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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버라이어티

우결, 아내의 유혹보다 더한 막장성

우리 결혼했어요(이하 우결)가 프로그램 개편의 칼질을 가한다고 한다. 그 첫 단계로, 기존에 있던 커플들을 모조리 프로그램에서 낙마시키는 결정이 내려졌다. 사실 놀라운 결정은 아니다. 이번 우결 3기 커플들은 그만큼 거의 대부분이 재미와 환상 두 가지를 모두 만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지금의 커플들은 우결에서 아무것도 창조해내지 못했다. 

3기 커플들은 1기 커플들처럼 다양한 형태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투닥거림이나 환상도 없었고, 1기만 못했던 2기 커플들처럼 짜여진 시나리오 안에서의 캐릭터 놀음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그나마 이런 정형화된 우결 안에서 벗어난 형태의 즐거움을 주었던 전진 - 이시영 커플이 있었으나, 프로그램을 이끌기에는 힘이 모자랐다. 거기에 우결의 에이스나 다름없는 정형돈의 실제 열애 소식까지 들려왔으니, 물갈이는 어쩔 수 없는 결정으로 보인다.


그런데 개편을 한답시고 제작진이 벌이고 있는 짓들이 정말 혀를 내두르게 만들 정도로 황당하다. 그동안 우결이라는 프로그램을 지탱하던 감정이입과 환상이 출연진의 실제 결혼과 열애소식으로 망가졌으니 이제는 실제 커플을 투입시키겠다고 말하고 있다. 정말 막장이다. 케이블에서조차 시도하기 어려운 유례없는 막장의 경우라 예시를 들기가 어려울 정도다. 정말 우결과 일밤 그리고 방송국 제작진의 제정신이 박혀있는지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정말 간단하게 설명하자. 우결이 인기가 없는 이유는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그냥 단물이 빠졌고, 프로그램의 형식이 질려서 인기가 없는 것이다. 이미 우결은 자신들의 판 안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다했고,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다 보여주었다. 그러니 애당초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니, 진짜네 가짜네 이런 논쟁들은 진부한 것이며 저조한 시청률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 왜냐하면 우결은 어떻게보면 매주 같은 형식의 로드 버라이어티로 우려먹는 1박 2일이나 패밀리가 떴다보다 더한 사골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우결의 그런 딜레마와 규칙은 제작진 스스로가 만들어낸 자충수였다. 무궁무진함을 죽여버린 것은 제작진이다.

애시당초 가상 결혼이니 연애생활이니 여러 살을 붙여놨었지만, 우결의 시초는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그리고 프로그램이 강조하던 근본은 갈등에서 비롯되는 웃음이었다. 하지만 우결 제작진은 손바닥 뒤엎듯 이를 뒤짚었다. 처음 파일럿 포맷으로 런칭했을 당시 우결은 그랬다. 정형돈은 진상을 떨었고, 사오리는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다. 솔비는 틱틱거렸고, 앤디는 그걸 보며 당황스러워했다. 처음 모습의 우결은 환상과는 상관이 없었고 - 있었어라도 아주 조금 - 결혼은 어떻게보면 하나의 형식에 불과했다.


그런데 나긋나긋하고 실제 연애를 할 것같은 커플들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또 그들이 높은 시청률까지 더불어 가져다주기 시작했다. 그래서 우결은 그때부터 본격적인 망상 버라이어티의 길을 걸었다. 알렉스의 닭살스러운 장면들을 대폭 늘렸고, 앤디를 처절한 순정남으로 만들었으며, 김현중을 꼬꼬마 큐티신랑으로 창조해냈다. 그리고 정형돈 - 사오리처럼 시나리오로도 구제가 안되는 커플은 퇴출시켰다. 그 순간 이미 우결에겐 언젠가 끝날 시한부 사형선고가 내려졌다. 살 맞대며 사는 부부들끼리도 질리는 것이 세상사 사랑이며 현실인데 이를 망각한 것이다. TV 속에서 시나리오 따라 움직이는 로봇같은 연예인들에게 접신했다 떨어지는일? 이를 닦고 입 헹구는 시간보다 짧을 것이다. 애들도 알만한 사실이다. 그런데 우결은 여전히 환상만 강조하고 사랑만 강조한다. 버라이어티에서 기본시되는 웃음을 버리고, 엉뚱한 곳에서 장기적인 지속성을 바라고 있는 것이다.

우결 제작진은 아직도 예쁜 환상과 시청자들의 접신 그리고 말도 되지 않는 감정이입으로만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려고 시도하고 있다. 겉으로는 여러 껍데기들을 보여주지만 내부는 모두 환상과 사랑이다. 이미 그 단계에서 프로그램이 버틸 수 없다는 사실을 전혀 모른다. 이미 우결답다는 것도 우결스러운 것도 망가진 마당에 뭘 더 해보겠다는건지 사실 한심하다. 전국민적인 인기를 끌었던 프로그램과 코너도 물러나야하는 시기를 깨닫는데, 우결 제작진은 아예 그걸 모르고 있다.

우결은 이번 황정음 - 김용준 커플의 합류를 자신들의 마지막 패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왕 인기를 끌고 싶어 막장스러워지고 싶다면 삼각관계 어떤가. 거기에 중간쯤에 캐릭터 한 명을 가짜로 죽이고, 눈 밑에 점만 찍어서 다시 복귀시키는 것은 어떤가. 진지하게 권유해주고 싶다. 아니면 그래봤자 가상결혼이니 남남 커플, 여여 커플 투입은 어떤가. 아마 감정이입이 잘되다 못해 시청률 50%는 기본적으로 찍어줄것이다. 이미 절단나버린 프로그램의 발목을 틀어잡고 막장으로 보내 시청률을 회복하고 싶다면, 차라리 화끈하게 그렇게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이왕 시청률 잡기 위해 하는건데, 어설프게 하는 것보단 나을테니까 말이다.

뭐 사실 제작진이야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정말 불쌍한 것은 출연자들이다. 우결로 스타가 된 연예인들 이야기는 이제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옛날 옛적 구운몽이 되었다. 솔비는 발랄하고 거침없던 이미지를 잃어버렸고, 강인은 떽떽거리길 원하는 시나리오 덕분에 안티만 늘렸고, 신성록은 시간만 버렸다. 얻기는 커녕 자신들의 모습을 더 잃었다. 

이제 실제 커플까지 투입시켰으니, 우결 특유의 언론 플레이와 간보기 그리고 막장스러운 상황극이 어디까지 치닫게 될지 지켜보는 것도 참 흥미롭기는 하겠다. 하지만 출연자들은 무슨 죄인지. 참 안타까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