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뷰라의 버라이어티

유재석 죽이기가 실현되고 있는 패떴

패밀리가 떴다가 시트콤 같은 형식과 몇몇 상황극에만 프로그램의 2주분 녹화를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제 더는 비판의 소재도 되기 어려울 정도로 진부한 이야기다. 어느 프로그램이든 기본적인 밑그림 형식의 대본은 존재하고 있다. 굳이 모든 상황이 대본이라는 의혹을 가져와 해묵은 논쟁을 벌일 필요는 사실 존재하지 않는다. 패떴을 무조건 모든 것을 다 갖춘 완벽 버라이어티로 격상시켜 끼워맞추지만 않는다면, 시청자 입장에서는 사실 패떴을 보며 크게 스트레스 받을만한 요소나 이유도 없다. 대본이 있건, 없건 그냥 웃기고 재미있으면 된다는 마인드로 편안하게 방송을 시청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최소한 내 기준에서만큼은 패떴을 볼때마다 좀, 아니 많이 짜증이 난다. 패떴이 가지고 있는 프로그램의 성격이 도대체 무엇인지 알 수가 없고, 프로그램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성격이 무엇인지 전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이런 현상들은 멤버들의 잘못된 태도와 행동속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그들은 이 녹화에서 무언가를 이룩해보겠다는 책임감이 전혀 없어보인다. 프로그램 녹화와 그냥 노는 것을 착각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쉬었다 가야지. 대충대충 녹화 때워야지. 이런 안일함 속에서 자기 캐릭터 안에서만 안주하려고만 한다. 더 이상 새로운 지점으로 나아가고, 새로운 웃음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려는 노력을 전혀 보여주지 않는다.


김수로, 이천희의 다람쥐 챗바퀴 통을 도는 듯한 뻔한 애드리브와 계산적인 행동들. 이효리 김종국 거기에 박예진까지 더해진 조작스캔들과 투닥투닥대는 신경전. 난데없이 날아드는 대성의 애드립까지. 정말 미안하게도 패떴은 이제 전국민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뻔할뻔 버라이어티로 전락해가고 있다. 그러니 대본이 있는지 없는지는 전혀 중요하지가 않다. 대본이 있건 없건, 대본보다 더 뻔한 버라이어티를 보여주고 있다. 가루가 되도록 까이고 비판받아 마땅하다.


특히 출연진들의 안일한 대충대충 마인드는 이 막장스러운 분위기를 어떻게든 이끌어가려는 MC 유재석을 가히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죽어라 어떻게든 억지스럽게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죽어라 어떻게든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죽어라 어떻게든 해보려고 패떴 안에서 애쓰는 사람은 오직 유재석 하나뿐이다. 책임감을 가지고 성실하게 프로그램 녹화에 임하는 사람도 오직 유재석 한 명뿐이다. 정말 미안하지만, 나머지 모두는 이 패떴이라는 버라이어티 안의 사치스러운 방관자들에 불과하다. 있으나마나한 존재들이다.


그나마 대성과 이효리는 자기 범위 안에서만큼은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유재석이 죽어라 차려놓은 상찬 아래에서 그나마 적당히들 잘 떠먹는다. 이 정도만 해도 사실은 이제 양반이다. 대성이나 이효리나 비록 가끔은 말도 되지 않는 몇몇 멘트로 피곤한 상황을 만들어내고는 있지만, 프로그램을 시청하는데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다. 유재석이 그 정도도 정리 못할 정도로 무능력한 MC도 아니다. 그런데 이런 유재석도 곤란하게 만들 정도로 사람을 피곤하게 만들어내는 사람 아니 존재들이 있다. 이제는 말할수록 입만 아픈 김종국. 분위기만 잡고 가끔 실실대는 김수로. 이 두 사람이 가진 근본적인 문제는 보는 시청자를 짜증나게 만들 정도다.


특히 김종국은 정말 이제는 참기가 어렵다. 아주 욕을 퍼부어주고 싶을 정도다. 버라이어티 안에서 마땅히 자기가 해야 하는 롤이 무언지를 전혀 모른다. 속된말로 기본도 없는데 근본도 없다. 죽어라 자기 중심으로 이야기를 만들어줘 조금 재미있어질까 싶으면 먼저 손사래를 치며 낄낄댄다. 투닥투닥대는 시나리오 안에서는 진짜 화를 내며 분위기를 다 깨버린다. 차승원이 게스트로 출연한 패떴 후속편에서 그는 이효리와 아침 식사를 만들며 투닥대는 장면에서 또 자기 성질을 그대로 드러내며 날뛰었다. 방송을 하는건지 마는건지 전혀 구분을 못하고 있다. 그리고 그는 유재석과 기상게임을 하면서도 조절의 미학 자체를 무시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냥 통을 마구잡이로 불어제끼며 자기 기상게임을 5초만에 끝내버렸다. 참 멍했다. 저거 얼간이가 아닌가 궁금해질 지경이었다. 바보가 아닌 이상 이 정도까지 떠 먹여줬으면 기본은 하는게 정상인데, 밥상을 차려줘도 발로 걷어차버린다. 예능인이 아니니까 봐줘야한다는 마인드를 깔아도, 그냥 그러려니 생각해보려고 해도, 참기가 어려울 정도다. 제작진과의 인맥 때문이건 소속사의 힘 때문이건, 아무튼 뭔 낙하산을 타고 패떴에 들어왔든지간에 벌써 6개월이 넘었는데도 아직까지 이 지경이니 욕이 아깝게 느껴질 정도다.


김수로도 이런 무책임의 딜레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도 이제는 이 프로그램의 방관자이며, 구경꾼에 불과하다 싶을 정도로 성의가 없어보인다. 성공적인 천데렐라 스토리가 끝난 이후부터 김수로는 사실상 이 프로그램에 전혀 필요성이 없는 존재였다. 물론 김종국의 투입으로 본래 자신의 캐릭터나 성격이 겹치며 생긴 피해도 있었다. 하지만 오직 그것만으로 긴 부진이 납득될 수는 없다. 스스로가 프로그램의 주류 스토리 안으로 편입되려는 의욕 자체가 아예 없어보인다. 그냥 편안하게 끝내고 가지 뭐. 귀찮아 죽겠네. 난 연기하는 사람인데 이거 해야하나. 노골적으로 이런 분위기를 녹화 내내 풍겨낸다. 특히 진짜 배우이면서도 이런 예능 경험이 많은 차승원의 게스트 출연은, 김수로의 무성의함을 더욱 두드러지게 만들었다. 무한도전을 비롯한 여러 예능에서 출연시마다 최선을 다했던 차승원은, 이번 패떴 녹화에서도 상당히 성실했다. 자기 캐릭터 성격을 미리 파악하고 김수로와 대립점까지 찾아온 치밀함이 대단히 돋보였다. 하지만 이런 장단에 맞춰 어울려야 했을 김수로는 연기를 했다. 노골적으로 그냥 당해주는 캐릭터 그 자체. 형편없는 쇼의 단면에만 머무르고 있었다. 덕분에 2회차에 이르자 차승원이 준비해온 시나리오, 김수로가 부각되는 장면들도 깨끗하게 소멸되고 말았다. 이번만큼은 김수로 자신이 주도적으로 주인공 역할을 맡아줘야 했음에도 여전히 뒤로 빠져 대충대충 건들건들 무책임한 모습만 보여준 것이다.


사실 나는 패떴을 시청하면서 유재석을 한 번 정도는 호되게 비판해보고 싶었다. 그가 가지고 있는 약점이나 잘못된 부분들을 끄집어내 지적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이번 패떴을 보고, 얼마나 유재석이 최악의 환경에서 죽어라 원맨쇼를 하고 있는지 절실히 깨달으며 되려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이 부끄러워졌다. 그리고 무한도전 멤버들이 그리워졌다. 정말 근본 없는 막드립을 날리는 것 같지만, 무한도전 멤버들은 성의 없이 하거나 분위기 파악도 못하는 방식으로 유재석을 괴롭히지는 않기 때문이다. 속된 말로 막 나가는 패떴 멤버들을 보면서 고개가 절로 저어졌다. 아주 최악의 방식으로 진행자인 유재석을 제대로 죽이려 드는 그들의 모습에서 섬뜩함을 느꼈다.

재석 오빠가 다 알아서 해줄거야. 재석이 형이 다 알아서 해줄거야. 뭐 재석이가 알아서 다 해주겠지. 그냥 자기들은 웃고 떠들고 논다. 기껏 죽어라 자기네들이 망쳐놓은 것들을 다 정리해놓으면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멘트를 틱틱 날리며 다시 개판으로 만들어놓는다. 그들에겐 개판이 되든 개판이 안되든 상관도 없다. 개판되면 재석 오빠가 다 알아서 해줄거야. 개판되면 재석이 형이 다 알아서 해줄거야. 개판되면 뭐 재석이가 알아서 다 해주겠지. 이건 완전 사기꾼 날강도 버라이어티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노골적으로 유재석 없애버리기 버라이어티를 만들어내도 이 정도로 심하지는 않다 싶을 정도다.


아무튼 화가 난다. 꼭 버라이어티가 아니더라도, 자기가 맡은 프로그램 안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고 장난만 치면서 대충 해먹으려는 이들을 보니까 화가 난다. 유재석을 제외한 다른 패떴 멤버들은 음식도 날로 먹으면 탈난다는 진리를 깨달아야만 한다. 우선 열심히 좀 했으면 좋겠다. 대한민국 최고 MC라고 불리는 사람이 죽어라 혼자 다 해보려고 하는데, 정작 해도 안되는 사람들끼리는 낄낄대고 있으니 이 얼마나 웃긴지. 유재석을 죽어라 괴롭히며 날로 먹으려는 것이 패밀리들의 법칙인가 싶어 아이러니하다. 제발 정신 차리고 열정과 성의를 가지고 프로그램에 임해주었으면 한다. 프로라면 마땅히 그렇게 해야만 한다. 유재석처럼 그렇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