 제시한 방영시간대의 문제도 맞는 말이다. 최근 대중들의 시선 속에서 수목 드라마는 월화 드라마보다 외면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니 트리플이 편성에서 불리한 것도 맞다.


그러나 이정재의 말이 일부 맞더라도 그게 드라마 트리플이 부진한 근본적인 이유라고 할 수는 없다. 인기 드라마는 어떤 방법으로든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구할 수 있는 힘이 있어야만 한다. 하지만 트리플은 재미와 분위기를 떠나 초현실적이고 괴기스럽다. 타켓으로 정한 시청자들도 공감하기 힘든 상황들을 도처에 깔아 놓았다. 트리플의 시청률이 낮은 근본적인 이유는 이 때문이다.

트리플은 시청자를 배려하지 않는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고, 드라마에 잔재미가 가득하지만, 정작 시청자가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거릴 수 있는 부분들은 적다. 잘생기고 멋지고 아름답고 예쁜 배우들이 단체로 나오지만 오직 드라마의 전체적인 톤과 감각만을 위해 애쓰며, 초현실적인 상황과 행동들을 저지르고 시청자에게 이해를 강요한다. 특히 성적인 부분과 남녀간의 관계를 그리는 왜곡은 심각하게 난잡하다. 사실상 현실적인 드라마로서의 가치는 전무하게 느껴질 정도로 심하다.

극 중 장현태(윤계상)와 지풍호(송종기)의 행동들을 보자. 장현태는 극구 싫다는 최수인(이하나)의 집에 저녁 늦은 시간에 술을 사들고 찾아가 그녀를 강제로 덮치려 한다. 일방통행. 그 자체다. 타협도 현실도 상대방의 입장도 없다. 이하루(민효린)을 향한 지풍호의 모습 또한 마찬가지다. 그는 싫다는 상대를 번쩍 들어 안아 마음대로 키스를 하고 몸을 더듬는다. PD는 이런 두 남자의 캐릭터를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는다. 그들이 왜 상대 여자를 사랑하는지. 어째서 그렇게 막무가내로 성적인 행동을 자행하는지 보여주지 않는다. 그냥 강요한다. 내가 좋은 놈인데 왜 너는 날 사랑하지 않느냐고 투정 부리는 남자의 폭력과 자기 합리화를 은연중 대중에게 이해하라고 강요한다. 그리고 PD는 도리어 이들을 마치 멋진 키다리 아저씨로 묘사한다. 잘 생겼잖아. 멋지잖아. 쿨하잖아. 그러니까 괜찮아. 어때 그럴 수도 있지. 이런 방식으로만 접근하고 강요한다.

애당초 이 드라마는 섹스 앤 더 시티나 가쉽걸 같은 미드에 익숙한 쿨하고 예쁜 것 좋아하는 젊은 여성층의 입맛에 맞게 레시피 된 음식이었다. 하지만 완전히 잘못 요리된 음식이다. 도저히 여자가 좋아할래야 좋아할 수 없는 드라마다. 세상 어떤 여성이 이런 성적 가치관을 보여주는 남자들에게 예쁘고 쿨한 것을 찾고 공감할 수 있을까. 트리플은 김기덕의 그로테스크한 폭력에서나 가능한 상황들을 보여준다. 나는 너를 너무 사랑하니까 너를 어떻게든 소유하겠어. 이렇게 말하고 강제로 여자에게 달려들어 키스하고 여자를 창녀촌으로 밀어넣는 김기덕의 방식으로 사랑과 성적인 상황을 접근하는 것이다.

이윤정 PD는 이제 진지하게 자신의 가치관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앞서 말했듯 그녀의 드라마 찍는 기술과 솜씨는 훌륭하다. 그러나 그녀는 경력이 쌓이며 그 솜씨만 늘었을뿐 제대로 된 현실을 그려내는 솜씨는 되려 후퇴했다. 드라마 태릉선수촌을 내놓던 신인 시절의 그녀는 인물의 성장에 초점을 맞춘 리얼리티한 작품을 만들줄 아는 감독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시청률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몰라도 성장보단 관계 그것도 비현실적인 판타지로 표출되는 정상적이지 않은 관계에만 집착하고 있다. 현실이 아닌 머릿속에서나 가능한 사랑 놀음과 성적인 가치관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고 이해하기를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이윤정이 논하는 사랑의 방식이 잘못된 것이 아니고, 이 세상에 엄연히 존재하는 방식의 사랑이라도 이는 옳지 않다. 실제로 트리플 속 강상희(김희)처럼 친한 친구와 잠자리를 갖고도 이제는 그만하자는 친구의 말에 싱글벙글 웃으며 네가 나랑 자지 못해서 아쉬워할 거라고 쏘아붙이는 여자가 있을 수도 - 혹은 많을 수도 - 있다. 하지만 그런 가치관을 지닌 여성들의 관점을 보편적인 것처럼 포장해선 곤란하다. 남녀간의 사랑에 사람과 사람간의 치유가 아닌 일방통행만 있다면 그건 잘못된 접근이고 폭력일 뿐이다.

트리플이 제 궤도를 찾고 드라마를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어떤 이야기를 재미있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보다 어떤 이야기를 공감가게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 공감 없이 쿨하고 공감 없이 사랑하고 공감 없이 섹스하는 트리플의 모습에 과연 어떤 시청자가 공감할 수 있을까. 치유 없는 사랑은 거짓말에 불과하다. 현시점에서 드라마 트리플과 PD 이윤정이 대중들에게 허세로 가득한 거짓말쟁이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