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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버라이어티

패떴과 1박 2일은 다르다

최근 패떴이 특유의 훈훈하고도 잔재미가 더해진 스타일로 보여주던 재미가 모두 실종되어버린 부분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시트콤같은 어처구니 없는 상황극들이 극중에서 마치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아킬레스건도 부인할 수 없다. 특히 지난 방송에서 손담비를 위해 꽃마차를 끌고 오는 이천희의 모습과 이어진 아침식사까지 무리수를 두었던 손담비, 이천희의 러브라인 형성극은, 도대체 이 삼류 시나리오를 누가 쓴건지 의구심이 생길 정도로 패떴 애청자들의 심기를 건드리는 독수가 되었다. 분명히 그만큼 지금의 패떴은 하락세다. 높은 시청률과는 별개로 지지층조차 체감으로 와닿아야 할 재미가 바닥을 치고 있다. 매너리즘만 남아 특유의 개그만 계속 반복해 찍어내며 시청자들을 그냥 붙들어 매며 낚고만 있다.

이와 반대로 1박 2일의 반등과 상승세는 실로 놀랍게 여겨질 정도다. 사실 지난해 백두산 원정 당시 억지감동 시나리오극과, 아직도 롯데 팬들의 이를 갈게 만드는 사직구장 만행사건으로, 1박 2일은 그야말로 최악의 핀치에 몰렸었다. 잽 한방만 집어넣으면 당장 고꾸러진다 싶을 정도로 휘청거렸고, 위태로웠다. 거기에 알렉스의 닭살스러운 행각, 서인영의 신상 놀이에 밀려 동시간대 시청률 1위 자리를 빼앗기기도 했다. 말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최악의 상황이었다.


하지만 한때 잘 나가던 패떴은 지금 하락세고, 1박은 완연한 상승세다. 1년전 신흥 패떴이 치고 올라갈 당시, 동시간대 편성놀음에도 깨깽하며 뒷걸음질을 쳤던 방송이 1박 2일이었음을 상기해보면 놀랍게도 그렇다. 그러나 생각해보자. 과연 이 상황이 언제까지 유효할 수 있을까. 패떴과 1박의 역사는 뒤바뀌는데는 1년의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프로그램의 인기 순환시기는 반복될 수도, 변화할 수도 있다. 쉽게 설명하면 지금의 패떴이 다소 주춤하며 부진하다는 이유로, 굳이 지금 잘 나가는 1박 2일과 비교되어 질낮은 프로그램이라고 격하당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말이다.

또한 지금의 패떴의 모습을 비판하며, 마치 1박 2일이 절대적으로 옳은 길을 가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지난 방송에서 1박 2일은 참 감동적이었다. 아쉬움에 눈물을 쏟는 어르신과 이별을 참지 못해 훌쩍거리는 이수근의 모습은 찡했다. 그런데 도대체 언제부터 눈물을 쏟아내는 버라이어티가 프로그램 완성도의 질적 기준을 담보하는 현상이 되었는지 아리송하다. 1박 2일은 버라이어티다. 버라이어티는 웃음을 만들어내는 방송이 우수한 것이다. 감정적인 눈물은 그저 양념이 되어야 한다. 어떤 방법으로든 결국 웃겨야지만 성공한 버라이어티라고 할 수 있다. 무한도전이 수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대한민국 최고 버라이어티로 대다수에게 인정받는 이유는, 어떤 일이 있어도 결국 큰 웃음을 추구하는 멤버들과 제작진의 일관성을 가진 정책 때문이다. 속된말로 눈물 감동은 6시 내고향에서도 찾을 수 있고, TV는 사랑을 싣고에서도 찾을 수 있고, 심지어 불만제로에서도 찾을 수 있다. 버라이어티에서까지 눈물을 추구해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감동적인 결말이 마치 버라이어티의 만병통치약이 될 것이라는 주장은 대단히 어설프고 근거가 없으며 또한 위험한 주장이다. 물론 이번 1박 2일의 감동은 괜찮았다. 인위적인 부분 없이 자연스럽게 추구된 감동이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기에 좋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런 효과는 극히 일시적이고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결코 그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일례로 1박 2일이 지난해 여름, 소리 없는 몰락의 길을 걸었던 그 시절로 되돌아가보자. 당시 1박 2일이 거침없는 추락과 몰락을 더했던 이유는 바로 감동 섞인 연출 때문이었다. 그들은 사직 구장에서 관중석을 무단 점거했고, 경기 도중에 나와 깽판을 치며 경기를 방해했다. 그리고 그 모습에 야유하는 관중들의 목소리는 없애버리고, 자기네들 효과음만 집어넣어 방송을 조작했다. 거기에다가 마지막에는 마치 사직 구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1박 멤버들을 원한 것처럼 편집해 억지 감동의 눈물바다까지 연출했다. 이 여론 조작용 감동 시나리오로 1박 2일은 시청자들을 모욕했다는 의혹과 더불어 몰락의 길을 걸었다. 억지 감동, 억지 자막, 억지 상황극 때문에 프로그램이 죽음의 길로 들어섰던 것이다.


하지만 그랬던 1박이 감동의 자충수와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던 원동력에는 바로 웃음이 있었다. 가혹한 환경에 멤버들을 밀어넣고 날 웃음을 추구하며 억지 감동과 멀어지며 1박 2일은 살아났다. 그들은 기자들을 잔뜩 불러다놓고 손으로 카레를 비벼먹었고, 땅에 떨어진 음식을 주워먹었다. 그렇게 웃기면서 1박 2일은 다시 살아났고, 웃기면서 특유의 복불복 게임과 야외 취침까지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감동이 아닌 웃음이 1박 2일의 위기와 매너리즘을 벗겨내고 프로그램을 정상궤도로 돌려놓은 셈이다.

그러니 1박 2일의 소 발로 쥐 잡은 듯한 억지감동을 가져와 패떴에 적용하라고 강요해서는 안된다. 만약에 패떴이 그런 말도 안되는 억지감동을 벤치마킹한다면, 문제 되고 있는 조작스캔들과 시나리오 논란보다 더한 후폭풍이 일어나며 진짜 프로그램이 몰락의 길을 걷게 될지도 모른다. 패떴은 자신들의 매너리즘을 웃음으로 극복해내기 위해 노력해야한다. 결코 1박 2일의 올드한 스타일을 벤치마킹해서는 안된다.

성공한 버라이어티 롤모델의 법칙은 결국 웃음이다. 그리고 모든 웃음을 추구하는 성공적인 버라이어티는 모든 논쟁을 벗어나 장수할 수밖에 없다. 무한도전을 보라. 무한도전이 위대한 예능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원동력에는 억지 감동과 질질 짜는 신파극이 아니라 폭소 터지는 웃음을 추구하는 마인드가 있었다. 패떴도 살아나기 위해서는, 또한 무한도전처럼 위대한 예능이 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웃음을 추구해야 한다. 좀 더 리얼리틱하고 좀 더 다양한 현상을 만들어낼 수 있는 관계의 구체성을 실현화시켜야 한다. 만약에 멤버를 바꾸지 싶지 않다면, 오랜 시간 지속되지만 식상하지 않은 무한도전 팀의 열정을 본받아야 한다. 아무튼 결론은, 버라이어티의 모든 법칙은 결국 웃음과 폭소로 귀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패떴에게 신파를 추구하는 1박 2일을 닮으라고 강요하지 말자. 패떴과 1박 2일은 웃음의 본질부터가 다른 방송이다. 너무나 다른 방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