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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버라이어티

패떴, 부활의 키포인트는 유재석이다

유재석은 상당히 특이하고 이상하고 독특한 스타일을 지닌 MC다. 그는 방송 여건이 편하고 쉬운 상황에서도 독보적인 기량을 발휘해낸다. 벌써 장수 프로그램으로 거듭나고 있는 동시간대 시청률 1위 프로그램 놀러와를 비롯, 과거 10년동안 이끌어왔던 진실게임까지 그는 가볍게 게스트들이나 일반 출연자들의 대화가 필요한 프로그램에서 완벽한 진행솜씨를 발휘해낸다. 그러나 유재석이 진짜 무서운 것은, 이런 모습이 결코 쉽고 편한 그 지점에서 제자리걸음을 반복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있다. 유재석은 어렵고 힘들어 누구나 기피하고 꺼리는 상황 속. 그런 최악의 상황에 몰려 다시는 일어서기 힘들다고 여겨지는 그 순간 자신의 역량을 더더욱 120%로 끌어올린다. 그러니 어떻게보면 일반적이지 못한 특이하고 이상하고 독특하게 해석될 수밖에 없는 MC다.

과거 무한도전은 5%의 애국가급 시청률 수치에서 낙폭의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했다. 이변이 없다면 폐지가 유력했고, 이휘재의 스펀지나 강호동의 연애편지의 압박을 이겨낼 가능성은 전무하다고 여겨졌다. 그러나 모두가 기피하고 꺼려했던 그 5%대 프로그램을 위해 자신의 온 몸을 내던지는 MC가 있었고, 그가 유재석이었다. 석탄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유재석은 오직 웃음을 만들기 위해 어금내를 꽉 깨물었고, 달리는 버스 안에서 나자빠지면서도 웃음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며, 익지도 않은 면발을 후루룩 삼키면서도 웃음을 만들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 덕분에 무한도전은 폐지설이 떠돈지 2년만에 예능 역사에 길이 남을 30%의 시청률 수치표를 받아들었다. 유재석이 부활시킨 프로그램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한 때 최고 인기 예능 프로그램이었던 X맨은 점점 전성기 시절 포스를 잃고 표류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유재석은 끝까지 추락하던 SBS의 일요일 밤을 버리지 않았다. 1년이나 한 자리대 시청률에 머물며 추락을 거듭하고 있었고, 가능성이 없다는 회의적인 평가가 지배적인 상황에서도, 유재석은 패밀리가 떴다를 통해 SBS 일요 예능을 다시금 정상의 위치로 되돌려놓았다.


여타의 다른 톱 MC들이 모든 것이 정리된 상황에서 진행자로서 자신의 역량을 마지막 마침표에 집중시키는 것과는 달리, 이처럼 유재석은 반대 성향의 거친 비바람을 모두 감당해내는 자리에서 더욱 특출난 솜씨를 발휘해낸다. 그는 남이 만들어놓은 밥상도 누구보다 완벽하게 소화해내지만, 버라이어티라는 음식을 만들어내고 맛깔스럽게 포장해내는 과정까지 흠잡을 부분 없이 완벽하고 원숙한 요리사인 것이다. 처음 상황부터 중간부터 마무리까지 버라이어티를 자신이 책임지고 정리하는 방식을 그는 진심으로 천직으로서 즐긴다. 또한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욱 무서운 것은 함께 버라이어티에 출연하는 주변 캐릭터들을 돕고 그들의 잠재력과 가능성까지 뽑아내는 능력과 조화에 있다.

일례로 보자. 경제비타민에서 쉼없이 떠들어대는 박명수를 보조 진행자로 거느렸던 신동엽은, 그의 애드립과 시도 때도 없이 나오던 개인적인 상황극들을 단 하나도 받아주지 않았다. 덕분에 프로그램 안에서 박명수는 고립되었고, 도저히 활약을 펼칠 기회를 잡지 못했다. 이와 같은 신동엽의 성향은 tvn에서 정형돈과 더불어 감각제국을 진행하면서도 마찬가지로 유지되었다. 그는 프로그램 안에서 정형돈 특유의 맥짚기나 해설하기 좋아하는 방송 스타일을 전혀 받아주지 않았다. 반대로 정형돈의 행동에 핀잔만 주며 그의 툭툭 치고나오는 멘트를 저지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신동엽의 이와 같은 스타일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모든 상황을 포용하면서도 이를 원숙하게 프로그램과 조화시키는 유재석의 재능이 현재 시점에서 신동엽보다 빛나 보이는 것은 쉽게 부인하기가 어려운 사실이다. 대중의 이와 같은 선호도는 명백한 지표로서 증명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본인 스스로도 인정하듯, 모두가 소모품 취급하며 손가락질하던 박명수를 완성시키고 스타로 만들어낸 사람이 바로 유재석이다. 박명수가 삐쳐있는 모습, 의미없이 내뱉는 모든 말들을 정리해 유머로 승화시켰던 사람이 바로 유재석이었기 때문에 박명수는 스타가 될 수 있었다. 정형돈의 해설이나 맥을 짚는 행동에 의미와 뜻을 만들어주고 그를 무한도전에 꼭 필요한 사람으로 완성시킨 사람 또한 유재석이다. 정형돈은 그래서 웃기지 않으면서도 무한도전의 꼭 필요한 인물이 될 수 있었다.



공교롭게도 패떴은 박예진, 이천희의 하차와 더불어 새로운 멤버의 합류로 시즌 2를 맞이하게 되었다. 그러나 멤버가 바뀌더라도 기존에 유지하던 패떴 특유의 패턴을 그대로 쇼 내부에서 유지시킨다면 멤버 교체 효과의 반사이익을 누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매너리즘에 늪에 빠진 패떴을 구해낼 방법은 과연 없는 것일까. 아니다. 분명 존재한다. 패떴의 진부함과 현재 문제점들을 고쳐나갈 수 있는 키포인트는 앞으로 유재석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패떴은 유재석을 이용하지 못하는 아쉬움에서 비롯되는 식상한 패턴이 계속 반복되는 상황들을 맞이하고는 했다. 100의 재능을 가진 인물을 50이나 40정도로만 활용하며 소모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박지성을 초등학교 축구시합에 밀어넣으면 그 결과는 뻔하고 진부한 방식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으며, 박지성의 플레이도 좋지 않을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다. 패떴은 너무나 유재석을 편하고 쉽게 다루며 그의 재능을 제대로 다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무한도전에서 박명수나 정준하처럼 유재석의 잠재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그를 더 절박한 상황으로 밀어넣는 사람도 없고, 분명히 좋은 방송을 만들어낼 수 있는데도 그럴 기회 자체가 차단하고 있는 셈이다.

즉 패떴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서는 MC 유재석을 더 가혹하게 밀어붙이고 그의 재능을 100% 끌어내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 멤버 교체에 따른 반사이익만으로 그 돌파구를 찾기에 패떴의 식상한 패턴은 이제 너무 많이 알려진 상태다. 즉 기존 멤버들과 함께하든, 새로운 식구들과 함께하든 패떴이 살아나기 위한 키 포인트는 결국 유재석을 어느 정도 활용하고 소모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아직까지는 그나마 괜찮은 이효리나 대성과 같은 캐릭터들이 유재석의 잠재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더 활발한 활동을 보여줘야 함은 물론이다.

아무튼 패떴 제작진과 출연진들은 잊지 말아야 한다. 자신들이 직접 이룩해낼 수 없다면, 압박감을 이겨낼 주변 캐릭터와 주요 캐릭터를 다른 이를 적절하게 이용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자 방법이라는 사실을. 그동안 유재석은 다른 여타의 MC, 예능인들과는 달리 그 압박감만으로 두 손 두 발 들어버릴 최악의 상황에서도 모든 상황을 완벽하게 극복해내고 우뚝 올라선 경험을 가지고 있다. 앞서 말했듯 시청률 5%의 무한도전을 30%로 만들어내고, 시청률 5%의 기승사를 30%의 패떴으로 만든 것은 그동안의 유재석의 재능과 노력이 만들어낸 실적이었다. 이제 그것을 지키는 순간에도 유재석의 번뜩이는 재능이 필요하다. 패떴 멤버들이나 제작진은 유재석을 좀 더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그를 최악의 상황으로 내모는 상황극들을 만들어내길 바란다. 그러면 유재석은 자신에게 주어진 능력을 발휘하며 패떴을 다시 정상의 위치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다른 누구도 할 수 없지만, 유재석은 할 수 있다. 패떴이 지금보다 더 유재석을 믿고 그를 키포인트로서 제대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