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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버라이어티

이휘재, MC계의 검증된 마에스트로

이휘재는 일반 대중들이 그닥 선호하지도 좋아하지도 않는 MC다. 유재석 강호동이라는 이미 인간의 범주를 뛰어넘은 투톱 MC를 제외하더라도, 누구를 그 다음으로 손꼽느냐는 질문에 그는 늘 누락되며 대중들의 기억에서 소외되는 MC다. 데뷔 18년차. 시청률 45%를 찍었던 일밤 전성기의 주인공. 20대 초반 나이에 최고의 톱스타. 이렇게 화려한 경력들을 가지고 있음에도 그는 정작 지금 시점에서는 자신들보다 한참 뒤에 머물던 유재석 강호동에게 밀리고 있다. 이는 그만큼 그동안 그가 쌓아올린 바람둥이와 비호감 그리고 가벼운 이미지가 만들어낸 어쩔 수 없는 멍에이자 굴레다.

거기에다 그는 가장 화려했던 시기에 치명적인 실수까지 저지르며 이미지를 스스로 깎아먹은 경험도 가지고 있다. 2000년대 중반 그는 스펀지와 상상플러스의 메인MC를 맡으며 최고의 정점기에 있었다. 두 프로그램의 합한 시청률은 가히 50%에 육박하고 있었고, 당시 이휘재가 KBS라는 방송국에 보이고 있던 공로는 어느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만큼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그는 눈 앞을 넘어 확실하다고 여겨졌던 KBS 연예대상을 엄청난 실수와 더불어 놓쳐버렸다. 자신이 진행하던 상상플러스에서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MC인 정형돈을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올리는 불미스러운 제스처를 보여준 것이다. 이는 공중파 그것도 국민의 혈세로 만들어진 방송국에서 진행자가 저지른 납득할 수 없는 행위로 치부되어 엄청난 파문으로 연이어졌다. 결국 이휘재는 이 파문을 견뎌내지 못하고 90% 정도 움켜쥐었던 연말 연예대상 타이틀을 차지하지 못한다. 당당하게 실력으로 창조해낸 기회조차 스스로 걷어차버리는 어리석은 행동을 저지른 것이다.


하지만 2009년 2인자와 비호감 이미지 거기에 욕설파문까지 모두 이겨낸 이휘재가 다시 뜨고 있다. 최악의 굴레에 빠진 경제 사정으로 톱클래스로 분류되는 진행자들조차 모두 자신의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시점임에도, 그는 유재석, 강호동보다 더 많은 프로그램을 공중파에서 진행하고 있다. 패떴을 상대로 고전하던 세바퀴는 토요일 심야 시간대로 독립하자마자 15%에 육박하는 시청률로 쾌조의 스타트를 끊고 있고, 스펀지 대신 투입되는 토요일 KBS 육아 버라이어티와 SBS의 2009 좋은 친구들에도 그는 진행자로서 최종적인 참여가 확정된 상태다. 이제는 유재석 강호동을 부르지 못한다면 차라리 이휘재를 캐스팅해야한다는 법칙마저 통용되고 있을 정도로 그는 대단한 신망과 인기를 끌어모으고 있다. 그렇다면 이휘재가 이렇게 다시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그의 실력이 그만큼 탁월하기 때문이다.

지금 시점에서 되돌아보면 이휘재만큼 오랜 시간동안 자신의 위치를 굳건히 지켜낸 MC는 드물다. 물론 그는 데뷔 시절 최전성기를 누린 직후부터는 늘 남희석, 신동엽 최근의 유재석 강호동에 이르기까지 모두에게 밀리는 2인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약간 발상을 전환해보면 그만큼 이휘재가 십수년 세월동안 자신의 위치를 굳건히 지켜왔다는 뜻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그리고 그가 그렇게 할 수 있었던 원동력에는 확고하고 매끄러운 이휘재만이 할 수 있는 진행능력이라는 강력한 힘이 있었다.

실제 이휘재가 몇몇 프로그램에서 보여주고 있는 진행솜씨는 다른 MC들이 본받아야할 교과서를 보는듯 매끄럽고 자연스러우며 완벽하다. 아줌마, 아저씨들이 시끄럽게 떠들도록 만들어진 버라이어티 세바퀴에서 그는 자신이 얼마만큼 뛰어난 진행자인지 그 존재감을 확고하게 드러내고 있다. 독한 수치만 따지면 가히 무서움을 넘어 공포스럽다는 김구라도, 여성 MC계의 완벽한 원톱으로 거듭나고 있는 박미선도 이휘재의 존재감 앞에서는 무기력하게 느껴질 정도다. 소리를 지르며 크게 웃는 30여명 가까운 독한 출연진들과 그런 그들의 애드립이 계속 난발되는 현장속에서도 이휘재는 깔끔하게 모든 상황을 정리해낸다. 마치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속의 강마에를 연상시킬 정도로 그는 어떤 악재가 다가오든 이를 완벽히 소화해내고 지휘해낸다. 강해야 할 순간에는 강하게. 약하게 나가야 할 순간에는 약하게. 자신을 희화화시켜야 할 상황에는 전혀 주저 없이 내던진다. 완벽하다는 표현이 아깝지 않을 정도다.

특히 이러한 이휘재의 말끔한 진행솜씨는 결코 그가 이미지만으로 구현시킨 것이 아니기에 더욱 대단하게 해석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이미 말했듯 이휘재의 대중적인 이미지는 그닥 좋은 편이 아니다. 그렇기에 그는 깔끔하고 완벽한 이미지를 가진 유재석이나 친근하고 대중적인 이미지를 가진 강호동이 한 수를 먹고 들어가는 것과는 달리 늘 불리한 입장에 있다. 그가 실수를 저지르고 잘못을 저지르길 바라는 사람들이 지천에 널려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모든 어려움을 실력으로 극복해내고 있다. 마치 오케스트라의 마에스트로처럼 매끄럽고 또 매끄럽게 모든 어려움들을 휘저어가며 지휘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휘재는 실력이 모든 것을 결정짓는 유일한 지표라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김제동, 박수홍, 서경석은 실제 진행자로서 이휘재보다 압도적으로 선하고 바른 이미지를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 모두 한때는 이휘재보다 앞선 위치에 있다고 평가받던 MC들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 그들중 그 누구도 현재 시점에서 이휘재를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는 MC는 없다.

과거 이휘재는 전역 이후 아저씨라는 이미지만 가지며 밋밋하게 전락해가던 자신의 캐릭터에 새로운 색깔을 입히기 위해 기꺼이 바람둥이라는 이미지를 덧씌운바 있다. 그 때문에 지금까지도 그는 오해와 비판을 사고 있지만, 대신 진행자로서 독특한 자신만의 색깔을 창조해내는데 성공했었다. 착하고 선하지만 재미없고 밋밋한 것보다는 진행자로서 새로운 방향점을 창조해내기 위해 가시밭길을 헤치는 과정을 두려워하지 않은 셈이다. 이 또한 진행자로서 고정된 이미지만 보유하며 변화를 꾀하지 않는 다른 MC들이 마땅히 본받고 배워야 할 이휘재만의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이휘재는 능력과 마인드를 고루 갖추고 있는 진행자다. 다소 섵부르지만 지금보다 더 나아진 모습으로 어쩌면 1인자를 차지할 가능성마저 엿보이는 이휘재의 롱런을 예측할 수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잠시동안 화려하게 빛나는 별이 아닌 오랜 시간 은은하게 빛나는 별이 더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 MC이자 진행자인 '마에스트로' 이휘재는 지금도 이를 증명해내고 있다.